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가막만에는 400억원 먹어치우는 괴물이 산다

여수스쿠버 연합회 불가사리 퇴치 행사...1시간 반만에 400kg 포획

등록 2011.10.24 20:45수정 2011.10.25 10:5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가 23일 제1회 연합회장배 불가사리 퇴치대회 및 해양쓰레기 수거'행사를 실시했다.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가 23일 제1회 연합회장배 불가사리 퇴치대회 및 해양쓰레기 수거'행사를 실시했다. 심명남

단풍의 계절 가을을 맞아 바닷가에도 형형색색의 붉은 단풍이 물들었다.


바다 단풍? 다소 어감이 좀 생뚱맞다. 그런데 바다위에 건져 올려진 그 주인공의 모습이 꼭 단풍같다. 가을낙엽을 쓸어 모아둔  단풍잎처럼 말이다. 그 바로 주인공은 불가사리다. 5개의 발이 달린 별처럼 생긴 불가사리 단풍. 하지만 멀리서 보면 꼭 단풍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영 징그럽다. 그들은 바닷속을 황폐화시키는 어민들의 최고의 적으로 통한다. 어민들의 농사를 노략질하는 바로 그 해적말이다.

사전적 의미의 해적(海賊)이란 해상에서 배를 습격하여 어민들의 제물을 빼앗는 바다의 강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해적은 옛날부터 인류의 공적으로 간주되어 왔다. 또한 어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힌 도적놈으로 통했다. 지금이야 해적들에 의한 어민들의 피해는 크게 줄었지만 해적 못지않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악당들은 4글자로 불.가.사.리.다!

이런 불가사리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불가사리 피해를 당한 여수 가막만 어민들의 이야기는 그 상상을 초월한다.

"이곳 가막만에선 연간 600억 원의 고막과 키조개가 나왔는디, 연간 200억 정도 밖에 생산이 안 되고 있어라. 그 나머지 400억을 불가사리들이 다 먹어 치우고 있는 셈이지라, 그 불가사리를 잡아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라."

 여수가막만에 널린 5개의 발이 달린 별처럼 생긴 별불가사리의 모습이 마치 단풍같다.
여수가막만에 널린 5개의 발이 달린 별처럼 생긴 별불가사리의 모습이 마치 단풍같다.심명남

 여수 가막만에서 잡아올린 불가사리가 살이쪄서 통통하다.
여수 가막만에서 잡아올린 불가사리가 살이쪄서 통통하다.심명남

 수초가 자라난 폐통발 어구에 들어 있는 고기를 먹기위에 통발속으로 들어간 불가사리의 모습.
수초가 자라난 폐통발 어구에 들어 있는 고기를 먹기위에 통발속으로 들어간 불가사리의 모습.심명남

그렇다면 바다의 무법자 불가사리는 어떤 놈일까? 불가사리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재생력이 뛰어난 극피동물이다. 그들은 알을 낳아서 번식한다. 불가사리는 한 다리가 끊어지면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다리가 생겨난다. 또 떨어진 다리에서는 또다시 새로운 불가사리가 생겨나는 강한 생명력과 함께 그 번식력 또한 엄청나다. 바다의 흡혈귀로 알려진 불가사리는 주로 바닷가 물고기들은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며 전복, 키조개 등 고가의 살아있는 수중생물을 닥치는 대로 빨대로 먹어치운다. 괴물처럼... 


특히 예전에는 어민들이 삼마니라는 그물로 잡아 올렸지만 그 어장이 불법이 된 이후 어장이 금지되어 그를 잡아먹는 천적이 없다. 때문에 그 개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금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황폐화 시키는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아무 곳에도 쓸모없는 불가사리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 쓰임새가 한군데 있단다. 백해무익이 아닌 99해 1익이다. 그는 온몸이 석회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밑거름으로는 그만이어서 잘 말린 불가사리를 유실수에다 묻어 놓으면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다고 한다.


이런 불가사리로 인해 수중해양이 황폐화되고 있는 가운데 바다의 악당 불가사리를 잡는 행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23일 열린 '제1회 연합회장배 불가사리 퇴치대회 및 해양쓰레기 수거'작업이 바로 그것.

해양엑스포의 도시인 남해안 여수는 바다가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이날 가막만 앞바다가 펼쳐진 여수시 신월동하수종말처리장앞에선 이곳에서 활동중인 동호인들을 포함해 100여명의 가족들이 참가해 많은 양의 불가사리와 해양 쓰레기를 건져 올렸다.

엑스포 개최성공기원 연평도 출정식 다가오는 11월 5일에 연평도 수중비에 설치할 출정비의 모습
엑스포 개최성공기원 연평도 출정식다가오는 11월 5일에 연평도 수중비에 설치할 출정비의 모습 심명남

국민생활체육 전남· 여수시 스킨스쿠버 연합회가 주최하고, 여수시 관광수산국, 여수시생활체육회, 여수수협, 여수시항만청, 여수MBC가 후원하는 이날행사는 2012여수엑스포 성공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D-200일(11/5일) 연평도 수중기념비 행사 출정식도 함께 했다.

생활체육 여수시스킨스쿠버 연합회 이민식 회장은 "지난 3월 23일 연합회가 창립한 지 딱 7개월을 맞이했다"며 "바다를 사랑하는 동호인들이 모여 어민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불가사리와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여 아름다운 여수바다를 살려내고 해양인으로서 여수엑스포 성공개최의 초석이 되자"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바다살리기 선포식 및 실천대회와 함께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개최기원행사인 5월 백도 수중비 건립(D-365일), 7월 독도수중비 건립(D-300일)에 이어 이제는 11월 연평도 수중비 건립(D-200일)일 행사를 앞두고 있다"며 "동호인들이 지금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큰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여수 모비딕클럽 총무가 들어간지 30분만에 한가득 잡아올린 불가사리를 들고 뭍으로 나오고 있다.
여수 모비딕클럽 총무가 들어간지 30분만에 한가득 잡아올린 불가사리를 들고 뭍으로 나오고 있다.심명남

이날 행사에는 7개의 단체인 여수모비딕, 한국해양구조단, 바다처럼, 네오클럽, 인천모비딕클럽, 여수스쿠버연합회, GS칼텍스 스쿠버동호회가 참가했다.

바다에서 직접 불가사리를 잡아올린 한미녀(48·한국해양구조단)씨는 "다이빙을 한 지 5년이 되었는데 바다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보람을 느낀다, 이런 봉사활동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며 "오늘 불가사리를 가장 많이 잡아 개인상을 타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경인 아라뱃길 공사를 마치고 행사에 참가한 이경훈(34·서광수중대표)는 "저의 주특기는 수중용업과 수중공사를 주로 맡고 있다, 모비딕 동호회원인데 공사가 마무리 되어 오늘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대산(41·GS칼텍스 동호회)씨는 "이곳 바닷속은 미역과 톳도 많지만 불가사리와 폐그물, 통발 등 해양쓰레기가 많아 보이는 대로 건져 올렸다"고 말했다.

 한 참가 다이버가 잡은 불가사리에 누워 익살스런 표정을 짖고 있다.
한 참가 다이버가 잡은 불가사리에 누워 익살스런 표정을 짖고 있다.심명남

또한 홍진수(39·인천 모비딕)씨는 "여수 모비딕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는데 해양환경을 정화한다기에 회원 7명과 함께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멀리서 왔지만 보람 있는 하루였다"고 전했다.

 모범동호인상을 받은 한미녀씨가 채집망 2개에 불가사리를 가득 잡았다.
모범동호인상을 받은 한미녀씨가 채집망 2개에 불가사리를 가득 잡았다.심명남

이날 행사에서는 1시간 반만에 400kg의 많은 불가사리를 잡아 올렸다. 가장 많은 불가사리를 잡아 올린 클럽은 여수 모비딕(대상), 네오클럽(금상), GS칼텍스 스쿠버(은상)에는 상패와 함께 푸짐한 상금이 주어졌다. 또한 모범클럽상에는 참가회원들이 다같이 단복을 입고 나와 행사진행을 도운 여수해양구조단에게 주어졌고 모범 동호인상에는 한미녀씨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해양엑스포가 개최되는 실크빛깔의 아름다운 여수바다, 하지만 수중속에는 사시사철 불가사리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이곳 스쿠버 다이버 동호인들의 주기적인 수중정화 활동은 불가사리들에겐 분명 천적이다. 이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머지않아 여수의 수중세계가 불가사리가 없는 살아있 바다, 숨쉬는 연안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꿈꾸어 본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불가사리 #모비딕클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