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타던 사장님의 '쪽팔린' 최후

[인터뷰] 임금 고의 체불 사업자 구속시킨 근로감독관들

등록 2011.12.31 21:17수정 2011.12.3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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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피 같은'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게 구속이라는 물리적 '철퇴'가 떨어졌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용역대금 20억여 원을 수령하고도 근로자 24명의 임금 및 퇴직금 2억여 원을 고의로 체불한 사업주 정아무개(40)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아무개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6차례나 기소된 상습 체불 사업주로, 이번에는 1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접대비, 해외여행 등으로 수천여만 원이나 탕진하고 최신형 외제 고급승용차(BMW528)를 타고 다니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측 설명이다.

임금 체불 사업주의 구속, 확실히 이례적인 경우다. 근로감독관이 잠복근무까지 하며 직접 체포했다고 한다. 또한 1차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풀려난 사업주를 다시 구속시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임금 체불 청산 의지 없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데 성공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명함 받아보니... 근로감독관 및 특별사법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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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서울고용노동청 ⓒ 이정환


지난 23일 '끈질긴 수사'의 주인공들을 만나봤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윤아무개·이아무개 근로감독관(수사 업무 관련 익명 요구)으로부터 수사 과정과 소감 그리고 의미를 들어봤다. 임금 체불 '대응 팁'도 물어봤다. 일단, '특별사법경찰관'이란 직책이 나란히 박혀 있는 명함들의 무게감이 상당했다.

- 근로감독관이 체포했다는 말, 사실 낯설더라.
윤아무개 :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으로, 특수분야 직무를 담당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검사에게 지휘를 받는다든가, 나머지는 경찰과 똑같다. 실무적인 수사 주체로서, 근로기준, 노사조정, 노동조합, 산업안전 등 관계 분야 수사권을 갖고 있다."

- 사업주 체포,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 같다.
윤아무개 : "2011년에는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구속 사례가 12건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최근 수년간 구속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체포 과정은?
윤아무개 : "피해 근로자들 주장의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했다. 사업주에 대한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 주장이 결국 사실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사업주에게 출석을 요구했는데, 이 분이 통화가 되지 않더라. 주소지에 가 봐도 살지 않고, 행방을 찾기도 어려웠다. 문자 메시지로도 모두 16회에 걸쳐 자발적으로 출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럼에도 응하지 않아, 결국 체포영장을 발부 받게 된 것이다."

새벽 4시부터 잠복... 경비실 앞 BMW 목격 후 확신


- 잠복 근무 끝에 직접 체포했다고 들었다.
이아무개 : "사업주 주소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렉서스를 리스한 정보를 입수하고 경기도 모처 아파트로 갔다. 새벽 4시쯤 현장에 도착해 확인해봤는데 렉서스가 보이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BMW를 타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차량 번호를 확보했는데, 아침에 보니까 경비실 앞에 차가 '탁' 서 있는 거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집에서 나오는 피의자를 바로 체포했다."

- 당시 사업주 반응은?
이아무개 : "체포영장을 보여드렸더니 일단 순순히 응하더라."

- 심문에는 순순히 응하던가?
윤아무개 : "모두 부인했다."

- 1차 구속 영장은 왜 기각됐는가.
윤아무개 : "거듭된 출석 불응 탓에 정작 사업주 입장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이 분이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기회를 한 번 더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명을 잘 했다. 당장 몇 천 만 원은 해결하겠다고 청산 의지도 보였었다."

"혐의 모두 부인", "사실 굉장히 힘들었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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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안내 화면 ⓒ www.moel.go.kr


- 그 다음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는가. 
윤아무개 : "국세 등 체납 때문에 법인 통장을 쓸 수 없어, 개인 통장으로 법인 자금을 받아서 근로자 급여를 주거나 기타 사업 경비로 썼다는 것이 사업주 주장이었다. 그래서 본인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여러 번 기회를 줬다. 그럼에도 '있다'고만 하고 우리가 보고자 하는 자료는 제출하지 않더라.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근로자 주장이 사실과 가깝다고 봤지만, 이를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겠다.
윤아무개 : "사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청장님, 과장님 그리고 검사님의 수사 의지가 큰 힘이 됐다. 피해 근로자들이 제출한 자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사업주 개인 통장 입출금 내역과 사용처 등을 꼼꼼히 정리해 놨더라. 이를 바탕으로 체불 기간 중 개인 용도 사용 금액 입증에 수사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임금 체불 와중에 거액을 들여 해외여행을 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아무개 : "IT 업종이 이직이 잦다 보니,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피해 근로자들이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수사 상황을 자주 확인하고, 사업주 위치도 제보하고, 또 탄원서도 직접 써서 제출하는 등 근로자들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원했다."

- 수사 소감은?
이아무개 : "제조업 등 일반 업종과 비교했을 때 용역업체는 폐업 결정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이를 악용하여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위장폐업을 하든가 할 때는, 우리 근로감독관들이 끝까지 추적해서 수사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윤아무개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업주가 형사 처벌을 받는 것보다는, 본인 약속대로, 수 천 만원이라도 청산하기를 바란다. 어쨌든 근로자들을 위해서는 말이다. 지금도 생활고에 시달릴 근로자들을 위해 마음을 바꿔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벌금 내면 종결이다, 민사로 가 봐야 재산이 없으니 소용없다, 이런 식으로 임금 체불을 경시하는 사업주들이 일부 있다. 이번 경우도 사업주가 동종(체불) 전력이 있기 때문에 중한 처벌이 없을 거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체불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사업주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임금 체불 따른 불이익 사업주 느낄 수 있어야"

- 근본적으로는 임금 체불 관련 법 체계가 고쳐져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윤아무개 :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사실 처벌보다는 실익이 목적 아니겠는가. 하지만 민사로 가서는 체불 피해 근로자들이 실익을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행법상, 금품(임금) 체불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이렇게 돼 있다. 임금 체불로 인한 금전적 불이익을 사업주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아무개 : "이번 경우를 예로 보자. 2억 원 정도 체불했지만, 최대로 벌금을 물어도 2천만 원이란 이야기다. 너무 벌금이 약하다. 사업주들이 근로자들 체불 임금을 청산하기보다는 차라리 벌금을 물겠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겠는가."

- 끝으로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겪거나 이를 우려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윤아무개 : "기본적으로 정해진 날짜에 월급을 줘야 하고, 그게 안 될 경우라 하더라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체불 관계를 청산하도록 돼 있다. 15일째가 되면 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주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거나, 몇 개월 있다 준다든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탓에, 정작 나중에는 근로자들이 사실 관계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무엇보다 체불 발생 즉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금 체불? 근로감독관을 빨리 찾아오세요

- 재직 중이라면, 사업주 신고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텐데.
윤아무개 : "그래도 체불 발생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근거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사에 상당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체불 사실 확정 자체만으로도 1년 정도 걸리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1년을 다투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근로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그러니 즉시 근로감독관을 찾아오시라."

이아무개 : "근로계약이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건설업 일용직이나 용역업체 직원일 경우,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못 챙겨 자신의 주장을 잘 못 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근로계약서 교부를 요청해서 꼭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사업주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근로감독관에게 빨리 와서 상의를 하시라."

- 문제 발생 또는 그 이전이라도 근로감독관과 빨리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아무개 : "그렇다. 고용노동부 상담 대표번호는 1350이다. 이를 통해 상담을 받으시거나, 가까운 지역 관서에 가서 상담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윤아무개 : "불안하면 신속하게, 빨리, 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좋다. 그래야 또 다른 일에 매진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근로감독관 #임금체불 #고용노동부 #근로계약서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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