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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중독성 강한 소셜데이팅...인연 찾다가 돈만 날렸네

등록 2011.12.07 14:39수정 2011.12.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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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데이팅 업체 C사. 세 명을 매칭해준다. ⓒ 인터넷 갈무리


'아직 아무도 당신을 선택하지 않으셨네요!'

이성을 원하는 그대에게 이런 메시지가 온다면? 조롱당하는 것처럼 스멀스멀 분노가 차오르고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르겠다. 선택지는 두 가지. '내 탓이오'라며 수긍하거나, 숨은 진주를 못 알아보는 상대를 안타까워하거나. 하지만 양쪽 모두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최근 나에게 하루 세 번, 설레는 일이 생겼다. 엄연히 말하자면 설렘 반, 두려움 반이지만. 매일 특정한 시간대에 나를 설레게 하는 그곳은 바로 소셜데이팅 사이트다.

소셜데이팅 사이트는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성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온라인 소개팅 주선 업체다.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소셜데이팅 사이트는 세 군데. 공식 결혼 커플을 보유한 A사와 B사, 그리고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C사가 바로 그들이다.

소셜데이팅 사이트의 선두주자인 A사는 다소 독특한 가입 절차를 거친다. A사에 가입한다는 것은 'A신국(神國)'이란 나라에 입국 절차를 통과하는 것과 같다. A신국의 A신이 입국 승인(회원가입)을 내리면, 사용자는 하루에 한 명씩 이성을 소개받는다. A신은 대략 운영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B사도 하루에 한 명, 소개팅을 주선해준다. C사는 두 업체와는 다르게 3:3 매칭 시스템을 이용, 하루에 3명의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 운이 좋아 셋 다 마음에 든다 해도 셋 중에 한 사람만 선택할 수 있다.

각 사이트마다 이성을 소개받는 시간은 다르지만, 가입 절차는 비슷하다. 하지만 세 사이트 모두 등록만 한다고 누구나 서비스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씀. 별도의 가입 승인 절차가 있는데, 가입 승인은 지역별 성비와 키워드 프로필의 성실도에 따라 갈린다고 한다.

'나 참, 되게 까다롭네' 싶다가도 머릿속은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할 나만의 키워드 포장에 여념이 없다. '깨끗한 피부'보다는 '꿀 피부'로, '애교 많음'보다는 '살살 녹이는 애교쟁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어쨌든 나는 세 사이트 모두 가입이 승인됐고 하루에 A사와 B사에서 각각 한 명, C사에서 3명, 총 5명의 남성을 소개받고 있다. 팍팍한 생활에 한 줄기 빛이 돼줄 인연,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나의 하루는 소셜데이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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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데이팅 업체 B사. 매칭 3초전의 모습이다. ⓒ 인터넷 갈무리


[오전 9시] 항상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엄마의 잔소리로 아침을 시작하지만, 묘한 설렘에 눈을 뜬다. 꾸물거리다가 씻고 밥 먹고 화장까지 마치면 어느덧 오전 11시. B의 매칭시간인 오전 11시 11분이 코앞이다. 낮 12시 수업에 맞춰가려면 11시쯤 집을 나서야 하지만, 11분 정도야 쿨하게 B사에 투자할 수 있다. 오늘 새롭게 뜬 이성의 사진, 그리고 그의 프로필을 꼼꼼하게 살피기에 스마트폰의 액정은 너무 작기 때문이랄까.

'오늘의 ○○가 도착했습니다. 운명의 상대를 확인해 보세요.'

도착한 메시지에 심장 박동 수는 증폭. 클릭하는 순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C사에서 소개받은 남성은 내 운명을 운운하기 아까운 대상이다. 얼씨구? 이 남자, 프로필에 자신의 외모를 '나도 몰라, 그냥 그렇네'라고 써놨으면서 이상형은 '이쁘면 이쁠수록'이다. 까다로운 가입승인 절차가 무색할 정도로 이 남성의 프로필은 무성의 그 자체였다. B사에서는 상대에게 1점부터 10점까지 매력지수를 줘야 하지만, 미련 없이 집을 나선다. 오늘 하루,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소개팅은 많이 남았으니까.

[낮 12시] 간신히 맞춰간 수업. 출석체크를 하고, 교수님의 강의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30분도 마저 흘려보낸다. 드디어 낮 12시 30분. A사의 매칭 시간이다. 소셜데이팅 사이트의 선발주자답게 A는 자사 어플리케이션도 잘 만들어놨다. 수업시간에 몰래 스마트폰으로 보기도 좋다. 만약 기말고사를 망친다면 당장 A사의 어플리케이션부터 지워야 할 듯.

오늘도 A신은 어김없이 내게 이성을 선물해주셨지만, 썩 호감이 가지 않는다. 오늘 점지 받은 이성은 사진 속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다. 차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걸까. 허세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이 남자, 함께 차 타고 산행할 어여쁜 인연을 만나기 바라며 매력지수는 후하게 줬다. 물론 내 타입은 아니라서 굿바이. 아무래도 강의에 집중해야겠다.

[오후 3~4시] 오후 공강 시간이면 컴퓨터 앞에 앉아 밀린 과제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소셜데이팅 사이트에서 허우적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소셜데이팅 때문에 과제도 미루는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가 맘에 안 들긴 해도 혹시 상대가 날 오케이(OK)하진 않았을까?' '어제 내가 버린 그 남자가 날 OK하지는 않았을까' 기대하며 틈날 때마다 소셜데이팅 사이트를 확인한다. 이런 내 모습이 안타까웠나 보다. 박재면(25)씨는 "차라리 그냥 지하철 역에 나가 헌팅하는 편이 더 빠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슨 소리. '매일매일 주기적인 설렘은 삶의 활력소'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쇼윈도에 걸린 상품처럼 매겨지는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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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데이팅 업체 A사 홈페이지. 평점확인 아이템을 구매해야 평점을 볼 수 있다. ⓒ 인터넷 갈무리


한편으로는 소셜데이팅에 너무 빠져든 건 아닌지 걱정된다. 중독도 중독이거니와 A사와 B사에서 공통적으로 실시하는 매력지수 평가가 여린 마음에 작은 상처를 남겼다. 내가 상대방의 매력지수를 평가할 수 있듯 상대방도 나의 매력에 점수를 던지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평가된 내 매력지수를 마음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아이템을 구입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약'이라며 안 샀는데, 이 쓰잘데기 없는 욕망은 내 지갑에서 4900원을 꺼내 아이템을 사게 만들었다.

매력지수가 평균보다 낮은 날에는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인다. '내가 그렇게 별로인가'라는 생각에 프로필을 훑어보며, 수정·보완 작업을 거친다. 때로는 사진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찜찜하기는 마찬가지. 마치 내가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 같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케이블 방송에서 '제 점수는요~'라는 말이 이토록 잔인한 말인 줄 몰랐다.

[오후 7시~11시] 입으로는 밥이 들어가지만 생각은 소셜데이팅 사이트에 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이성은 없어도 '오늘 당신을 선택한 분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실이니까. 선택받으면 신데렐라지만, 선택받지 못하면 피오나가 된 기분이다. 시계를 보며 오후 11시까지 얼마 남았는지 가늠해 본다. C사의 매칭 시간인 오후 11시가 다가오기 때문. 조신하게 숟가락을 내려놓고 신데렐라처럼 귀가를 서두른다.

C사는 A나 B와는 달리 무려 3명을 한꺼번에 소개해주기 때문에 더욱 기다려진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랬던가. 역시나 끌리는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내겐 내일이 있다. '내일은 괜찮은 인연이 나타날 거야'라고 되뇌며 하루를 정리하면 그만이다.

인연 찾는 데도 돈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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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데이팅 업체 C사. 서로 '좋아요'한 상태에서 연락처를 확인하는 데도 아이템이 필요하다. ⓒ 인터넷 갈무리


C사의 서비스를 처음 접한 날. 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한 분에게 선택 받으셨네요'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소개받은 세 명 중 누가 날 선택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 이 사이트에서 누가 날 선택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누가 나를 선택했을까' 아이템을 구입해야만 했다. 결국, 1만4900원의 거금을 들여 아이템을 질렀다. 물론 밀려오는 것은 후회였다.

'제발 이 사람만큼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날 선택했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친구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비명소리를 내며 경악에 동참해줬다.

덕분에 나는 필요했던 화장품 구입을 미룰 수밖에 없었으며 본전도 못 찾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런 아이템은 30일 동안만 사용가능하다. 아이템의 사용 만료 조건이 횟수가 아니라 기간이었던 것이다. 이는 아무도 나를 선택하지 않은 날에도 아이템이 소진된다는 이야기다. 억울하기 짝이 없다.

얼마 후, C사의 사이트에서 나를 선택한 이성이 마음에 들어 나도 그에게 '좋아요'를 해본 적이 있다. 서로 선택을 하게 되면 '연락처 확인' 메뉴가 생기는데, 이 역시 무료로 확인할 수 없다. 연락처 확인 아이템을 사야만 이성의 연락처 확인 가능하다. 그것도 '30일 이내 5회 사용, 9900원'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으니…. 어이가 없다.

물론 다른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였다. A와 B에서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1회 확인에 3000원대인 'OK권'을 구매(B사 3100원)해야 한다. 나를 택한 남성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더 배 아픈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상대가 마음에 들어 OK 사인을 보냈는데, 상대가 OK 사인을 보내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그 돈은 그냥 날리게 되는 것이다. 하루는 황당해 B사 홍보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그대여... 유리구두 팔아 아이템부터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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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지출 총액 2만2900원! ⓒ 남기인


"학생 입장에서 유료 아이템은 아무래도 부담이 아닐까요?"
"요즘 학생들, 비싼 커피도 잘 사먹죠? 그리고 만약에 서비스 이용을 전체 무료로 하게 되면 서로의 선택이 너무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면 악용될 소지도 있고요."
"하지만 굳이 유료가 아니어도 될 것 같은 아이템도 있지 않나요."
"시스템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유료화하는 부분도 있어요. 일정한 금액을 받음으로써 회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기업 존재의 이유는 이윤 아니었던가.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매달 만 원 이상 지출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나처럼 세 사이트를 모두 이용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금 체계는 더더욱 부담이다.

돈을 매개로 한 인간관계는 진짜가 아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인연마저 '소셜'이라는 단어에 포장돼 판매 품목으로 전락했나 보다. 업체들의 과도한 상업성이 합리적이든 아니든 간에 자신의 인연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이들을 낚기 딱 좋은 상술을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동화 속 신데렐라, 그녀는 자신의 인연을 찾기 위해 유리구두를 살짝 흘리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요새 신데렐라를 꿈꾸는 그녀들은 자신의 인연을 찾기 위해 일단 유리구두를 팔아 금전을 챙기고 아이템부터 구입해야 할 판이다.
#소셜데이팅 #이음 #하소 #코코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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