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 연내처리, 집안갈등 할 이유가 없다

[주장]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 노심초사 당사자는 종편과 한나라당

등록 2011.12.29 15:21수정 2011.12.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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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종합편성방송채널(종편) 선정 및 승인의 근거가 되는 법은 소위 미디어법이다. 그런데 이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의 위법한 날치기 통과로 헌법재판소로부터 국회 스스로 시정할 것을 권고받았다. 입법기관인 국회를 존중해 시정권고를 했지만, 사실은 위헌 판결을 받은 위헌 법률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종편은 그 근거법부터 시작해 의무전송, 황금채널, 광고직거래 허용 등 불법적 불공정 특혜로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 중 광고직거래 허용 특혜와 관련된 것이 바로 미디어렙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그간 한 목소리로 "종편 원천무효, 승인취소"라는 근본적 틀 안에서 "종편 특혜 저지"를 외쳐왔다. 또한, 광고직거래 특혜를 막기 위해 미디어렙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미디어렙법은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지연책 때문에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독점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을 개정하라고 했음에도 권고한 시한인 2009년 12월을 넘겼다. 지금까지 3년이 넘도록 방치돼 왔다. 이제는 18대 국회의 마감이 코앞에 다가왔다.

급기야 연내 처리를 두고 그간 한 목소리를 내어오던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의 모임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적전 분열의 양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민주통합당은 샌드위치가 돼 오락가락 갈팡질팡이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합의안으로 제시한 '1공영 다민영, 종편 미디어렙 편입 2년 유예, 미디어렙 지분 40%'를 수용해 연내 처리하기로 했다가 27일 수용을 거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28일 의원총회에서는 또 다시 수용하기로 했다.

'조중동방송 퇴출' '조중동방송 저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양측 모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이 내놓은 협상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원칙을 훼손하고, 심지어 미디어렙법을 통해 달성해야 할 입법취지마저도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노조는 반드시 연내 입법을 해야 한다면서도 한나라당 협상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연내 처리'라는 마감 시간에 쫓기면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은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종교방송협의회, 지역방송협의회가 그 주축이다. 미디어렙법의 '무조건 연내 처리'를 주장한다.

그 논지는 '미디어렙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으면 방송광고시장은 무법천지가 되고 종편뿐 아니라 MBC, SBS까지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게 되고 지역방송·종교방송 등 취약 군소 매체는 고사할 수밖에 없어 언론의 다양성이 파괴되며 공영방송 MBC의 공공성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연내 입법은 '최악 막기 위한 차악 수용'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내준 다음에 내년 총선 후 법 개정을 통해 다시 찾아오면 된다고 주장한다.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참여연대, 진보연대 등 445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종편에게 특혜 없는' 미디어렙법의 연내 처리를 주장한다.

그 논지는 '종편 미디어렙 편입과 미디어렙 지분율이라는 두 가지 모두 다 내준 이대로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종편 직접 광고영업과 각 방송사의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보장해 편성·제작과 광고 분리라는 미디어렙 취지 자체를 흔든다' '타협안이 오히려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을 크게 해친다'는 것이다. 일단 여야 합의라는 이름으로 내주게 되면 종편의 특혜는 합법적으로 보장되고, 미디어렙법 제정은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확실성이 담보되지만, 추후 법개정은 여야의 입장이 서로 달라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통합당 스스로 미디어렙법 제정의 당초 원칙과 입법취지를 저버리게 돼 법 개정의 주장 명분이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양측 모두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한 쪽은 이를 위해 한나라당의 법안에는 반대하지만 연내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제시한 합의안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또 타협안이 ▲ 그 동안 민주당이 주장해 온 '1공영 1민영 및 미디어렙 지분 20%' 안이나 언론노조가 주장해 온 '미디어렙 지분 15%' 보다 크게 후퇴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종편이 아무런 규제 없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 '보도·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렙의 원칙과 입법취지에 어긋나며 ▲ 방송과 광고의 유착으로 언론공공성, 보도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며 ▲ 방송사의 미디어렙 최대지분 40%는 최대주주 방송사가 사실상 미디어렙을 단독으로 경영할 수 있게 하는 과도한 지분율로 언론의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며 ▲ 방송의 공정성과 미디어산업의 다양성을 보호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정답은 명확하다. 바로 '조중동 특혜 없는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구도에서 한나라당의 양보없이는 어렵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고 맞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양시론이 아니다. 또한 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 종교방송협의회는 원래 이익단체이고 언론 현업단체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로서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 원칙과 대의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소리를 내던 둘이 단지 '일단 무조건 연내 처리'와 '원안고수 연내 처리 안되면 내년으로'라는 의견의 차이로 서로 생채기를 내며 충돌을 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그 순서가 잘못됐고, 상대 선택이 잘못됐다. 이 때문에 한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분열을 자초하며, 원칙도 책임도 없이 오락가락 갈팡질팡 상대에게 모든 패를 다 보여주면서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필패다. 결국 다 내주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래도'라고 애써 자위하는 참 우스운 꼴 상처투성이가 됐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적과도 타협하면서 왜 가족과는 타협하지 못하는건가?

한나라당과 먼저 타협하고 어느 한쪽에게 수용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먼저 타협하고, 그것을 한나라당에게 요구해야 한다. 재협상 또한 마찬가지고 재재협상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렙법의 입법이 지연된 데에는 3년이 넘게 종편의 눈치를 보며 제출된 법안을 방치해온 한나라당에 책임이 있다.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로 압박을 가해야 할 대상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의 속내는 미디어렙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해야하는 입장이다.

연내 처리를 하지 않고 무법천지가 되면 죽어나는 것은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만이 아니다. 종편 또한 SBS와 MBC에 밀려 고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종편은 여야 국회의원에게 'SBS와 MBC는 미디어렙에 포함시키고 우리만 직접 광고영업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여유만만해 하지만 그 속내는 애지중지 종편을 살리기 위해서, 종편의 요구로 미디어렙법을 연내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으로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 정국에서 대선과 달리 지역기반 총선에 영향력이 큰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의 피해를 무시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언제까지나 무조건 종편 편들기를 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연내 처리되지 않으면 어쩌나 가장 노심초사한 쪽은 바로 종편과 한나라당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나라당과 종편은 속내를 들킬까 드러내놓지만 못하지만 내심으로는 '종편의 요구가 모두 수용된' 이번 합의를 크게 환영하는 것 아닐까.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날치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들이라도 이미 날치기를 다섯 번이나 했으니,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의 날치기를 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단독처리는 하지 않겠다,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결국 종편의 요구대로 종편에게 '경쟁없는 광고직거래'를 보장 해주는 지금의 타협안은 말만 미디어렙법이지 미디어렙법이 아니다. 미디어렙이 무엇인가? 미디어렙은 방송과 광고의 직접 연결을 차단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인데, '조·중·동 종편'에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2년 유예하는 것은 이 대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방송사의 민영 미디어렙 지분을 40%까지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계열 광고 대행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우선 '조중동 특혜 없는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라는 명확한 정답을 쓰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차선으로 정답과 현실을 놓고 내부 합의를 준비해야 한다. '최악 막기 위한 차악 수용'이라고는 하지만 악은 악일 뿐이다. 가장 나쁜 선이 가장 착한 악보다 낫다.

유권자 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답이다. 정답을 두고 진실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 어찌 표를 바라는가? 조정래 선생은 "나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 <쭈니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 <쭈니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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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 개설자,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24인, 현 언소주 사무처장,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면 소비자가 바로 세운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자. 우리 아이들이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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