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2.02.06 14:13수정 2012.02.06 14:26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6월 공사가 완료된 낙동강사업 합천창녕보(20공구, 합천보)와 창녕함안보(18공구, 함안보)에서 최근 바닥보호공 공사를 하고 있어, '부실설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일 <오마이뉴스>는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낙동강사업 현장 답사를 벌였는데, 합천보·함안보에서 추가 공사 현장이 목격되었다. 조사 내용을 파악한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는 "이대로 두면 보가 두 동강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바닥보호공 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고령강정보와 달성보에서 이미 시작됐는데, 같은 공사가 합천보·함안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낙동강 현장조사를 벌인 '생명의강 연구단'(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시민환경연구소 등)은 지난 1월 16일 보고서를 통해 부실설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생명의강 연구단에 참여했던 박창근 교수는 "고령강정보·달성보는 보강공사를 벌여 부실설계가 드러났는데, 합천보·함안보는 당시 물 속에 있어 확인하지 못했지만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며 "그런데 두 보에 대해 바닥보호공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같은 현상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댐을 보로 설계했으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보호공은 물의 낙차로 인해 바닥이 파이는 걸 막기 위해 블록이나 콘크리트로 설치하는 것이다. 그것은 강바닥 모래 위에 자리하게 돼 있는데, 보호공 아래 모래들이 계속 쓸고 나가면서 유실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닥보호공 공사를 다시 하는 이유는 지난해 여름에 내린 비로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밑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며 "임시 방편으로, 그것도 편법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민간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 이대로 둔다면 보가 두 동강이 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바닥보호공 공사에 들어가면서 보도자료를 준비했다가 배포하지는 않았다"면서 "구조물의 구조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합천창녕보] 보 아래 세굴 현상 발생... 돌망태 등 설치
합천보는 '가동보'(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물을 내려 보내는 구조물)와 '고정보'로 구성돼 있는데, 바닥보호공 공사는 가동보 바로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일요일인 5일, 가동보 바로 아래에는 바지선을 띄워, 대형 크레인을 통해 '철재 빔'을 박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 2개의 가동보 아래에는 모래섬이 만들어져 있었다. SK건설 관계자는 "퇴적된 것이 아니고 모래를 가져와 쌓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합천보 생태공원 쪽 둔치에는 대형 '돌망태'가 무더기로 있었다. '돌망태'를 가동보 바로 아래로 옮겨 바닥보호공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가동보 바로 아래에는 '세굴(洗掘)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세굴현상은 강·바다에서 흐르는 물로 기슭이나 바닥의 바위나 토사가 씻겨 패는 것을 말한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보낸 참고자료를 통해 "바닥보호공 공사는 지난해 홍수기 이후 수심측량 결과 바닥보호공 하류 원지반이 일부 세굴되었다"며 "바닥보호공 하류 원지반 세굴은 구조물의 구조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추가세굴 방지를 위해 바닥보호공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공은 "공사장비는 바지선 3대, 크레인 3대를 투입하고 수중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며, 2월중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수질 오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녕함안보] 수문 위 '대형 매트' 설치 공사 벌여
함안보도 이날 대형 크레인과 바지선을 통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합천보는 가동보 아래 쪽이지만, 함안보는 위 쪽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보 위에 대형 크레인을 갖다 놓고, '대형 매트'를 매달아 강으로 내리고 있었다. 바지선에 있는 사람들은 내려온 '대형 매트'를 강바닥으로 내리기 위해 2명의 잠수부한테 설명을 하거나 줄을 당겨주기도 했다. 잠수부들은 '대형 매트'를 강바닥까지 내려놓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대형 매트'를 설치하는 작업도 바닥보호공 공사의 일부다. 수공은 대형 매트를 수문에서 상류로 당초 10m만 하려다가 이번에 공사를 하면서 20m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공은 "바닥보호공 공사는 지난 홍수기 모니터링 결과, 보 상류부에 대해 추가로 예측이 불가능한 장기적인 하상 변동과 안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수문 상류 구간에 추가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공은 "바닥보호공 확대 설치공사는 사전 바닥면 고르기를 통해 대형 매트를 설치하는 형식의 공법을 적용하여 콘크리트 타설 장비와 잠수부 2명을 투입해 수중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공사는 2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 세굴 현상 곳곳 ... 시멘트 구조물 떨어져 나가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 아래 위쪽 둔치 언덕 곳곳에는 세굴현상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부실공사 흔적이 보였다. 강물이 닿는 둔치 쪽에 세굴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또 흙이 흘러내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철조망 위에 돌을 설치해 놓았지만, 곳곳에서 침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또 시멘트 구조물이 벌어지거나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다. 낙동강 준설작업은 이미 끝난 상태인데, 이날 합천창녕보 바로 아래에는 준설선이 이동 중에 있었다. 준설 관련 장비 옆 강물 위에는 기름으로 보이는 물질이 일부 보이기도 했다. 두 개 보 위에는 사람은 다닐 수 있지만, 차량 통행은 막았다. 휴일을 맞아 대형버스를 타고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보였다.
이날 현장조사에 동행한 이경희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 공동대표는 "공사를 어거지, 날림, 눈가림으로 해놓은 곳이 군데군데 드러나고 있다"며 "공사 현장에 와서 보니 세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대강사업은 거대한 사기극이다. 겉으로는 반듯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공사를 한다면 앞으로 보강공사를 계속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4대강사업 현장에 와보면 분통 터지는 일뿐이다. 준설과 보 공사는 지난해 이미 다 완료했다고 했는데, 아직도 보강공사라며 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한다면 죽어도 완공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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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된 합천보·창녕보 "이대로 두면 두동강" 세굴현상 심화, 돌망태기-대형매트 '땜방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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