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투자자들의 표적' 전락...정권 바뀔 판

청년 절반 백수...20일 총선에서 우파 성향 국민당 과반수 점할 듯

등록 2011.11.16 18:59수정 2011.11.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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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한 BBC.
스페인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한 BBC.BBC
스페인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한 BBC. ⓒ BBC

짧고 정확한 패스, 공격과 수비의 빠른 전환, 높은 공 점유율,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제19회 월드컵에서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이다. 스페인은 이 대회에서 '만년 우승 후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고 우승했다. 스페인은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조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현대 축구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렇게 스페인 축구는 세계의 대세로 떠올랐지만 경제는 그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페인 경제는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다. 스페인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유로를 사용하는 17개국)을 벼랑으로 몰아넣을 나라는 스페인'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다음은 스페인?

 

<슈피겔>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국채 금리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15일(이하 현지 시각)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3퍼센트 수준으로 치솟았다. 같은 날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8퍼센트였다. 스페인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차이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스페인 국채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의미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조만간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7퍼센트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투자자들이 스페인을 공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까지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유로존 자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각각 경제 규모 3위와 4위를 차지하는 덩치가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포르투갈·그리스처럼 규모가 작은 나라들에서 불거진 유로존 위기가 이탈리아·스페인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 다음에는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 2위인 프랑스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가 자국으로 옮겨올 것을 우려하는 미국도 이 방안을 실행하라고 유로존을 압박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했던 것처럼 ECB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실행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유로존의 핵심인 독일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위기 국가 채권을 사들이는 데 앞장서는 것이 ECB 본연의 역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탈리아든 스페인이든 긴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15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치솟았다고 보도한 <슈피겔>.
15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치솟았다고 보도한 <슈피겔>.<슈피겔>
15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치솟았다고 보도한 <슈피겔>. ⓒ <슈피겔>

높은 실업률과 부동산 거품 후유증에 시달리는 스페인 사람들

 

현재 스페인이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특히 고용 사정이 좋지 않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1퍼센트가 넘는다. 이 중에서도 25세 이하 실업률은 46퍼센트에 달한다. 청년 2명 중 1명꼴로 백수라는 뜻이다. 또한 정규직이 취업자의 절반에 못 미치고, 한 달에 1000유로도 못 받는 비정규직도 많다.

 

스페인 경제가 2000년대 들어 계속 나빴던 것은 아니다. 2007년까지 연평균 3.7퍼센트 성장했다. 문제는 이것이 부동산 거품을 끼고 이뤄진 성장이라는 점이다. 2004~2008년 사이에 스페인의 집값은 44퍼센트 상승했다.

 

스페인 경제는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급격히 하강했다.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때 빚을 늘리고 씀씀이가 커진 가구들의 채무 부담이 커졌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더 큰 위험에 노출됐다.

 

20일 스페인에서는 총선이 치러진다. 이 선거에서 여당인 좌파 성향의 사회당이 참패하고, 우파 성향의 국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권 교체를 예상하는 핵심 근거는 역시 경제 문제다. 사회당이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총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당분간 가시밭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BBC는 "새로 들어설 스페인 정부가 고약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긴축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목표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실시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삭감한다면,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질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의 대세로 떠오른 축구에서처럼, 스페인 사람들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을 구축해 멋진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로존 #경제 위기 #스페인 #총선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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