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소담한 갤러리의 분위기가 관람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김종성
사진집 참 다양하기도 하다우주가 만들어낸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에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다양성이다. 획일화된 사회일수록 자연미보다 인공미를 좋다 하고, 예술보단 기술이나 기능을 앞세운다. 멀쩡히 잘살고 있는 백로와 그 주거지를 파헤치고 그 위에 학알을 형상화해서 만들었다는 여주 이포보를 4대강 사업의 명품보라고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반 대중들이 쉬이 알아주지 않는데도 오랫동안 꾸준히 사진집을 내고, 구매자가 소량이라 적자 볼 것이 뻔한 데도 신념을 가지고 사진 예술을 추구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다양하기도 한 제목과 모양새의 사진집들을 대하니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다.
평생 논밭에서 일하는 소만을 찍어놓은 사진집, 신묘한 굿의 세계를 촬영해온 사진집, 청중을 찔레꽃처럼 울리던 장사익을 흠모한 나머지 그만 나오는 사진집 등 볼거리, 생각거리가 풍성하다. 사진과 헌책방을 사랑한 책방지기 최종규 시민기자의 책을 발견한 것도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마냥 의외의 기쁨이었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철학적인 세계관을 확립하고 현대 미술의 본거지 뉴욕을 뒤흔든 사진가 김아타부터 내가 좋아하는 도시의 골목길과 그곳의 주민들을 반평생 동안 따라다닌 김기찬,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의 제주도를 재창조해낸 사진가 김영갑의 작품까지 유명작가들의 사진집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 책처럼 사진집에도 문고판 시리즈가 있는 게 눈에 띈다. 국내외 유명 사진가별로 그의 주요 작품과 설명이 작은 책 한 권에 응집되어 있는 데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1만1000원). 평소 관심이 있었던 작가의 삶과 사진이 담긴 사진집을 부담없이 사서 볼 수 있겠다. 골목길 사진가 김기찬과 미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유진 리처드의 사진집을 골랐는데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이지만 소장의 기쁨 못지않게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