▲휴게소 내 고급 레스토랑 입구에 진열된 나가사키 짬뽕 메뉴 모형물. 나가사키 짬뽕은 링거하트와 나가사키 짬뽕 등 대표적인 두 레스토랑이 전국 지점을 가지고 있지만, 나가사키 현지에서 먹는 것이 역시 제일이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전은옥
또 일본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그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나 유명하고 인기 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구루메 여행'이 인기인데, 구루메 여행 정보에서도 나가사키 짬뽕이 유명해지면서 나가사키 안팎의 사람들에게 짬뽕은 더욱 사랑받게 되었다. 그래서 나가사키 사람들도 많이 먹지만, 나가사키로 놀러온 사람들도 전부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쯤은 꼭 먹고 간다. 심지어 집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건조시킨 면을 봉지에 넣어 판매하는 매장도 많아 그것을 사 가는 관광객도 아주 많다. 이렇게 짬뽕집이 많고 짬뽕과 관련된 시장이 크다 보니 나가사키에는 일본 전국에 산재한 라면집이 그다지 없다.
요즘은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가이드북이나 여행관련 책자에서 보고는, 나가사키에 왔으니 나가사키 짬뽕은 먹어봐야 한다고 짬뽕집을 찾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렇게 나도 나가사키로 놀러온 손님들에게 무수히 짬뽕을 먹어 볼 것을 권했다. 자주 먹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한국에서는 먹어볼 기회가 전혀 없던 나가사키 현지의 대표적 요리를 먹어보는 것은 여행자로서는 당연히 경험해 보아야 할 특권이 아닐까.
내 경우에는 워낙 면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고, 처음에 나가사키 짬뽕을 맛보았을 때는 양도 너무 많고 어쩐지 느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존경하는 어른이 사 주시는 것이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먹다보니 또 느낌이 달랐다. 가끔씩 먹기에는 아주 맛있고 저렴하고 재료도 풍부해서 먹을 만 하다고 나도 오히려 찾아 먹게 된 것이다.
특히 나가사키 짬뽕을 비롯하여 일본의 라면이나 우동은 수제면이다. 즉, 슈퍼마켓 등지에 가면 물론 인스턴트라면과 컵라면 등을 팔지만, 음식점에 가면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 나오는 것이 아니며 각 음식점마다 주인장이나 주방장이 직접 면을 뽑거나 면을 그날 그날 면 제조점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나가사키 짬뽕은 그 이름처럼 나가사키에서 시작된 요리다. 중국 화교가 많았던 나가사키에는 메이지시대 중기, '사해루(四海樓)'라는 중화요리점이 있었다. 초대 점주였던 진평순(陳平順)이 당시 일본에 와 있던 많은 청나라 유학생에게 값싸고 영양가 높은 식사를 먹이기 위해 고안해낸 요리라 전해진다. 고기, 어패류, 야채 등 수십 종류의 재료를 볶고, 돼지뼈와 닭껍질로 맛을 낸 국물에 짬뽕 전용 면을 넣어 익힌다.
이때 짬뽕면을 반죽할 때 물은 반드시 간수를 사용한다. 간수는 바닷물에서 식염을 석출한 후의 액으로, 마그네슘염을 다량 함유하며 쓴맛이 난다. 만일 간수를 넣지 않고 그냥 물로 반죽하면 우동면이 되어 버린다. 나가사키 짬뽕면은 우동면과 굵기는 비슷하지만 면 자체가 다른 셈이다. 나가사키의 짬뽕 음식점들은 주로 햐쿠다케 제면소(百武製麺所)에서 면을 조달한다. 가게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다면 그것은 국물맛이나 주방장의 솜씨나 재료의 차이일 것이다.
이밖에도 일본에서는 사누키 우동, 고토 우동, 나가사키 짬뽕, 삿포로 라면, 하카타 라면 등 지역에 가면 유명한 면요리가 즐비하다. 그리고 장인의 숨결로 면을 뽑아내는 전통도 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만화, 영화, 드라마와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무수하다. 한국에서도 그걸 보고 일본 면 요리를 찾아 여행가는 사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