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승인? 청문회 기다린다"

[인터뷰②] '론스타와의 한판 승부 선언'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록 2012.01.25 10:10수정 2012.01.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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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5일 오전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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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교수. ⓒ 권우성


'론스타 사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데드라인은 이미 정해졌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따라, '론스타 펀드 4호(이하 론스타)'는 1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주식 41.02%를 오는 5월 18일까지 팔아야 한다. 이번달 27일이 첫 번째 고비다. 이날 금융위는 론스타에 대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 2월께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계약에 대한 승인 여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승인 결정이 날 경우, 8년 4개월에 걸친 론스타 사태는 금융정책을 유린한 론스타를 단죄하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또 한 명의 승리자가 된다.

과연, 금융위는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줄까? 전성인 교수는 "금융당국은 절벽으로 향하는 차에서 뛰어내릴 시기를 놓쳤다면서 매각 승인을 내줄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론스타에 자료 제출 요구를 하면 게임은 끝난다"고 말했다.

"론스타에 자료 제출 요구하면, 게임 끝난다"

전 교수는 "지난 5월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론스타의 일본 내 자회사 PGM 홀딩스를 비롯해 누락된 특수관계회사들이 속속 드러났다"며 "금융당국은 당연히 론스타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료 요구만으로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계약이 사실상 깨질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은 3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2월 중순까지 주주명부를 확정해야 한다. 이때까지 인수 승인이 안 나면, 하나금융은 참석 못한다. 론스타의 의결권은 10%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2~4대 주주인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주총 사회권을 갖는다. 이들이 4월 총선 앞두고 론스타와 하나금융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주총 주주명부 기준일을 1월 말로 확정해 달라는 소액주주들의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큰 변수다. 현재 판결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은 2월 15일까지 늦춰달라고 한다. 그때까지 인수 승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 그 계획이 어긋나면 어떻게 되나?
"법원은 한쪽 편을 들지 않을 것이다. 주주명부 확정 기준일이 여유 있게 정해지고 그 전에 인수승인을 받지 않는 한, 론스타에게는 방법이 없다. 5월 18일까지 외환은행 초과보유 주식을 팔아야 하는 론스타는 시장 매각을 선택해야 한다. 살 사람이 없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징벌적 강제매각과 같은 효과가 된다."

- 금융위가 주주명부 확정 기준일 전에 인수 승인을 내준다면?
"론스타는 떠나겠지만, 금융당국은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야권은 총선 후 청문회를 벼르고 있지 않나? 명분도 있고, 이명박 대통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전 교수는 "물밑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김앤장도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가 낸 2003년 이후 주총결의 무효소송에서 김앤장은 재판부에 2007년 감사원 감사 시 금융당국 담당자들의 발언 내용을 담은 문서를 구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도유망한 공무원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인데 김앤장에겐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내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라면, 조직 위해 승인 결정 지연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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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2011년 4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유리창에 외환은행 매각 반대 구호가 붙여있다. ⓒ 유성호


그는 또한 "내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라면, 추가 자료를 요구해 승인 결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이 결정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직을 지키고 국가적으로 소송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정권이 바뀌면 칼날이 들어올 게 명확하다는 것을 실무 공무원들은 알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해도 마찬가지다. 다음 정권에서 주요 직책을 맡을 수 있는 간부급 공무원은 다 다치게 된다. 다들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 총대 메는 사람도 이제 없다. 이미 감사원도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 만약 인수 승인이 나지 않으면, 론스타의 반발이 클 텐데.
"론스타는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론스타가 소송에 나서봤자, 엄청난 과징금과 주식 몰수 수준의 주식 매각 명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론스타 외 주주들이 론스타로부터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인 인수 당시 취득가격(4000원)에 외환은행 주식을 되사는 합의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론스타로서도 이미 투자원금을 배당금으로 챙긴 상황에서, 하나금융에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

- 그 뒤에는 외환은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이 문제는 백면서생인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외환은행을 제값 주고 사서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회사가 인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할 것 같다. 한 때 정치권에서는 산업은행과 결합하는 방안이 거론된 적이 있다. 또한 외환은행 구성원이 주축이 된 우리사주 갖기 운동의 연장선에서 독자생존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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