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은 겨울 바다가 그립습니다

[포토에세이] 섬 속의 섬 우도

등록 2012.02.02 14:07수정 2012.02.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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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서빈백사 산호껍데기로 형성된 우도의 서빈백사, 제주의 검은 화산석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잘 어울린다. ⓒ 김민수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많은 이들이 겨울 바다를 그리워한다. 겨울 시린 바닷바람에 시린 가슴을 달래거나 혹은 뜨거운 가슴을 식히기 위함일까? 아니, 한적한 바다 호젓한 바다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여름의 바다라면 사람들이 넘쳐나야 흥겨울테지만, 철지난 바다에도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이유는 바다의 본 모습을 보고 싶어서일게다.


섬 속의 섬 우도, 그날 하늘을 맑고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났다. 봄 같은 겨울 바다. 그 바다에 서서 맞는 겨울바람은 시리지많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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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빈백사 겨울바다를 찾은 이들과 겨울바다를 찾은 제주의 견공 ⓒ 김민수


다녀간 흔적들이 모래 위에 발자욱으로 남아 있다. 파도가 밀려오면, 어두운 밤이면 슬며시 그 발자욱들을 바다는 제 품으로 품어버릴 것이다. 또 누군가 자기를 찾아오면, '당신이 처음이야!'하며 맞이할 수 있도록.

우도에 사는 견공, 그 바다가 지독하게도 그리울 때에는 '너만도 못한 신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으로 들어왔을 때에도 이렇게 절실할까?

지척에 우도를 두고 살 적에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 바다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만. 그 생각만이라는 것이 삶으로 살아지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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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우도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 김민수


바람에 억새의 이파리가 흔들린다. 저렇게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 봄이 오면, 새순이 올라오기 전에 흙으로 돌아가는 그들은 그냥 그렇게 초연하다.


흔들리며 사는 것이 풀꽃이요, 세상살이도 그와 같은데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만큼 자연과 멀어진 삶이라는 반증이다.

남도라지만 간혹 지난 가을에 피었던 갯쑥부쟁이도 피어있고, 유채도 피어났다. 봄을 미리 보는 듯하다. 봄이 저 바다 깊은 곳에서 지난 겨울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는가 싶다. 바다는 완연한 봄빛, 파도가 몇번만 더 땅과 입맞춤을 하면 봄이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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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우도봉을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우도와 바다 ⓒ 김민수


가끔은 뒤를 돌아보면서 살아야 한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라고 채찍질하는 세상,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목적이라고 하는 세상에 파묻혀 사는 것만큼 힘겨운 삶이 어디있을까 싶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서 달려가는 것도 좋다. 산을 오르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정상만 바라보고 가는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야, 뒤처진 이들과 보조도 맞추고, 기다렸다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눌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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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검멀레 섬 속의 섬 우도, 봄바다를 닮은 겨울바다였다. ⓒ 김민수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이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시린 손과 벌게진 코와 온몸의 열기가 다 빠져나오는 듯 입김이 하얗게 겨울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도심에서 맞는 겨울바람은 을씨년스럽다.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은 탁 트인 겨울바다에서 맞는 바람과 다르다. 겨울바다의 바람은 시린마음으로 녹여주지만, 도심의 바람은 시린마음을 더 시리게 만든다.

봄 같은 겨울 바다가 그리운 날이다. 너무 춥다.

덧붙이는 글 | 1월 중순 우도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1월 중순 우도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우도 #제주도 #서빈백사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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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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