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바이욘바이욘 부처의 미소. 흔히 말하는 크메르의 미소
김준식
54개의 얼굴, 그 웅장한 얼굴들 사이로 이어지는 사원의 구석구석에서 우리는 인간이 지상에 건설해 놓은 또 하나의 용화세계를 본다. 부처는 제 각각 모습을 달리하며 언제나 빙그레 웃고 있지만 네게는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기야 천 년이 지난 뒤 타국의 여행자가 그 뜻을 어찌 알겠는가?
단지 그것 자체로 하나의 놀라움이요 신비일 뿐. 여러 개의 돌을 쌓아올려 거기에 다시 부처상을 조각한 그들의 놀라운 솜씨는 차치하고 인간의 종교에 대한 신앙심의 한계와 그 신앙심을 이용해서 이토록 화려한 건축물을 지어낸 권력의 이중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독일을 통일한 비스마르크의 정책이 "철과 피"라면 아마 이 건축물을 만든 왕의 정책은 "돌과 피"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철과 피나 돌과 피 모두 힘없고 여린 백성들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태평성세의 또 다른 이면에는 백성의 소리 죽인 신음이 있다. 그런 생각의 혼란스러움도 이 석조 건축물의 위용 앞에 그저 휙 스쳐갈 뿐 그저 탄성의 연속이었다.
특히 우리가 간 날은 푸른 하늘이 배경이 되어 더욱 신비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탑이었다. 인간의 내면과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가 언어라면 나는 이 거대한 탑 속에서 통로를 잃고 한 참을 헤매고 다녔다.
앙코르 왓트마침내 중심의 건물에 도달했다. 앙코르 와트의 핵심은 의심의 여지없이 긴 회랑의 부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