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前감사실장 ‘신대식 해고’…대법, 판단 주목

감사실 전격 폐지하고 감사실장 대기발령한 절차가 위법한지 27일 최종 판단

등록 2011.10.26 22:28수정 2011.10.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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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대표이사 남상국)이 2008년 9월 투명경영과 경영효율성을 제고한다며 감사실을 전격 폐지한 뒤 출장 중이던 신대식 감사실장을 대기발령하고, 한 달 뒤에는 '해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법정으로 갔고, 신대식씨는 "대기발령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직위해제 사유가 존재하고, 회사가 직위해제에 관한 절차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 회사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및 이사회의 결의를 당연히 거쳐야 함에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감사실을 폐지하고 대기발령을 했으므로 감사실 폐지 및 대기발령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감사실 폐지와 대기발령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조직개편의 문제일 뿐"이라며 맞섰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해고징계절차에 위법이 없고, 징계사유도 정당하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손을 들어준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해고징계절차에는 위법이 없다"면서도 "회사가 주장하는 징계사유는 부당해 해고가 위법해 무효"라고 1심 판결을 뒤집으며 신대식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대우조선해양은 "해고징계사유는 정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아 승소한 신대식 씨도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27일 오후 2시 대법원 제1호 법정에서 최종 판가름 난다.

신씨가 상고한 이유가 뭘까. 1심과 2심에서 인정받지 못한 "해고징계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도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해서다. 신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을 따른다면, 명백히 정해져 있는 절차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런 절차는 무시해도 된다' '법원도 그런 절차 위반 정도는 사소한 것으로 보고 문제 삼지 않으며, 정당한 것으로 판결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게 돼, 우리사회에서 절차적 정당성 주장은 힘을 잃게 되고 급기야는 절차 위반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 비상식적인 사회 내지 법치가 제대로 서지 않는 사회로 전락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감사위원회 전속의 간사인 감사실장을 피감시. 피견제자 입장에 있는 남상태 대표이사가 정해진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정당한 이유도 없이 마음대로 조직개편이라는 명목 하에 감사실을 폐지하고, 감사실장을 대기발령하고 징계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진, 징계대상도 아닌 자를 징계해고 해 회사에서 몰아내 버린 것이 정당화 된다면, 우리사회가 야만의 시대로 퇴보하고 기업 내부의 절차적 민주화는 영원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닌지, CEO의 월권ㆍ불법행위는 언제나 정당하고 합리성을 갖는다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렸다.


◈ 사건개요 = 대우조선해양, 전격 감사실 폐지하고 감사실장 징계해고

이 사건을 들여다본다.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 9월 전격적으로 감사실을 폐지하면서, 출장 중이던 신대식 감사실장을 대기발령했으며 다음 달 '사규 위반'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신씨가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업무상 기밀 및 감사내용을 타에 누설했고, 감사업무를 위해 지급된 법인카드를 정해진 사용처에 맞지 않게 사용했으며,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신씨는 "감사실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및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감사실을 폐지했고, 감사실 폐지는 해고의 전 단계이므로 감사위원회의 의결 및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감사실을 폐지한 것은 취업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의 인사소위원회 출석요구 통보서에는 원고가 무슨 잘못으로 인사소위원회에 회부됐는지 기재돼 있지 않아, 피고에게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서면으로 알려주고 충분한 변론 준비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해고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해고무효와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아울러 신씨는 "업무상 기밀 및 감사내용을 타에 누설한 사실이 없고, 회사가 지급한 법인카드를 비리의혹 제보자나 감사정보 제공자들과의 면담에 사용하는 등 감사업무에 맞게 사용했으며, 피고가 감사실을 폐지하면서 원고에게 대기발령처분을 하고 집무실을 폐쇄했기 때문에 피고 기숙사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지 무단결근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 1심 "해고징계절차 위법하지 않다…징계사유도 정당"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박기주 부장판사)는 2009년 12월 감사실장에서 해임된 신대식 씨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 등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징계절차가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감사실은 감사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피고의 조직일 뿐 감사위원회 그 자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이사회의 결의 없이 감사실을 폐지하는 조직변경을 했더라도, 그 조직변경이 감사위원회의 구성, 권한, 운영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이사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한 감사위원회 운영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가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감사실을 폐지한 것이 피고 정관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 취업규칙은 감봉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할 경우 사전에 본인에게 변명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해 징계혐의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를 임의적인 절차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징계혐의사실을 통지하지 않고 해고를 의결했다고 하여 징계절차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징계가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가 지급한 법인카드를 근무일이 아닌 주말에 근무지인 거제도가 아닌 자신의 집 근처인 서울에서 식사비 또는 주유비 등으로 사용했고, 주말에 골프장 비용 및 식비, 교통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그 액수도 적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감사업무에 사용해야 하는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무단사용한 것이므로, 피고가 이를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또 "설령 원고가 피고 기숙사에서 대기하고 있었더라도 대기발령 후 출근하거나 피고 사업장에서 대기하지 않고 피고의 승인 없이 기숙사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은 무단결근이므로, 피고가 이를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정당하다"며 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원고는 감사실장으로서 모범이 돼 다른 임직원의 업무집행의 적법성을 제대로 감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법인카드를 감사 업무 외에 개인적인 용도로 부당하게 지출한 점, 대기발령 기간임에도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피고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결근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해고는 사용자의 징계재량권의 범위 내"라며 "따라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 항소심 "징계사유 부당해 해고 무효"…"감사실 폐지와 대기발령은 정당"

이에 신대식 씨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의 해고사유는 부당해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징계가 무효"라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신대식 씨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미지금 임금, 미지급 퇴직금, 위자료 등 총 691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감사실을 전격적으로 폐지하고 감사실장을 대기발령 낸 것에 대해서는 위법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감사실을 폐지한 것이 정관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감사실 폐지는 피고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조직개편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감사실장인 원고가 출장 중이던 기간에 감사실 폐지가 전격적으로 단행됐다고 하더라도 감사실 폐지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런 인사명령에 대해서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징계해고사유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규정을 둔 입법취지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와 관련된 분쟁해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를 해고하는데 신중을 기하게 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제고하고자 하는데 있다"며 "해고 통보서 어디에도 원고의 어떠한 행위가 사규위반에 해당해 징계사유와 해고사유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원고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하고 경영진을 비방하는 발언을 했으며, 감사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감사결과를 원고의 생각대로 작성하게 했고, 피고의 업무상 기밀 및 감사내용을 타에 누설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이를 징계해고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고가 법인카드를 주말에 사용하기도 하고, 근무지가 아닌 서울에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사용액 중 상당 부분이 식사비, 주유비, 골프장 비용, 교통비 등으로 사용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임원에 대해 카드사용을 문제 삼아 징계한 바가 없는 점, 원고가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경고한 바도 없는 점, 법인카드로 사용한 액수가 원고에게 부여된 업무추진비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피고가 이를 징계해고사유로 삼은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는 피고가 감사실을 폐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2008년 9월부터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가 출장 중에 감사실을 전격적으로 폐지하면서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점, 해고를 결정할 당시 원고의 무단결근은 사규위반 사항으로 논의된 적이 없고 이를 징계해고사유로 삼지도 않은 점, 또한 해고를 통보해 무단결근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무단결근을 징계해고사유로 삼은 것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감사실장인 원고가 출장 중이던 기간에 감사실 폐지가 전격적으로 단행된 점, 피고가 감사실을 전격적으로 폐지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점, 해고 절차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위법이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점, 피고가 해고를 결정한 징계해고사유는 인정되지 않는 점, 원고가 감사실장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어떤 비위를 저지른 적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정당성을 상실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신대식 #대우조선해양 #해고 #징계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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