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3일 오후,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반값 포장마차' 행사에서 김미화씨가 대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최지용
<소셜테이너> 책 표지를 봤을 때, 나는 내 선배들을 떠올렸다. 나를 작은 우물 안에서 꺼내주었던 그들, 그들의 얼굴이 소셜테이너 19명의 얼굴에 오버랩되었다. 내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던 선배들처럼, 19명의 소셜테이너들도 내게 들려줄 이야깃거리를 가득 준비한 채 내가 어서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제 지식의 근원은 책입니다. 여러 미디어가 있지만 책만큼 정보량이 많은 매체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활자매체가 갖는 정보 전달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요즘도 한 주에 한두 권의 책을 읽어요."(프로레슬러 김남훈)'소셜테이너'는 대중문화예술인 19명의 인터뷰 기사를 묶은 책이다. '소셜테이너(Social +entertainer)'는 우리말로 하자면 '사회참여 연예인' 정도로 바꿀 수 있는데 자신의 직업인 가수나, 배우나, 영화감독을 본업으로 하면서도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 삶을 권하는 <공책>이란 책을 낸 배우 공효진, 재일조선학교를 돕는 사회단체 '몽당연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 무공해 비누를 만들어 팬들에게 선물하고, 손수건, 포크 겸용 숟가락, 머그잔까지 챙겨서 들고 다닌다는 배우 박진희 등, 그들을 우리는 소셜테이너라고 부른다.
그들의 '엔터테이너' 대상은 대중이지만, 그들의 '소셜' 부분은 환경이기도 하고, 독도 문제이기도 하고, 제주 해군기지이기도 하고 그 범위는 아마 우리 삶 전체라고 해도 되겠다.
나는 소셜테이너들의 얘기를 편하게 들었지만,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소셜테이너로 알려진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방송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퇴출되다 보니 조심스럽게 사양하는 연예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방송에서 퇴출되는 것은 그들에게는 실직을 의미할 테고, 실직의 두려움은 생존의 문제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본능적인 두려움이기도 하니, 그들을 탓할 수도 없을 테다. 먹고살아야 하는 1차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대중연예인들은 이편이나 저편이 아니라 다 우리 편이어야 해요. 무슨 소리냐 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야 가장 좋은 거라는 말이예요. 그런데 제가 그 사건 때문에 날마다 딱딱한 이미지로 티비 앞에 섰으니 사실 엄청난 손해죠."(방송인 김미화)그들은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이미지를 파는 사람들이다. 그 이미지는 그들의 실체와 일치할 수도 있지만 대중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는 그들의 실체에 덧입혀진 가상의 이미지일 때가 더 많다(물론 이 가상의 이미지도 그들의 노력과 재능에 의해서 구축된다고 할 수 있겠고 김미화씨가 말한 딱딱한 이미지 또한 가상의 이미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들의 이미지를 대중은 소비하게 되는데, 만약 그들의 사회 참여 활동으로 그들의 이미지가 절반의 사람들에게만 소비되게 된다면 그들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들은 그리하여 특정한 포지션 위에서 발언하게 되는, 특정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 이유와 지지 이유가 형성되는 정치인들이랑은 또 다른 것이다.
"저는 소셜테이너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