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군, 병원에서 환자 고문... 일부 의료진도 가담"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다쳐도 병원 가기 어려운 시리아' 비판

등록 2011.10.25 20:58수정 2011.10.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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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반정부 시위를 하다 다친 시리아 시민들이 병원에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고 고발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반정부 시위를 하다 다친 시리아 시민들이 병원에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고 고발했다.앰네스티인터내셔널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반정부 시위를 하다 다친 시리아 시민들이 병원에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고 고발했다. ⓒ 앰네스티인터내셔널

 

8월 22일, 아흐메드는 시리아의 탈 칼라크에 있는 국영 병원으로 실려 갔다. 아흐메드는 시리아 보안군에게 두들겨 맞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아흐메드가 이 병원 응급실에서 겪은 일에 대해 한 목격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약 7~8명의 보안군 및 흰옷을 입은 간호사들이 아흐메드를 둘러쌌다. 보안군 중 몇 명은 총을 들고 있었다. 아흐메드가 눈을 뜨고 말했다. '여기가 어딘가요?' (그러자 아흐메드를 둘러싼) 사람들이 갑자기 아흐메드를 비난하며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이 25일(현지 시각) 시리아에 관해 발간한 보고서의 일부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39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에서 "시리아 정부가 환자와 의료진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에서는 3월 중순 이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아랍에 불어온 '재스민 혁명' 바람에 시리아 사람들도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반정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 '무장한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해왔다. 유엔은 이 과정에서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보안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부상자들 병원에서 고문·학대"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2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적어도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 네 곳에서 환자에 대한 고문과 학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주요 공격 대상은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거나, 참가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들이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이 지목한 네 병원은 바니아, 홈즈, 탈 칼라크의 국영 병원과 홈즈의 군 병원이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이 병원들에서 시리아 보안군이 활개 치며 환자들을 고문·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시리아 보안군은 9월 7일 홈즈의 한 병원을 급습했다. 정부 방침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는 야전 지휘관을 잡기 위해서였다. 보안군은 이 지휘관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보안군은 18명의 다른 부상자를 체포했다. 이 병원의 한 노동자는 보안군의 급습 후 적어도 의식이 없는 환자 1명의 산소 호흡기가 제거된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사망했다.

 

 시리아 보안군이 반정부 시위를 하다 다친 시민들을 병원에서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리아 보안군이 반정부 시위를 하다 다친 시민들을 병원에서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BBC
시리아 보안군이 반정부 시위를 하다 다친 시민들을 병원에서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BBC

 

"환자 학대하는 의료진, 치료했다고 체포된 또 다른 의료진"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보안군만이 아니라 일부 의료진도 환자를 고문·학대하는 데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5월 16일 발에 총상을 입은 28세 환자는 홈즈의 군 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난 당신의 상처 부위를 닦아주지 않을 것이다. (……) 난 당신 발이 썩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 발을 잘라버릴 수 있도록."

 

또한 한 의사는 홈즈의 군 병원에서 일하는 네 명의 다른 의사와 20명 이상의 간호사가 환자를 학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보안군의 표적이 되는 의료진도 있다. 이 중 일부는 시위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했다는 이유로, 나머지는 시위에 가담했거나 시위 현장을 촬영했다는 혐의로 보안군의 공격을 받았다. 반정부 시위대를 치료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체포하는 일은 바레인에서도 벌어졌다(<"부상자 돌봤을 뿐인데... '강간하겠다' 협박"> 참조).

 

8월 7일, 보안군은 홈즈의 한 국영 병원을 습격해 7명의 의료진을 체포했다. 이들은 보안군에게 심문을 당하고 심하게 얻어맞았다. 이 중 한 사람은 자신이 당한 심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게 물었다. '고문을 당할 건가, 아니면 다 털어놓을 건가?' (……) 우리를 심문한 사람은 나와 내 동료들을 고발했다.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는 것 때문이다. 심문자는 내게 다쳐서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고 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시리아 정부가 병원을 반대파를 분쇄하기 위한 억압 수단으로 바꿔놓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잖은 시리아 사람들이 다쳐도 병원을 찾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병원 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시리아 시민들

 

보안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국영 병원에 가는 대신, 시설이 변변찮은 시위 현장의 임시 진료소 등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독일 언론 <슈피겔>도 보안 당국에 끌려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리아 사람들이 부상자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난 8월 보도했다(<"그들은 내 성기에 전기 고문을 했다"> 참조).

 

홈즈에 있는 국영 병원의 의사들은 이 때문에 5월 이후 총상을 입고 입원하는 환자가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거리에서 사상자가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시리아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 때문에 적잖은 의사들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며 수혈 문제를 예로 들었다. 시리아에서는 국방부가 통제하는 중앙혈액은행이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관리하고 있다. 홈즈의 민간 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총상을 입어 긴급히 수혈해야 하는 환자가 올 때마다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중앙혈액은행에 (혈액 공급을) 요청하면 보안 당국이 환자에 대해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환자를 '체포, 고문, 그리고 아마도 감금 상태에서 사망'이라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시리아 당국은 분별력을 되찾고, (정치 성향 등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가 동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긴급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1.10.25 20:58ⓒ 2011 OhmyNews
#시리아 #아랍 민주화 #재스민 혁명 #병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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