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에 유람선 띄우기... 충북도 '꼼수 추진', 왜?

상수원보호 구역 해제 논란... 대전·충남엔 사전협의도 없어

등록 2012.01.19 09:25수정 2012.01.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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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댐에서 본 대청호 전경 ⓒ 심규상


'대청호 취수탑(취수원)을 댐 하류로 이전해 규제완화를 꾀한다.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우고 선착장 등 수변에 휴게레저시설을 설치한다'

지난 2011년 12월 말 충북도와 충북 청원·옥천·보은군이 공동 주관한 '대청호유역 친환경 공동발전방안' 최종 용역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용역보고서는 충북지역 대청호 주변 자치단체가 요구한 과업지시를 그대로 반영했다. 용역보고서는 '대청호 유역 발전방안'으로 우선 청원 문의문화재단지-청남대-회남대교-회남대교·장계유원지를 잇는 47㎞ 3개 구간에 유람선 및 도선(교통선)을 띄우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어 배를 타러 찾아오는 탐방객들을 위해 청남대와 대청호 주변 둘레길을 개설하고 음식점 및 공익목적 시설(박물관, 미술관, 연수시설 등), 수상레저 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취수탑 이전 필요한 진짜 이유는 '유람선 띄우기'?

용역보고서는 유람선 및 도선 이용자를 연간 38만 명(최고치인 2022년 기준), 이에 따른 경제효과는 연 평균 23억 원(1인 1만 5000원)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대청호에 있는 취수원인 취수탑(문의, 추동)이 있어 배를 띄우고 주변개발을 하는 데 걸림돌로 등장하자 취수탑을 댐 하류로 이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취수탑 이전 필요성으로 '조류 발생' 등에 따른 수질을 문제 삼고 있지만 속내는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우고, 경관이 좋은 수변을 개발하기 위한 규제를 피하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용역보고서에는 "유람선 및 도선을 운항하고 수변구역 친수 공간 조성을 위해서는 취수탑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대청호 상수원 이전후보지인 대청호 하류(대청댐 보조댐)는 취수지점만 달라질 뿐 취수량은 변함이 없다"며 "취수탑 이전에 따라 취수시설 건설비용과 관로매설, 보상비 등 약 26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수력 발전과 수질개선, 토지이용도 증가 등 편익을 고려하면 이전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크다"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최종용역보고회 이후  취수탑 이전과 유람선 및 도선 운행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환경부를 방문해 배를 띄울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요청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충북도지사가 대전시장을 만나 취수탑 이전 비용의 국비확보를 위한 공동 노력과 유람선 운항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충청민의 식수원, 왜 의견수렴 한쪽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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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는 큰 비가 올때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심규상


하지만 충북도의 이같은 주장은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우선은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있다. 충북도는 유람선 운항 및 취수탑 이전과 관련 대청호를 공동이용하고 있는 대전시 및 충남도와는 아무런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다. 또 충북을 비롯 대전충남의 환경단체 또한 논의대상에서 제외됐다.

충북도뿐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 3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대청호유역 건의사항 개선 및 의견 수렴을 위한 전문가회의'를 개최했지만 자치단체는 충북도와 경기도만을 참여대상으로 했다. 대청호 물을 이용하는 이해당사자인 대전시와 충남도 의견이 배제된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충북도가 아무런 사전 논의조차 없다가 뒤늦게 최종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뒤늦게 취수탑 이전과 배 운항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는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로 세부 검토 후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람선 운항 및 선착장 주변개발을 위해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하자는 발상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특별 관리해도 안 되는데 규제완화하자고?"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대청호보전운동본부 정책연구위원장)는 "대청호에는 해마다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지만 수질개선이 안 되고 있다"며 "특히 대청호는 우리나라 상수원 중 유일하게 조류가 발생하고 그 기간도 길다"고 밝혔다. 이어 "상수원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해도 해결이 안 되는데  오히려 이를 해제, 완화하는 것은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청호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지정에도
연평균 80일 조류발생
대청호에는 1979년부터 1983년 까지 유람선 2척과 도선 2척이 운행됐다. 그러다 상수원 수질 악화와 대통령 휴양지인 청남대 보안 등을 이유로 전면 금지됐다.

1980년 댐 건설과 함께 대청댐 주변 178.37㎢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1990년 7월엔 대청호변 700.07㎢가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각종 개발이 제한돼왔다.

2002년 9월에는 인근 지역이 수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숙박시설 및 접객업소를 비롯 공장, 축산시설, 골프장 등의 입지를 불허했다. 유람선 및 도선업의 허가 불허도 포함됐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도 개인의견을 전제로 "충북도의 용역보고서 내용을 좀 더 검토해 봐야하겠지만 충청지역 주민 350여만 명의 식수원을 수익창출을 위한 관광지 개발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에 일단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대청호는 1997년 전국 최초로 조류예보제를 실시, 관리하고 있지만 연평균 80일 동안 조류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특별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람선 및 도선운항을 했을 경우 생기는 오염원에 대한 우려도 크다.

허 교수는 "유람선 선착장 등 수변공간을 개발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오염원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 진다"며 "대청호로 직접 유입돼 사실상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하려면 접근 달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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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추진중인 대청호 유람선 및 도선 운항노선. 청원 문의문화재단지~청남대~회남대교~회남대교-장계유원지를 잇는 47㎞ 3개 구간에 47km에 이른다. ⓒ 충북도


이에 대해 충북지역 자치단체는 "대청호 주변 주민들의 경우 각종 규제로 사유재산권 침해는 물론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낙후된 지역경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규제완화 및 유람선 운항 및 주변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두고 허 교수는 "댐 주변 지역들의 규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해가 되지만 대청호는 식수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수계관리기금의 효율적 사용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도 "충북 옥천의 장계관광단지 내 놀이시설단지(대청비치랜드, 1992년 개장했다 지난 해 철거됐다) 사례에서 보여지듯 유람선 띄우기는 지역 경제 유발효과가 거의 없다"며 "임시방편적인 처방이 아닌 대청호 주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대청댐은 식수원으로 철저하게 관리돼야 하고 상류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또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두 가치의 상생을 위해서는 국토해양부와 수탁관리기구인 한국수자원공사에 귀속돼 있는 댐 관리권과 이익금을 조정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대청호보전운동본부는 내달 8일 오후 2시 옥천읍사무소에서 충북도의 이같은 용역보고서를 놓고 정책토론회를 벌일 예정이다.
#대청호 #유람선 #취수탑 이전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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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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