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재래시장 '좌판'까지 뛰어드시겠어요

[주장] 재벌 후손 사업 확장 막는 것보다 경영권 승계 개혁이 먼저다

등록 2012.01.26 14:51수정 2012.01.26 14:51
0
원고료로 응원

"재벌 2, 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겠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다. (2, 3세들이) 중소기업 업종을 한다고 해도 그런데 소상공인 업종까지 하느냐. 수조원씩 남기면서 그런 거 하면 되겠느냐"-26일 <중앙일보> MB "재벌 2,3세들 취미로 할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 또 12대 300년동안 만석꾼 부를 유지하면서 흉년 땅을 사지 않았던 우리나라 노블레스 오블리주 표상인 경주 최부잣집 예를 들면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때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한 문제"라고 했다.

 

순대는 분식집과 재래시장에서 먹어야 제격

 

집권 초 '기업프랜들리'를 주창했던 이명박 대통령 입에서 조차 대기업 문어발식 확장을 비판할 정도로 재벌 2~3세들 뛰어든 업종을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 3남인 구자학씨가 회장으로 있는 외식업체 '아워홈'은 순대를 판다. 순대는 동네 분식집과 포장마차 그리고 재래시장 자판 먹을거리이지 대기업 업종은 아니다.

 

재벌가 딸들이 벌이는 '빵집' 싸움은 가관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베키아 에 누보' 지분을 가지고 있고, 롯데 신격호 회장 외손녀 장선윤 사장은 '포숑', 현대차 정몽구 회장 딸 정성이 전무도 '오젠'을 운영하면서 동네 빵집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만8000개에 달했던 동네 빵집은 지난해 4000개로 줄었다. 며칠 전 걸어서 30초도 안 걸리는 곳에서 동네 빵집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분을 만났다. 빵집이 잘 되는지 물었더니 '헛웃음'만 지었다. 그분은 이미 빵집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무리 빵을 맛있게 만들어도 재벌가와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확장하기 힘들자,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통해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을 위협하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다. 30대 재벌의 계열사는 2006년 731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1150개로 늘어났다. 해마다 약 84개씩 늘었다는 말이다. 

 

그래도 창업주들은 제조업을 확장하면서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하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 하지만 요즘 재벌가 후손들은 서비스업 중심이고, '먹고 입고 노는' 업종으로 손쉽게 돈을 벌려고 한다(<한겨레> 25일자 '순대, 물티슈, 명품 수입…땅 짚고 헤엄치는 재벌2~3세' 기사 참조).

 

미성년 100억대 주식부자 6명

 

빵집 확장에 열을 올리는 재벌가 딸들은 거미줄처럼 엮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통해 손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물티슈 사업도 유통계열사를 통해 물만난 물고기처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재벌가 후손들이 땀 흘리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배를 불릴 때, 이 땅의 99%와 88만원 세대 젊은이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은 4220원이다. 많은 알바생들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당 72시간(야간교대 근무와 잔업, 휴일특근 포함)의 현장실습을 하던 전남 영광실고 자동차과 3학년인 김아무개(18)군이 중노동에 시달리다 과로로 쓰러졌다.

 

18살 전문계고 학생이 살인적인 노동강도 때문에 쓰러질 때 재벌가 후손들은 앉아서 돈을 번다. 기업정보 제공업체인 <재벌닷컴>은 25일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를 보면, 1억 원 넘게 보유한 만 20살 미만 미성년자는 258명이었다(26일 <한겨레> 100억 넘는 미성년 주식갑부 6명).

 

무엇보다 해마다 미성년 주식 부자는 2009년 187명, 2010년 205명, 2011년 247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 허용수 지에스(GS) 전무의 장남(11살)이 438억 원으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재벌들은 노동계가 파업하면 무노동 무임금을 주장한다. 그럼 11살이 438억원치 주식을 보유한 것은 노동의 대가인가. 아니다. 11살이 438억 원치 주식을 보유한 것은 자본주의 정신에도 맞지 않다.

 

땀 흘리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받은 이들이 서민들을 생각할리가 없다. 그러므로 재벌가들이 빵집과 순대까지 확장하는 것을 윽박지르고 말 것이 아니라 땀흘리지 않고 재산을 물려받는 경영승계를 개혁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벌가 후손들은 빵집과 순대집을 넘어 정화조 사업, 환경미화사업 아니 재래시장 좌판 사업도 뛰어들 것이다. 눈물의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재벌가 후손들이 돈이 된다면 서민들을 생각할 리가 없다. 빵집과 순대는 가지일뿐, 뿌리가 아니다.

2012.01.26 14:51ⓒ 2012 OhmyNews
#재벌 #빵집 #순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