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네거티브 기분 나빠"...만화가 강풀 '일갈'

[동행취재] '쪽잠' 자며 강행군, '백두대간 종주'로 다진 체력으로 버텨

등록 2011.10.21 10:34수정 2011.10.2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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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지원유세에 나선 이해찬 전 총리, 신경민 전 앵커와 함께 21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최종신 : 오후 9시 30분]

박원순, 광화문 광장 '접수'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됐으며 경제는 파탄났다. 난 경제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훨씬 잘할 수 있다. 21세기에 필요한 창조·혁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 후보가 광화문 광장을 '접수'했다. 이날 마지막 거리 유세 일정으로 광화문을 선택한 박 후보는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광화문 광장은 이를 보고 듣기 위해 모여든 500여 명의 시민들로 메워졌고, "박원순"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박 후보는 시민들 사이로 들어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박 후보에게 몰려와 같이 춤을 추고, 사진을 찍고, 촛불을 드는 등 저마다의 방법을 유세를 즐겼다.

그 중에는 박 후보의 책 <원순씨를 빌려드립니다>를 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20여 명의 사람들도 있었다. 책을 들고 있던 양회현(23)씨는 "원순씨를 지지하는 2030청년 모임에서 신선한 방법으로 박 후보를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플래시몹'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씨는 "청년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굉장히 실망하고 있다, 곧 대학가 중간고사가 끝나는데 학생들도 투표장으로 몰려나올 것"이라며 "투표율만 높아진다면 박 후보가 승리하리라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MB, 임기 말 되니 차기 정권에 잘 보이려고 '내곡동' 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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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자들이 21일 저녁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남소연


이처럼 시민들과 한 데 어우러져 축제 같은 분위기로 진행된 유세에는 신경민 전 앵커도 함께했다. "MB와 가까운 C에서 근무했었다"며 자신을 소개한 그는 "원래 회사에 다녔다면 스튜디오에 있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뒤에 있는 분 덕택에 못갔다"며 "박원순이라면 내곡동(이명박 대통령 사저)을 그대로 뒀겠냐, 내가 박원순을 미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멘토단에 속한 그는 "올해, 내년, 미래를 여는 단초가 박원순에게 달려있다"며 "멘토단은 나 빼고 다 괜찮다, 박원순을 못 믿으면 멘토단이라도 믿어달라"고 덧붙였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쯤 되니 차기 정권에 잘 보이려고 벌써 야당에 아부를 시작했다, 하필 선거를 앞두고 내곡동 문제가 드러났다"며 "내곡동 문제에 BBK까지, 이런 일들이 밝혀지려면 박원순이 당선돼 내년 총선 대선까지 이겨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박 후보가 당선될까, 떨어질까 궁금하죠"라 물으며 "그걸 모르니까 투표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막상막하라 정말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동원해서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박원순이 확실히 당선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흥겹게 진행된 유세는 한 시간 여 만에 끝이 났다. 광장을 떠나며 '박원순'을 끝까지 외치던 김미연(60)씨는 "박 후보가 살아온 인생과 인품을 보고 지지하게 됐다"며 "이 정부 들어서 민주주의가 극심하게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돼 민주주의가 살아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여흥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박 후보가 떠난 후에도 광장에 남은 이들은 내일을 기약했다. 오는 22일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중 유세가 펼쳐지기 때문. 이 유세에는 공지영·김여진·조국·신경민 등 멘토단들이 참석해 사인회, 인증샷 놀이 등 다양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 또한 '무지개 연합군'으로 꾸려진 공동선대위원장들도 대거 참석해 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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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박원순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박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들자, 박 후보가 '큰 귀'를 자랑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겠다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 남소연


[5신: 21일 오후 7시 17분]

심상정 "병역비리 전문당이 누구냐"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치열한 경합은 성동구 금남시장 유세 현장에서 드러났다.

박 후보는 금란시장 입구부터 걸어가며 길가에 좌판을 벌이고 있는 상인들의 손을 맞잡았다. 야채를 다듬고 있는 상인이나 호떡을 파는 상인, 야쿠르트를 파는 이들과 시선을 맞추며 인사했다. 그의 옆에 선 심상정 전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여러차례 목소리를 높이며, "꼭 투표하시라"고 얘기했다. 유세차량에 가까워질수록 박 후보를 향한 박수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선 선거운동원들은 "실물이 훨씬 낫네"라며 탄성을 질렀다.

상인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웃으며 "힘내시라"고 격려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바쁜 세상살이에 지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다. 냉소적으로 선거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성동구 금남시장에서 빵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임창균(37)씨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는 "어느 후보가 서울시장이 됐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서민 입장에서는 집권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아무래도 낫지 않겠냐"고 답했다.

임씨가 강조하고자 한 부분은 '안정성'이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었다. 그는 "누가 되더라도 안정적이어야 서민들이 살기 더 낫다"며 "서울시장이 야당으로 바뀌게 되면 자리싸움도 일어나고 정책도 많이 변할텐데 그 소란스러움은 다 서민이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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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성동구 금남시장 일대 상가인사를 하던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가 피로회복제를 선물로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박 후보에게 비타민제 드링크를 건넨 ㅇ약국의 김재구(37) 약사는 "박 후보를 (나 후보보다) 좀 더 지지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까닭은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도 있을테고 행정과 정치를 모두 담당하는 서울시장이 좀 더 행정적인 부분에 전력을 기울이기 바라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시정 10년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재래시장 많이 다녔는데 장사 잘 된다는 분 한 분도 못 봤다"며 "등록금은 비싸고 물가는 오르고 전세 대란이다, 누구의 책임이냐"고 물었다. 특히, "오세훈 전 시장이 그동안 전시행정, 토건행정 하느라 서울시를 빚더미로 올려놨다"며 "나는 전시행정, 토건행정 안 하고 그 돈을 전부 여러분에게 쓰겠다"고 다짐했다.

박 후보는 또 "한강르네상스 사업들 줄이면 시민들이 바라는 시민 정책 전부다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의 목표를 시민이 주인 되는 선거로 하자고 잡았다, 시민이 시장되는 서울시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를 바꾸고 총·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꿀 준비가 되셨냐"며 "제가 그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유세차량에 올라선 심 전 상임고문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을 강도높게 성토했다. 그는 "병역비리 전문당은 누구냐, 위장전입 전문당이 누구냐, 금품비리 전문당이 누구냐"며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는 적반하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뽑아줬는데 잘못하면 싹뚝 잘라버려야 한다"며 "한나라당 시장 잘못했으면 이번에 잘라버리고 새로 바뀌는 게 맞다, 한나라당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날려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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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코엑스광장을 방문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남소연


[4신 : 오후 4시 40분]

박원순에게 손수 타온 커피 선물한 강풀 "힘내세요"

암사역에 만화가 강풀이 등장했다. 박원순 야권단일 시장후보가 유세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 나온 길이었다. 그는 "박 후보가 정치를 처음해서 여러 가지 일에 휘말리고 있지만 시장이 되면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며 "그건 검증이 아니라 네거티브"라고 꼬집었다.

내친 김에 유세차량 마이크까지 잡은 그는 "강동구 주민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며 "끝까지 힘냈으면 좋겠다"며 직접 탄 커피를 담은 텀블러를 박 후보에게 건넸다. 박 후보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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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강동구 암사시장 거리유세에 나선 박원순 후보에게 만화가 강풀씨가 커피를 선물하고 있다. ⓒ 남소연


박 후보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모인 이는 강풀 뿐이 아니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도 함께했다. 이 같은 '연대'에 대해 박 후보는 "강동구에 무지개가 떴다, 다른 색깔이 하나가 된다"며 "오세훈 실정을 극복하고 시민 주권을 돌려 드리기 위해 뭉쳤다"고 말했다.

'무지개연합'은 다음 유세 일정인 건대입구역 사거리까지 함께했다. 여기에는 원혜영·전혜숙·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함께했다. 유세 차량 주변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시민들 사이에는 '열 받아서 10.26 투표', '속상해서 투표한다' 등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줄을 서 있었다. 원혜영 의원은 "반성할 줄 모르는 게 한나라당의 특징"이라며 "꼭 투표해서 나경원 독선과 오만을 심판해 달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박 후보가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박 후보를 둘러쌌다. 양복을 말끔하게 빼입고 나온 72세 할아버지는 "노인 중에서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려고 나왔다"며 박 후보의 손을 잡았다. 박 후보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었다. '선물공세'도 이어졌다. 한 여성은 "오늘 상을 받아서 선물로 받은 꽃인데 박 후보께 드리고 싶다"며 꽃을 건넸다. 박 후보는 "당선 안 되면 안 되겠다"며 웃었다.

앞서 들렀던 암사시장도 분위기가 좋았다. "저랑도 악수 한 번 하세요"라며 먼저 손을 내민 시민들에, "어제 TV 토론 잘하시더라"며 칭찬의 말을 건네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대복 건어물 김경자(60)씨는 "저번에 나경원 후보도 지나갔었는데 멋쟁이더라"라면서도 "나 후보는 서민과 가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박원순 후보는 편안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기 시장에는 박원순 팬이 많다"며 "이 옆 가게 아저씨도 박 후보랑 악수하려고 저 앞에까지 나갔다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싸늘한 시선도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저럴 때만 다니지 말고 평상시에나 좀 다니라"며 외치고 지나갔고, 나 아무개(76)씨는 "되면 다 고만고만 하다, 내가 보기엔 다 똑같다"며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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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구와 강동구 일대를 돌며 거리유세에 나선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가 이동하는 차안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일정 가운데 잠시 짬을 내 <오마이뉴스>와 동승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가 제기했던 공격들이 부메랑이 돼 다시 자신들에게 꽂히고 있다"며 "국민들은 누가 진실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선거운동을) 이대로만 잘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나라당과 나 후보 측이 자꾸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후보가 희망제작소와 함께 하는 '호민관클럽' 회원인 점도 드러났다. 권영길 의원이 확인한 결과, 나 후보와 함께 한나라당 이종구·권영진 의원 등 쟁쟁한 인물들이 호민관 클럽에 참여했다. 호민관 클럽은 시민들의 입법아이디어와 예산지원이 필요한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사회창안 국회의원 모임'이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 40여 명이 희망제작소의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 입법활동을 하겠다고 모였는데 선거 때라고 함께 했던 희망제작소를 이렇게 공격하는 게 말이 되나"고 개탄했다. '당사자'인 박 후보는 담담했다. 그는 "하도 (네거티브를) 당해서 내성이 생긴 것 같다"며 "유권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강남지역에서 박 후보에 대한 호응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어떻게 보나.
"아까 유세할 때도 말했지만 희망제작소 회원 중 강남 지역 회원이 상당히 많다. 나는 강남이라고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강남을 소홀히 대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강남주민들도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다."

- 선거 종반에 들어서면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의혹도 상당히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메랑이 됐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공격한 것들이 다시 돌아와 꽂히고 있다. 그들이 내게 제기했던 의혹 중 하나라도 근거가 있었나. 증인이 있었나. 하지만 나경원 후보의 아버지 학교 감사 무마 청탁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봉주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이 시정잡배도 아니고. 마치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 나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법적대응을 진행한다던데 박 후보는 그럴 생각 없나.
"사실은 글쎄…. 참아야죠. (웃음) 국민들이 이미 다 알고 계실 거다. 이건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품격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자기 스스로 무덤들을 파고 있지 않나. 우리는 이대로만 선거운동 잘 하면 될 것 같다. 자기들이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시민이 바라는 변화에 적응치 못했다. 이대로라면 거대한 변화 흐름을 쫓지 못한 채 한나라당은 추풍낙엽처럼 될 것이다."

- 나 후보가 희망제작소의 '호민관클럽' 회원이란 얘기를 들었는데.
권영길 의원 : "그 부분은 내가 확인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이랑 희망제작소가 간담회를 여러차례 했다. 민생에 직결되는 입법활동을 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한 2~3년 전 공식 발족됐고 의원들이 매월 10만 원씩 회비를 냈다. 실제로 엄청 모였다. 한 40명 정도?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리지 않고 참여했는데. 그렇게 희망제작소와 함께 했다는 건 희망제작소의 활동 취지에 공감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선거 때라고 공격하는 게 말이 되나."

박원순 후보 : "나는 하도 당하니깐 내성이 생겼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나 후보가 박원순 후보의 방송CF를 얘기하며 자신은 다윗, 박 후보를 골리앗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골리앗이요? 한나라당은 모든 국가권력을 다 장악하고 있지 않나? 국회의원 수도 훨씬 더 많은 거대정당이잖아요. 지나가던 소가 웃겠어요. 생각해보니, 내가 골리앗이긴 하다. 나는 수많은 시민들이 지지하는 후보지 않나. 한나라당이 크긴 하지만 시민들의 마음이 떠났으니 덩치만 큰, 껍데기만 남은 골리앗이다."


[3신: 21일 오후 3시 32분]

"40억 재산가가 전세 사는 나를 공격"

'인증샷'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선릉역 먹자골목 앞에서, 삼성역 코엑스 지하광장에서,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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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거리유세를 벌이던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거리를 지나던 학생들과 '기호10번'을 뜻하는 열손가락을 펴보이며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 남소연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강남역 지하상가를 방문했을 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박 후보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함께 손을 흔들 때, 사람들은 손을 마주 흔들었다. 심지어 2층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손을 흔드는 이도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러 나왔던 20~30대 여성직장인들은 박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수줍은 듯 자리를 피했다. 유세차량 앞에 모였던 일부 시민들은 "박원순"을 연호했다. 

박 후보에 대한 호평과 격려도 이어졌다. 박 후보와 사진을 찍은 이항범(33)씨는 "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한 사람이 과거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고 미래 어떻게 살 것인지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박 후보는 시민운동을 하며 여러가지 사회적 공헌을 했지만 나경원 후보는 진정성이 없는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동료인 양종근(38)씨는 "박 후보가 모든 면에서 나 후보보다 낫다"고 단언했다. 그는 "사실 서울시장 선거 전에는 박원순 후보를 잘 알지 못했다"며 "<나는 꼼수다>를 주로 듣는데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다, 박 후보가 그동안 해왔던 사회 활동을 볼 때 그런 부분들이 시정에도 반영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오래된 팬들도 있었다. 이아무개(39)씨는 박 후보가 마이크를 잡자 환호성을 터뜨리며 박수쳤다. 그는 "박 후보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은 여러 권 갖고 있다, 박 후보는 평소에 존경하는 멘토"라고 말했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이 단연 높고 나 후보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면서도 "관건은 투표율"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조직도 있겠지만 박 후보는 그런 쪽에서 약하다"며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데다 요새 경기도 좋지 않아 투표율이 낮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엑스 지하광장에서 만난 최은호(43)씨는 "사실 나경원 후보가 시장이 안 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밝혔다. 최씨 역시 박 후보와 인증샷을 찍었다.

최씨는 "나 후보는 1억 원 피부클리닉 진료 등만 봐도 서민의 마음을 모르는 후보다, 학교를 다닐 때도 시위에 나서지 않고 공부만 했을 것"이라며 "그런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싫어한다, 이번만큼은 꼭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코엑스 푸드코트에서 식사 중이던 변미재(60)씨는 시민들에게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박 후보에게 열렬히 손을 흔들었다. 변씨는 "박 후보가 좋은 일을 그동안 여러차례 하지 않았냐"라며 "마음이 첫째가는 정치인의 덕목인데 박 후보의 좋은 마음은 시장되서도 똑같을 것 같다"고 했다. 변씨와 함께 있던 조정숙(50)씨는 "토론회를 보니깐 아파트 중심인 서울시에서 박 후보는 단독주택·개인주택의 고충도 잘 이해하는 것 같더라"며 "박 후보는 서민답게 생겼지만 나 후보는 왠지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인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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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코엑스광장을 방문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어린아이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물론, 멀찍이 떨어져서 박 후보를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는 이들도 있었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신발을 팔던 배아무개씨(31)씨는 "여기 상인들은 대개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다"며 짧게 말했다. 송파구에 살고 있다던 김혜숙(42)씨는 "원래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별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며 "박 후보는 원래 하시던 일을 그냥 하시는 게 좀 더 존경 받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희망제작소 회원이 7000명인데 강남구·송파구·서초구 주민이 회원 중 1~3위이고 아름다운 재단 기부자 5만 명 중에도 강남 주민이 많다"며 강남과 '변화의 흐름'이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 "만약에 제가 (아름다운 재단 기부금 중) 한 푼이라도 제 주머니에 넣었다면 이 자리에 섰겠느냐"라며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와 흑색선전에는 진실이 없다, 한나라당의 구태정치는 서울시민, 강남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어, "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잘 살고 난 다음에 내가 잘 살겠다고 생각해서 지금 전세 사는데 40억 원 재산인 후보가 아니라 저를 공격하고 있다"며 "세상에 다 눈이 있고 진실은 늘 밝혀진다, 한나라당이 벌이는 구태야말로 시민들이 얼마나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코엑스 지하광장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서도 '강남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강남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가장 원하는 지역"이라며 "강남이라고 한나라당이 무조건 유리하지 않다, 현재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행태로는 합리적인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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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 주최 서울시장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가 스치고 있다. ⓒ 남소연


[2신 : 오전 11시 55분]


"나경원은 자기 자랑만..." vs. "문제 해결하려면 여당 후보가"

박원순 야권단일 서울시장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오전 11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간담회'장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함성 속에 연단에 오른 박 후보는 "대한민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분들이 모인 직능연합회 힘이 크다, 정신없이 바쁜 나 후보랑 내가 모두 왔다"면서 "여러분들이 경제의 혈관이고 신경 조직"이라며 자영업자들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나 후보를 앞에 두고 연설한 그는 "서울시 전직 한나라당 시장이 재임한 10년 동안 자영업이 잘 됐습니까, 힘들어지셨죠"라며 "전임 시장들은 대기업 편에 서서 토건 사업에 돈을 쏟아 부어서 시민경제, 생활 경제 살피는 데 소홀했다"고 지난 10년 시정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또 그는 "지난 10년 간 대형 유통마트는 매출이 120%가 올라갔는데, 전통시장 매출은 40% 삭감됐다"며 "(대형유통마트가 들어오지 못하게) 시장이 조정권한을 쓸 수 있는데 오세훈 전 시장은 이걸 안 썼다, 서민경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철학이 있어야 자영업을 살릴 수 있다,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연설한 나 후보는 박 후보의 연설을 들은 후 곧장 자리를 떴다. 박 후보도 "여러분 편을 들겠다, 여러분들의 친구로 좋은 시장이 되겠다"고 호소하며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했다.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연설을 모두 들은 서명숙(43)씨는 "박 후보는 직능단체인들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대안을 얘기했지만 나 후보는 판사 시절 조정을 잘했다며 뜬구름 잡는 식으로 자기자랑만 해 실망스러웠다"고 평했다.

반면, 김아무개(51)씨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후보는 허위 학력 등 논란이 많아서 믿음이 안 간다"며 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 20년 하면 잡스 수십 명 만들 수 있다"

이에 앞선 오전 9시 50분, 박 후보는 청년벤처기업 CEO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내가 시장 20년만 하면, 스티브 잡스를 수십 명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숙명여대 앞에서 간담회를 가진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 가보니 루스벨트 재단에서는 학생들의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지원을 해준다, 청년 벤처 투자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청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데 스티브 잡스가 안 나오는 건,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사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익 청년 벤처 CEO 클럽 회장은 "새로운 신화를 준비하는 분들 간의 만남"이라며 간담회 자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청년 CEO들은 "창업 전 시장을 파악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 "벤처기업 창업 연도만으로 지원 말고 규모로 지원해달라", "대학생 창업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퇴직자들의 연륜과 젊은 창업가들의 패기를 연결시킬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박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경쟁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 날 간담회 자리에 함께해 "내가 서울시가 49-젊은이가 51을 투자하는 '서울 젊은이 펀드' 공약을 낸 바 있다, 박 후보에게 어제 이 공약을 공짜로 팔았으니 박 후보가 벤처 기업가들을 많이 키워줄 것"이라며 "박원순 후보와 함께, 청년에게 꿈을"이라고 외쳤다.

박 후보는 "시장이 되면 여러분들의 아이디어에 서울시의 행정적 지원뿐 아니라 자원을 연계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1신 : 21일 오전 10시 35분]

외모 지적 받은 박원순 "좋은 상품 소개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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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기지개를 펴며 21일 오전 일정을 시작하고 있다. ⓒ 남소연


"정말 체력전이네요. 그나마 백두대간 종주라도 한 뒤라서 다행이에요."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20일 오전 8시 45분 캠프 인근 모처에서 약 20분간 '쪽잠'을 잔 뒤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5일 앞둔 이날 박 후보는 파란색 와이셔츠, 까만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양팔을 똑바로 편 '차렷' 자세였다.

희망제작소 시절부터 박 후보를 수행한 신영희 비서관은 "선거관리위원회 토론회가 끝난 뒤 들어가셔서 아마 3시간 정도밖에 못 주무신 것 같다"며 "희망제작소 때도 집에 못 들어가실 땐 사무실 바닥에서 주무시고 그랬다, 의자에 기대서 주무실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신 비서관이 그를 깨우자, 박 후보는 양반다리를 한 채 몸을 방바닥에 붙였다. 박 후보의 몸이 'ㄷ'자가 됐다. 55세의 나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유연성이었다. "많이 피곤하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기자들이 더 고생이죠"라는 말이 날아왔다. 희망캠프가 야심 차게 준비한 '시민정책 뉴스'를 위한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그 겸손함은 이어졌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적은 것 같아요. 강물이 다 모이는 거죠. 큰 강, 작은 강이 따로 있나요. 모두가 물방울들이잖아요. 트위터도 그렇죠. 저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를 응원하는 트위터리안들은 다들 제가 안타까워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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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빡빡한 일정으로 잠이 부족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오전 시내 모처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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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오전 잠시 눈을 붙인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남소연


박 후보의 '멘토' 중 한 명인 공지영 작가는 21일 멘토모임 뒷얘기를 트위터에 풀어놨다. 공 작가는 "선생님, 더 날서게 하세요, 잘 하시면서 왜 그래요"라고 묻자, 박 후보는 "공 작가, 내가 정치적 용어나 방식에 서툴러서 속상하죠"라며 사과부터 했단다.

공 작가의 얘기를 꺼내자, 그는 겸연쩍하며 "천성이 잘 안 고쳐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공적인 토론, 특히 정치적인 것을 갖고 토론을 하는 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아직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시간이 짧아서 안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딱 요약해서 말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프리젠테이션 같은 건 잘 할 수 있는데 누군가 적대적인 사람이 계속 공격하면 어렵다"면서도 "점점 요령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는 선거 토론회가 그에게 낯선 영역이었다면 희망캠프가 이날 준비한 '시민정책 뉴스'는 그에게 익숙한 영역이다. 박 후보는 이날 시민정책 뉴스를 통해 트위터리안들이 올려준 정책 제안을 소개하는가 하면, 그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

박 후보는 "시민정책 뉴스는 내가 제안한 것"이라며 "내가 다른 누군가의 선대본부장이 됐다면 정말 재미있게 선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자기가 입후보한 선거에서는 후보 자신이 통제력을 잃게 되는 것 같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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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안국동 희망캠프 스튜디오에서 '시민정책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박원순 후보의 뒤편이 지지자들의 소망을 적은 메모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 남소연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된 시민정책 뉴스 시간은 짧았다. 시민들의 정책제안이 빼곡히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을 배경으로 박 후보는 유쾌한 '기자 데뷰전'을 마쳤다. 유머도 곁들여져 희망캠프 안에서는 웃음꽃이 피었다.

박 후보의 리포트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리포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였다.

"'외모에 신경 좀 쓰셔야겠어요'라고 하셨네요. 아니, 제가 그렇게 안타깝습니까? 저 나이 안 많아요. 손석희씨와 나이 같아요.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여기 공사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안하신 분 의견을 받아서 좋은 상품 소개 좀 해주세요."
#박원순 #서울시장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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