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연합고사 부활한다고요? 지금도 시험 많다

[주장] 경상남도교육청의 연합고사 부활을 반대하며

등록 2011.12.17 15:08수정 2011.12.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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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상남도 교육청에서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인 연합고사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폐지했던 시험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학력 향상에 있다고 한다.

 

학력향상은 곧 국가경쟁력 강화로 직결된다. 그러나 국가경쟁력 강화는 모두가 공부를 잘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는 대학중퇴자이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뜻을 이룰 사람은 공부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부로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방면에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사회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연합고사 부활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최근 일제고사와 수능시험 성적 공개로 경남의 학력이 전국 하위권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른 시도에 비하여 경남의 성적이 왜 하위권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이후, 경남교육청은 전문계(실업계)를 인문계로 많이 전환해 주었다. 이것은 수능시험 성적이 하위권이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이다. 왜냐하면, 중학교 내신성적이 90%~100%가 되어도 얼마든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가 있기에, 수능시험 성적 공개를 인문계 고등학교로 국한할 때 전국에서 하위권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내신성적이 최하위권이 되어도 인문계로 진학이 가능한데, 굳이 다른 시험을 부활하고자 하는 의도는 어디에 있는지….

 

도교육청에서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중3이 되었을 때, 내신 50%와 연합고사 50%를 합쳐서 고입전형에 반영하고자 한다. 앞으로 중학생들은 내신은 내신대로, 연합고사는 연합고사대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가정경제에 사교육비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 학부모에게 부담을 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또한,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도 더 늘어날 것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기초학력도 다져야 하지만, 몸과 마음이 성장해야 하는 시기이다. 학생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취미활동과 운동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어느 정도 놀아야 공부가 잘 되는 법이다. 책상에 오랫동안 붙어 있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공부는 오직 학습자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연합고사를 부활해야 한다는 또 다른 근거로, 11월 초순에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친 이후에 겨울방학을 할 때까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내신성적 산출시점을 뒤로 늦추면 되는 것이다. 도교육청에서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그것은 시행하고자 하는 의지의 부족으로 생각된다. 현재, 특목고를 비롯하여 전기에 전형을 실시하는 학교의 편리를 봐주기 위해서 내신성적 산출시점을 앞당긴 탓이다. 특목고는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만 반영하거나,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의 성적을 반영하면 될 것이고, 후기에 모집하는 일반계 고등학교는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12월 10일쯤 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합고사를 도입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학력향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중학생들이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준비로 힘든 상황인데, 3학년 1학기까지 열심히 진도를 나가서 2학기에는 오로지 연합고사를 대비한 문제풀이식 수업에 전념한다면, 연합고사에 반영되지 않은 과목의 수업시간은 등한시 되어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중학생들이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한 심신의 성장과 예술적 감수성을 위해서라도 연합고사를 부활해서는 안 된다.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신체와 지식, 감성과 교양을 골고루 함양할 수 있게 어른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2/27일자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2011.12.17 15:0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12/27일자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연합고사 #고입연합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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