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왕 씨마침 인터뷰 하던 안성시내 한 다방에서 칼을 갈아 달라고 했다. 기왕씨가 그 칼을 갈고 난 후 "이렇게 갈았시유"라며 자신의 작품을 내밀고 있다. 자신의 애마 앞에서.
송상호
'칼의 달인', 그가 안성에 왔다. 그는 매주 목요일이면 안성에 온다. 다른 날은 천안, 평택 등에 다닌다. 그가 안성에 오는 날(12월 1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만났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칼갈이'라고 소개한다. 좀 더 고상하게 이야기 하면 '칼 관리사'다. 이를테면 주치의 개념이다. 식칼은 사용할 동안 내내 갈아줘야 한다. 칼날을 계속해서 관리해주는 사람이란 이야기다.
0.5톤 소형트럭에 칼 가는 기계를 싣고 다닌다. 칼을 수거하면 그 트럭 안에서 기계로 칼을 간다. 트럭이 조그만 이유가 있다. 기계가 그리 크지 않아서도 있지만, 무엇보다 트럭이 작아 아무데나 주차하기에도 좋다.
그는 식당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음식점은 물론이고 학교 식당, 병원 식당, 가정집, 마을회관 등. 칼만 가는 게 아니다. 가위도 간다. 하루에 칼과 가위를 100개 까지도 갈아보았단다.
그가 가는 곳이 거의 식당이다 보니 식사 대접을 많이 받는다. 때론 김밥 같은 간식을 싸주기도 한다. 칼도 갈아주고, 돈도 벌고, 이웃의 정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요즘 실업 서민, 칼갈이로 많이 나서. "최근 2년 사이 부쩍 '칼갈이'들이 늘어난 거 같어유"기왕 씨의 증언이다. 그만해도 그렇다. 거의 11년 동안 치킨 집을 했었다. 그 일이 너무 고되어 육체에 병을 얻고, 가정적인 아픔도 겪었다. 그 후 소위 '백수생활'을 4년이나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