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leep Dealer'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다. 다국적 기업이 댐 사업을 하는 바람에 물을 살 돈이 없는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 힘들어 진다. 주인공 메모는 농촌을 떠나 국경도시 티후아나로 간다. 가상현실에 접속해 미국의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기계를 조정하는 일을 한다. 갈수록 시력이 나빠지고 정신이 허약해지지만, 노동을 팔고 받는 약간의 돈 때문에 그만 두지 못한다. 영화 속의 미래가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90년대 초에 시작한 NAFTA의 폐해를 다룬다는 점에서 가까운 미래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칠레 FTA에서 시작해 한-싱가포르 FTA를 거쳐 한-미 FTA 목전에 와있다. 전체 경제에서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해서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키워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자유 무역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 소수에게만 집중되거나 협상 자체에서 우위를 잃어버려 불평등 조약이 될 경우에는 과연 자유무역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나라들을 살펴보자.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미국이 핵심 공기업의 민영화와 자본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어 곤욕을 치루고 있고, 호주의 경우에는 의약급여제도, 검역, 지적재산권보호, FDI관리제도 등 호주만의 정책이 FTA라는 이름 아래에서 모두 무너졌다.
멕시코는 더욱 심각하다. 이미 오래 전, 전기나 수도 등 공공 부문까지 미국 자본이 침투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세 국가 모두 미국과의 FTA 덕에 GDP가 상승하는 FTA 효과를 맛보았다. 그러나 GDP 상승을 국익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편의주의다.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국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미래에 닥쳐올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협정의 체결에 있어서 백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조약의 평등함보다는 철저하게 국민 모두의 이익 차원에서 접근하여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국민과 산업을 챙기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지금과 같이 국회 비준만 남기고 있는 상태에서는 더욱 더 검증하고 잘라내고 덧붙여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화 '슬립 딜러'의 마지막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영화 속에서 진실을 깨달은 미군 조종사는 폭격기를 몰아 다국적 기업의 댐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물이 농지를 적신다. 영화는 이처럼 최후에는 폭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미 FTA가 이러한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FTA가 국민의 생존 문제를 위협하는 경제적 침략이 되지 않도록 첫 단추부터 확실하게 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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