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법무부장관. (자료사진)
남소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휘·감독하겠습니다."
지난달 27일 국회 법사위 현안보고에서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관련 고발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내놓은 답변이다.
이 답변에 앞서 여야 여러 의원들이 내곡동 사저 문제와 관련해 질문을 했다. 당시 권 장관의 답변은 "고발 사건이 접수, 배당돼 수사하고 있다"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 어렵다" "내가 구체적인 사안을 알지 못한다"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민주당 '내곡동 MB사저 불법거래 진상조사특위'는 지난달 19일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김백준 총무기획관을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 장관이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걸 보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이 추진되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 장관은 이 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권 장관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건에 대해 전혀 몰랐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제기된다.
문재인 "사저 법률적 검토는 민정수석실 소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대통령이 퇴임 이후 살게 될 사저 문제는 관련부서가 가장 신경써서 처리하는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민정수석실도 이 문제에 대해 일정부분 검토를 하게 돼 있다.
참여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인터넷라디오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대통령 사저 문제가) 경호처 소관이라 하더라도 비서실에서도 당연히 검토하고, 법률적 검토는 경호처에 소관 부서가 없으니 민정수석실, 그 중에서도 법무비서관실에서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이 밝힌 청와대 업무처리 과정대로라면,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도 이 문제에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싼 땅은 비싸게, 비싼 땅은 싸게 사는' 수법을 동원한 업무상 배임 혐의 부분은 모를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가 제기된 '아들 명의를 빌려 대통령의 땅을 사는' 과정에 민정수석실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내곡동 사저 고발건을 접수한 검찰이 수사에는 착수했지만, 그 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지난 7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권 장관을 발표했을 때부터 "MB 최측근 기용은 대통령 임기 말까지 검찰 장악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MB측근 법부 장관, 내곡동 사저 문제에서 손 떼라최근 검찰은 부선저축은행 사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관계 로비실체를 규명하지 못하고 '깃털'만 기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MB 최측근의 임기말 검찰장악 의도가 당장 현실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의 검찰 지휘·감독권은 검찰청법 8조가 보장한 권한(그러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이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파문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권 장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휘·감독하겠다"고 한 것도 이에 근거한 발언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권 장관도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만큼 권 장관은 자신이 국회에서 했던 말을 번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선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나는 지휘·감독권을 포기하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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