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끝나자 '녹조 및 악취'에 시달려

계룡저수지 둑 높이기... "오리발식의 탁상행정" 비난

등록 2011.11.17 15:40수정 2011.11.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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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사진, 계룡저수지 물이 넘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녹색으로 변한 모습이 들어나 있다. 아래쪽사진, 돌망태가 끝나는 지점에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서 썩어가고 있어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위쪽사진, 계룡저수지 물이 넘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녹색으로 변한 모습이 들어나 있다. 아래쪽사진, 돌망태가 끝나는 지점에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서 썩어가고 있어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김종술

"충남 최고의 명산인 계룡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계룡저수지 빙어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곳이라 가끔 운동하러 다니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낚시터가 생기고 상류에 축사가 생기면서 수질이 조금 떨어지더니 작년부터인가 정부에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하고 나서는 그나마 저수지에서나 가끔씩 보이던 녹조가 물이 넘치는 콘크리트를 덮더니 악취가 나고 해서 다시는 옛날에 그 맑은 물은 볼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충남 공주시 계룡저수지에서 만난 지역주민의 말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7월 15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구본충 충남도 행정부지사,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등 지역기관단체장 및 지역주민 500여 명이 참석하여 충남에서 첫 농업분야 4대강 사업 준공을 알리는 '첫물 내리기', '수변생태공원' 등 행사가 거창하게 열렸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천혜의 주변경관을 가진 옛날의 계룡저수지를 회상하며 수질이 맑아져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지역경제도 되살아날 것으로 생각해 환호하며 일부 반대를 했던 주민들에게 "돈 들여 놓으니 좋지 않으냐"라고 의기양양하기도 하였던 곳이다.

그로부터 4개월 후...

 계룡저수지(우측)에서 물이 넘어가는(좌측) 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다른 걸 확인할 수 있고 좌측(원안) 하수처리장에서 연결된 관으로 흐르는 물이 녹조로 뒤덮인걸. 확인이 가능하다.
계룡저수지(우측)에서 물이 넘어가는(좌측) 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다른 걸 확인할 수 있고 좌측(원안) 하수처리장에서 연결된 관으로 흐르는 물이 녹조로 뒤덮인걸. 확인이 가능하다. 김종술

제보자 김아무개(48)씨는 "초등학교 동창회가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계룡저수지나 둘러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갔더니 짤짤짤 흐르는 물줄기에서 녹조가 뒤덮이고 밑쪽에 홈통에는 물이 썩어서 그런지 새까맣게 악취가 진동하였다"면서 "괜스레 가자고 했던 자신이 미안해서 친구들 볼 낮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찾아간 계룡저수지 '무넘기'(저수지에서 여분의 물을 빼내는 물길)에 녹조(영양 염류의 과다로 호수에 녹조류가 대량으로 번식하여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것을 녹조 현상)가 뒤덮여 흡사 일부 주민의 경우 "처음보고 파란색 페인트로 칠한 것으로 착각했다"라고 할 정도 로 녹조가 흐르고 있었다. 홈통에는 검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검게 변하여 썩어가고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담당자는 "계룡저수지는 옛날부터 그랬다. 2~3급수 정도로 농업용수로 사용하던 곳인데 상류에 공주시에서 운영하는 하수종말처리장 하수관로를 저수지로 빼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면서 "그런데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수질개선 차원에서 저수지로 들어가지 못하게 600밀리 관을 묻어 무넘기 축대벽 밑에 설치하면서 그런 것으로 공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주시에서 수질기준을 높이던지 대안을 내놓아야지 12월 완공을 앞둔 시점에서는 우리(농어촌공사)는 특별한 대안을 내놓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무넘기 부근이 녹조로 덮여 있고 홈통에 물이 고이면서 검은색으로 변했다. 돌망태가 끝나는 지점인 □형 부근에는 악취로 가까이 접근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무넘기 부근이 녹조로 덮여 있고 홈통에 물이 고이면서 검은색으로 변했다. 돌망태가 끝나는 지점인 □형 부근에는 악취로 가까이 접근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김종술

이에 대해 공주시 관계자는 "지금은 담당자가 바뀌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관련 서류가 없는 것으로 보아 구두상 협의는 했는지 모르겠으나 모든 걸 공주시에 떠넘기는 오리발식의 행정은 잘못되었다"면서 "공주시는 저수지 상류에 마을이 있어 하수 정화처리장을 만들고 관리를 위탁업체에서 관리하고 법적 기준치 이내로 처리하여 배수를 정상적으로 해 왔는데 이제 와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담당자는 "지금 농어촌공사에서 무넘기 축대벽 관에서부터 밑쪽으로 200미터 정도를 관을 연결해서 빼자고 하는 것 같은데 공사 전에는 없던 문제를 공사가 끝나고 발생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던지 관리를 해야지 지방재정자립도도 열악한 공주시에 넘겨 추가 작업을 하라고 하면 말이 되느냐?"면서 "관을 연결하여 밑으로 이동을 시킨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고 오염원을 막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는데 눈가림만 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은 속도전... 그러나 관리는 뒷전 "혈세 잡아먹는 하마"

현장을 방문한 정민걸 교수(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오클라호마대 환경동물생태학 박사)는 "하수종말처리장은 수돗물같이 깨끗하게 정화를 하는 곳이 아니고 적당히 자연과 타협하는 수준에서 방류하는데 이곳은 관을 연결하여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 곳으로 옮기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시멘트 바닥은 햇빛만 밭으면 한겨울에도 수온이 급격히 올라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라면서 "이런 곳에 별다른 생각 없이 옮긴 이유가 잘못된 것 같으며, 녹조가 썩으면서 물색이 검게 변하고 악취는 풍기는 등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안을 찾아야 할 공사주체가 떠넘기기만 하는 걸 보니 4대강 사업의 허구가 하나씩 들어나 보인다"라고 질타했다.

양흥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12월 준공을 앞두고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안전 및 환경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관리를 하다 보면 추가적인 예산낭비나 환경파괴 등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민의 혈세만을 잡아먹는 하마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아래쪽사진, 상류 쪽에 공사를 하면서 (위쪽사진)오탁방진막이 설치되지 않아 흙탕물이 저수지로 유입이 되고 있지만 농어촌공사 담당자는 “전혀 흙탕물 유입이 없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아래쪽사진, 상류 쪽에 공사를 하면서 (위쪽사진)오탁방진막이 설치되지 않아 흙탕물이 저수지로 유입이 되고 있지만 농어촌공사 담당자는 “전혀 흙탕물 유입이 없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김종술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가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농업용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에 떠넘기는 모습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또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리는 요즘 시기에도 녹조가 발생할 정도라면 계룡저수지는 당분간 녹조가 발생하고 썩으면서 풍기는 악취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없이 무법지대로 변모할 가능성도 높아 보여 빠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계룡저수지는 '계룡산 국립공원 기슭에 있어 주변에 갑사와 신원사 등과 함께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이번에 저수지 둑을 높여 저수용량이 130만 톤(341→471)이 늘어나 더욱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해졌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곳이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저수지 둑 높이기'는 전국 113개 저수지 둑을 높여 2억 8천만 톤(6.2→9.0)의 저수용량을 키워 수해를 경감시키고, 부족한 농업용수와 농촌지역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으로 올해 안에 계룡저수지를 포함한 20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4대강공사 #녹조와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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