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응식 사진전 가는 길1971년 핫팬츠
정민숙
그 유명한 구직 사진에서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커다란 구직이라고 쓰인 글자를 앞에 달고 서 있는 사람 뒤로 양복을 입고 서로 악수하며 웃고 서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다. 사람들이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속에서 저 구직자가 느끼는 비애는 얼마나 클까? 뒤에 악수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이 없었다면 구직의 슬픔이 이렇게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전쟁고아'의 사진에서는 텔레비전에서 본 이라크 전이나 아프가니스탄의 고아들 모습이 겹쳐 보였다. 전쟁고아의 모습은 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같은 모습이 보이는 것일까? '초토화된 인천시가'나 '서울수복일' 사진에서는 모든 것이 부서져 있는 건물모습이 보인다. 전쟁이 나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그 모습이 될 것이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없고 단지 제목만 붙여 놓았지만, 그 사진 만으로도 왜 우리가 전쟁을 하면 안 되는지,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왜 평화만이 살 길인지에 대한 답변이 들린다. 쉽게 전쟁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일인지 사진을 통해 알 수 있으니, <기록의 예술>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해방이 된 시기의 '아침'에서는 함지박에 꽃을 담아 머리에 이고 가는 처녀들의 뒷모습뿐이지만, 발걸음이나 어깨선, 환한 햇살의 에너지는 해방된 세상의 활력이 느껴진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그 순간을 기다렸는지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