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제민주화 실현' 전면 내세운다

복지국가 건설·일자리 창출 등 '좌클릭'...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무 강화 방향"

등록 2012.01.27 12:06수정 2012.01.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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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희망찾기 시리즈-1탄 보육.교육편 정책간담회를 지켜보며 참석자들의 얘기를 메모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희망찾기 시리즈-1탄 보육.교육편 정책간담회를 지켜보며 참석자들의 얘기를 메모하고 있다.남소연

[기사 보강: 27일 오후 3시 25분]

한나라당이 새로 마련하는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실현'을 넣기로 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산하 정책쇄신분과는 27일 오전 ▲ 복지국가 건설 ▲ 일자리 창출 ▲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골자로 한 정강·정책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이를 오는 30일 비대위 전체회의에 넘기기로 했다. 이 같은 초안이 비대위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확정될 경우, 한나라당의 정책 기조는 종전에 비해 좀 더 왼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특히 '경제민주화 실현'을 전면에 내세워 향후 총·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에 대한 공약도 제시될 수 있다.

정책쇄신분과 자문위원인 권영진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치·경제 중심의 정책우선순위를 복지·일자리 중심으로 돌렸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 건설을 첫번째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로 정하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정강·정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특히, "민주통합당 등은 '경제 민주화'를 분배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거대한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 경쟁의 실현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처럼 재벌들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해해 생존권을 박탈하는 현실은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담아냈는데 이를 통칭해 '경제민주화의 실현'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실현' 조항처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대기업의 제빵·커피 사업 진출이나 MRO(소모성자재 구매 대행) 사업 진출 등에 대해 확실하게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당내에서도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 및 보완, 대기업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각종 정책들을 준비 중이다.

현재 헌법의 '경제민주화 실현' 조항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보수 개념 앞에 이런저런 수식어 붙이는 건 의미 없다"

권 의원은 이와 함께 "정당 중심적 서술이었던 선언 형식의 정강·정책을 대국민 약속 형식으로 바꾸고 제목도 '국민 약속'으로 하기로 했다"며 "국민들의 행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각도로 서술했고, 이런 국민행복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정책 대안들을 10개 과제 및 24개 정책으로 묶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안전 문제에 있어 원칙에 입각해 단호하게 하되, 통일시대를 열어가고 남북의 공동 이익과 번영을 위한 문제에 있어서는 유연하게 대북정책을 펼쳐나간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정강·정책의 보수 삭제 여부에 대해서는 "보수라는 개념 앞에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이는 자체가 의미 없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에 대해서는 분명히 내세웠다"고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 정강·정책 전문에는 "(한나라당은)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는"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발전적'이라는 수식어가 빠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진화·포퓰리즘·과도한 분배지상주의 배격 등의 표현도 완화되거나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국민의 관점에서 (정강·정책을) 서술하면서 정치적으로 극단적 개념의 표현은 삭제하거나 완화하거나 자제했다"며 "일방적 독점과 불균형·불평등을 해소하고 조화로운 공동체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인식 속에 조화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정부·정당의 역할을 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경제민주화 실현'을 전면에 내세운 새 정강·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민희망찾기 시리즈 1탄- 보육·교육편' 정책간담회를 방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새 정강·정책은) 정책쇄신분과에서 활발히 토론을 진행한 뒤 비대위에 올라올 것"이라며 "이후 의원총회 등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재벌에 대한 규제 정책이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동체이지 않나,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책쇄신분과가 마련한 정강·정책 개정안 기조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김종인 비대위원 사퇴설'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그렇게 쓰는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다만, 비대위 1개월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미소만 지은 채 답하지 않았다. 앞서 일부 언론은 '정권 실세 용퇴론'·'보수 삭제 논쟁' 등으로 박 비대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이 서로 불협화음을 겪고 있어 김 비대위원이 조만간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대기업·재벌 규제? 공동체니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희망찾기 시리즈-1탄 보육.교육편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희망찾기 시리즈-1탄 보육.교육편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남소연

한편,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 유보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 문제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어느 날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사퇴 여부는) 고민할 계제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비대위 활동에 만족하나"라는 질문에는 "내가 만족스럽고 할 게 뭐 있나"라며 "나는 할 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럴 시기가 되면 얘기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이제 어떻게 발전되는지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는 '경제민주화 실현' 등이 담긴 정강·정책 개정안이나 추가적인 정책들이 어떻게 수용되는지 추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어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서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다면 그에 입각해 추가적인 정책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정강정책 #경제민주화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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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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