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톡2뽁뽁이를 이용한 '네일 리무버(Remover)'를 개발한 이지톡 팀
이재흥
대회 오프닝 시간, 조금은 긴장한 듯 보였던 참석자 50여명은 이어진 '자기소개 및 창업아이디어 발표' 순서가 되자 곧 활기차고 열띤 토론모드에 돌입했다. 창업아이디어를 발표한 사람들의 몸에 포스트잇으로 인기투표를 하는 시간, 역시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PR하고 필요한 창업멤버를 '호객'하며, 서로 나이불문 격의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아메리칸 스타일은 다르구나' 싶었다.
자발적인 팀빌딩이 끝난 후, 본격적인 기획회의(Ideation)가 시작됐다. 먹거리와 랩탑 컴퓨터를 가득 쌓아둔 책상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함께 현란한 손짓발짓들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한 팀의 논의테이블에 배석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유학생들을 위한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개발하는 'UPID(유학생 + 큐피드)' 팀이었는데, 현재 한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는 '이음(
www.i-um.com)'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 유학생 사회에 적용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내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학생들의 학창생활과 연애관, 가치관, 진로 직업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 유학생들에게도 연애는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예상과 달리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나 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같은 학교 한인유학생들끼리 연애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꺼려지는 게 사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사생활이 보장되며, 맞춤형 인연매칭이 이뤄지는 온라인 서비스라면 이용자 수요는 많을 것이다.- 한국의 딴지일보 '남로당 서비스' 실패사례, '이음 서비스' 성공사례에서 보듯, 관건은 여성 사용자들에게서 신뢰를 얻고, 그네들을 불러모으는 것이다.- 팀원들이 모두 MIT, 보스턴, 동부 한인학생회 임원, 주축멤버이므로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경쟁력과 차별성을 갖는다.- 시장규모도 충분하다. 유학준비 -> 유학 -> 귀국 하는 인생경로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한국 내 대학생들에게도 서비스제공할 수 있어 더 확대될 것. 또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팀원들의 뛰어난 대화토론 능력, 이를 바탕으로 강한 팀워크를 다져나가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유쾌한 아이디어와 대화가 폭포수처럼 쏟아졌지만, 이내 일정한 핵심줄기와 주요이슈가 만들어졌고, 치열하고 적극적인 토론 끝에 합일점을 찾아 청사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 각자의 전공분야와 전문성을 살려 무척 완성도 높은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시종일관 물흐르 듯 대화와 활동을 조정하고 정리해 낸 CEO의 역할이 가장 컸는데, 참가자 가운데 유일한 한국대학 재학생이었다(사업차 뉴욕에 왔다가 우연히 소식을 듣고 들렀다고 한다). 이미 온라인 소셜비즈니스 업체(
www.concreate.me)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하니 '역시나' 싶었다. 또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여성팀원은 전체 서비스 기획과 UI, CI 디자인을 맡았고, MIT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팀원들이 각각 프로그래밍과 웹기획을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여러 청년소셜벤쳐, 사회적기업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볼때, '설립미션'에 대한 강한 공감을 바탕으로 의기투합,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조화로운 팀워크를 펼친 < UPID > 팀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하지만 최종 심사결과에서는 아쉽게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아무래도 '온라인 데이팅사업'이 심사위원분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발표내용이 다소 익살스럽게 들렸을 듯하다는 자체분석 결과였다.
1등의 영예는 '뽁뽁이 리무버(remover)' 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