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기다리는 수삼들가지런히 정돈된 수삼들
송춘희
내가 이렇게 시골 장날을 좋아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우선 마음이 울적하거나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시장에 오면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시린 손을 불어가며 이른 새벽에 아침을 여는 이들, 코 묻은 작은 돈 하나 하나 세어가며 삶의 기쁨을 느끼는 소박한 시골장에서는 도시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서민들의 노력과 행복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어릴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이 장터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손을 잡고 장에 가면 언제나 어른들은 나를 반겨주셨다. "아무개 손녀 딸 이리와 보라!" 하시며 사탕하나 과자 하나 쥐어 주시던 그 투박하고 거친 손길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다. 그들은 부자도 아니고 넉넉한 살림들도 아니었지만, 욕심이 없으니 늘 마음만은 부자인분들이셨다. 그들이 이 장터에 늘 계시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자라고 살아가면서 잊었던 내 복잡하고 끝없던 욕심들이 어느새 시골장에 들어서면 꼬리를 내리게 된다. 시골장의 소박한 국밥, 눈깔 사탕하나는 일류 호텔의 스테이크보다 커피전문점의 캐러멜 마끼야또 보다 달콤하다.
친구와 나는 수삼 한 채 씩을 사서 손에 쥐고 종종 걸음으로 차에 올랐다. 수삼을 달여 홍삼차 한잔을 만들어 가족들과 때로는 이웃의 친구와 나눠 마실 생각을 하니 어느새 가슴이 훈훈해졌다. 난방이 잘 된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햇살이 너무나 포근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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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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