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
유성호
이번 선거의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네거티브' 논쟁이다.
통상 네거티브 선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모든 네거티브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당한 네거티브는 책임 있는 당사자의 잘잘못을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오히려 네거티브에 대한 지나친 거부는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 역시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상대와 자신이 무엇이 다른지는 정책보다 비판에서 먼저 드러난다. 정치는 이런 적대의 공간에서 탄생한다. 일제시기 항일독립투쟁도, 민주화운동도, 지금의 반MB연대도, 심지어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도 일종의 네거티브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문제를 지적하는 논리가 옳다는 것이 그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나 세력이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네거티브는 여러 착시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명박 정권 또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네거티브 프레임을 전유함으로써 당선될 수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네거티브라는 용어 자체에서 오는 부정적 어감은 분명 과장되어 있다.
'격'이 있는 네거티브와 '저급'한 네거티브문제는 네거티브에도 '격'(格)이 있다는 점이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관점으로, 팩트를 근거로, 새로운 가치에 부합되는 비판은 품격이 있다. 그러나 팩트도 아닐뿐더러 불순한 의도로 억지논리를 펼치는 네거티브는 냉소와 외면, 회피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둘을 판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판을 통해 어떤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을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냉소와 짜증, 외면만을 유도하는 것인지를 살펴보면 된다. 격이 있는 네거티브는 대안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대안으로 연결시키려 하지만, 저급한 네거티브는 그 자체에만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나경원 후보의 선거전략은 '자충수'라 할 만하다. 애초 나 후보는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로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당당한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후보로서, 더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같은 당 오세훈 전 시장의 무리수로 인해 진행되는 선거라는 점에서 수가 빤히 보이는 언급이었다. 정책선거를 강조하며 일종의 방어막을 친 셈이다.
박원순 후보의 개인적 성향도 나 후보의 '공세차단' 전략에 유리했다. 야권 경선과정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공세에 지나칠 정도로 당황해하고 불쾌해하던 그의 품성 상, 나 후보 쪽에서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보는 사람이 밋밋할 정도의 정책대결로 흐를 공산이 컸다.
그러나 역시 한나라당은 네거티브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박 후보의 학력과 경력, 재산문제 등 각종 의혹을 닥치는 대로 쏟아내더니, 개인적 인격과 자질 등 검증할 수 없는 사안까지 거침없이 내뱉었다. 나 후보 입장에서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사실이건 의혹이건, 근거가 있건 없건 박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절실했을 것이다.
당연히 해야할 네거티브조차 전혀 시도하지 않아 지지자들에게 '답답하다'는 원망까지 들어야했던 박원순 후보는 결국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네거티브 대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제는 어떻게 네거티브의 '격'을 유지할 것인가에 있다. 네거티브적 공세에 대응하면서도 어떻게 대중이 냉소와 무기력에 빠지지 않게 만들 것인가?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새로움의 열망, 기존의 대립구도로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