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또 우리에게 전통이란 무엇인가

변화를 거듭하는 일본 시가켄 고카시 미나구치쵸의 산신제

등록 2012.01.04 09:07수정 2012.01.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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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켄 고카시 미나구치쵸 우에 마을 사람들이 지내는 산신단입니다. 마을사람들이 산신단 앞에 제물을 차려 놓고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이제 서서히 마을 사람들 14 세대 가운데 남자들이 와서 참배할 것입니다. 이 산신단은 우에 마을 요시야마진자(吉山神社) 신사 뒤꼍에 있습니다. ⓒ 박현국


우리 생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로 전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사람이나 시대에 때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예로부터 전해져온 것으로 현재 생활이나 삶속에서 유용한 것이 전통입니다.

과거에 유용했고, 앞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뜻이 아니고, 지금 우리 생활에서 가치와 뜻을 지닌 것이 전통입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지켜지고 유지되고 있는 전통은 현재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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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켄 고카시 미나구치쵸 우에 마을 사람들이 지내는 산신단입니다. 마을사람들 가운데 올 해 책임을 맡은 사람 삼대가 산신단 앞에 제물을 차려 놓고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이제 서서히 마을 사람들 9 세대 가운데 남자들이 와서 참배할 것입니다. 이 산신당은 우에 마을 고쿠츄진자(國中神社) 신사 뒤꼍에 있습니다. 산신당 주변을 잡초를 뽑고 정리하는데도 가족이 여섯 시간 걸렸다고 합니다. ⓒ 박현국


최근 새해를 맞이하여 시가켄 여러 곳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몇 년째 같은 곳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갈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 바뀌는지, 어떻게 바뀌는지 여러 가지로 들어보고 물어도 보았습니다.

3일 아침 일찍 시가켄(滋賀県) 고카시(甲賀市) 미나구치쵸(水口町) 우다(宇田) 마을과 우에(植) 마을의 산신제를 보러갔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양력 1월 3일에 산신제를 지냅니다. 우다 마을 80세대 가운데 40세대 정도는 도리가오카 산 입구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그리고 우에 마을 사람들은 요시야마진자 신사 뒤와 고쿠츄진자 신사 뒤로 나누어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이렇게 나누어서 산신제를 지내는 것은 산의 소유권과 성씨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결혼이나 산의 매매 등으로 얽혀있어서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우다 마을 사람들은 아침 일찍 해가 뜨기 전에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라 서둘러서 산신제 제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장 주변은 깨끗이 청소가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마을로 들어가서 30분 이상 서성이다가 겨우 집에서 나오는 마을 사람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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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켄 고카시 미나구치쵸 우다 마을 사람들이 도리가다케(鳥ヶ嶽) 산 입구 등성이에 있는 산신단에 제물을 펼쳐 놓았습니다. ⓒ 박현국


물은 즉, 역시 이곳도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산신제의 중요한 역할을 맡아 오신 분들이 나이가 들어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나서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넘겼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가 드신 분들에 비해서 산신제에 대한 신앙도 약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신제를 지내기도 힘들도 준비하는 것도 번잡스러워서 모든 행사를 축소하고 시간도 아침 9시부터 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옮고 그른지를 떠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세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산신제는 주로 농사의 풍요와 가정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위해서 지냅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도 농사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고, 무사와 무병장수는 병원이나 의료기술, 아니면 보험회사에서 거의 다 돈으로 해결해줍니다. 굳이 산신에게 빌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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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켄 고카시 미나구치쵸 우다 마을 사람 80 세대 가운데 40 세대가 이곳에 산신제에 참가합니다. 먼저 누석단 옆에 있는 냇가에서 돌을 집어서 준비해온 츠도와 함께 누석단에 던집니다. 이때 에토에토라고 합니다. 이것은 새해맞이를 축하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 박현국


이러한 생각이 반영되어서인지 마을 사람들 역시 산신에 대한 열정이나 깊은 신앙심을 내보이지도 않습니다. 참가하는 사람들 역시 예전부터 해 온대로 츠도를 만들어 와 냇가에서 돌멩이를 주워서 누석단에 던지고, 산신단 앞에 가서 가지고 온 밀감과 한줌 쌀을 올려놓고 머리 숙여 인사하고 박수 치는 것으로 마칩니다.


올 산신제를 준비하는 사람 역시 만들어온 금줄을 치고, 간단한 제물을 펼쳐놓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립니다. 마을 사람들 역시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하나 둘 씩 자리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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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석단에 돌을 던지고 다시 산입구에 있는 산신단 앞에 준비해온 밀감과 찰떡이나 쌀을 놓고 절을 합니다. 이곳 도리가다케(鳥ヶ嶽) 산에 있는 산신단에 참배하는 사람은 이곳 도리가다케 산 160 정보의 소유권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 박현국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이 전통이 아닙니다. 전통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통치자들이 자신의 정치 기반과 정치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수단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서민들이 스스로 전통을 만들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전통이고, 왜 그것이 전통인지, 그리고 그 전통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모든 전통을 무시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전통은 물과 같아서 흘러가고 변화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조그마한 의미나 뜻이 있고, 우리 마음을 조금이라고 평화롭게 해 주고 있다면 뜻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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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이 산신단 앞에서 불을 쬐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곳 제물로 올린 쌀을 모아서 이 모닥불에 쌀죽을 끓여서 모두가 나누어 먹으면서 음복을 했었다고 합니다. ⓒ 박현국


전통의 한 부분으로서 산신제는 오래 전부터 전해온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기회로 한 자리에 모이고, 공동의 목표와 선이라고 생각하는 마을과 가정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일은 신앙을 넘어서서 인류의 기본적이 가치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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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 위부터, 우에 마을 사람 14 세대가 지내는 산신단(요시야마진자 신사 뒤), 우에 마을 사람 9 세대가 지내는 산신단(고쿠츄진자 신사 뒤), 우다마는 사람 40 세대가 지내는 산신단(도리가다케 산 입구)입니다. 사진 왼쪽 아래는 시가켄 산신제에서 볼 수 있는 츠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볏짚 안에 작은 돌멩이가 들어있습니다. 옛날에는 찰떡이나 쌀을 쪄서 넣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구당 남자 수의 두 배로 이것을 만들어서 산신단에 가지고 와서 제를 올립니다. 이 사진은 우에 마을 고쿠츄진자 뒤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곳에서 찍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통 #산신제 #츠도 #시가켄(滋賀?) 고카시(甲賀市) #미나구치쵸(水口町) 우다(宇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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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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