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자행된 비(非)상식의 시대를 종결하고 상식의 시대를 복원하기 위해 '야권통합'이 절실하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3일 발표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공동기자회견을 듣고 '비상식'의 오명이 단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만의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현 지도부가 야권통합의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선출됐음을 감안할 때, 이미 지난 1년여 간 상시적인 야권통합추진기구의 역할을 했습니다.
어제 밝힌 소위 '민주진보통합정당추진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은 현 최고위원회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십분 양보해서 차이가 있다면, 해야 할 일을 시간 내 제대로 못해서 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12월 18일에 임기가 끝나는 지도부가 임기를 넘긴 연말까지 야권통합에 대한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지 않겠다', 혹은 위임받은 바 없는 차기 지도부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야권통합의 대의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서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것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그간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라면 더욱 아닙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확인된 가장 핵심적인 시민의 요구는 '민주당을 포함한 기성정치권의 변화'였습니다. 반성과 쇄신의 과정을 생략한 채, 선거구도 우위확보에 '올인'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본인의 이러한 주장이 의심된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제안합니다.
제1야당 민주당 후보가 아닌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야권후보 경선에서 시민의 선택을 받은 것, 또한 최종적으로 거대 집권여당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에서 시민의 요구는 재차 확인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중요한 배경으로 전제하고 있는 어제 기자회견에는 '야권통합'만이 존재하고 '쇄신과 변화'는 단 한마디도 언급된 바 없습니다.
국민은 명백하게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야권의 정권교체만이 곧 정치개혁'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정치체질 개선을 주문하는데, 정치체형 확대로 응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획득'이라고. 그러나 여기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대전제가 생략돼 있습니다. 권력자인 국민은 정당 가치의 우월을 판단해 권력을 위임하므로,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라면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정당의 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권 획득 수단의 당위성을 역설하기에 앞서, 정권 획득 목적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구했어야 합니다.
통합에 대한 일정과 방법을 제시하면서, 민주당 혁신의 상징인 전당대회 방법과 일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연유로 침묵한 것입니까?
어제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대전제를 잠시 망각한 것입니다.
야권통합의 대의는 현 최고위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저를 비롯한 민주당의 모든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그리고 모든 당원들은 야권통합의 반대편에 서 있지 않습니다.
더 이상 통합을 남용해 쇄신을 모호하게 만드는 그 어떤 행동도 진행돼서는 안 됩니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로운 지도부는 '통합의 대의'를 부인하지 않고 이전 지도부의 성과를 바탕으로 야권통합의 대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지도부는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우제창 기자는 민주당 국회의원(경기도 용인)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통합을 남용해 쇄신을 모호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