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나무강가의 작은 나무로 까치들이 무리지어 날아든다
임재만
공주에는 부여로 가는 백제 큰 길이 있다. 곰나루에서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큰 길이다. 그 길에는 금강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도록 도보가 잘 만들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며 만나는 금강의 풍경은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까치들은 무리를 지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한가로이 날기를 반복하고 갈대들은 햇빛을 가득안고 수줍게 웃고 있다. 더욱이 강가에 외로이 서있는 나무들은 새들의 벗이 되어 금강의 풍경을 더해주고 있다.
해가 서산으로 서서히 떨어진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아주 멋진 모습이다.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당당한 표정이다. 태양은 이미 세상의 중심이 되어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연출하고 있다. 하늘과 금강은 붉은 빛을 토해내며 온 천지를 붉게 색칠을 한다. 세상이 온통 붉다. 어디에서 이런 하늘을 만날 수 있으랴! 마치 꿈속에서 본 듯하다.
산 위에 서서 금강을 애타게 바라보던 태양은 슬그머니 산 아래에 몸을 감춘다. 그러자 하늘빛이 더 붉게 타오른다. 마치 태양이 산 아래에 숨어 요술을 부리는 듯하다. 해는 서산으로 지고 비록 없지만 저녁노을은 절정을 이루고 만다. 그 빛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곱고 황홀하기만 하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산 그림자는 붉은 노을을 슬금슬금 밟으며 강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그 꿈속 같은 저녁풍경에 흠뻑 빠져 넋을 잃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