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주막
이상기
주막에 이르니 툇마루가 있고, 통나무와 흙으로 벽을 만든 초가집이 나타난다. 흙담에 이엉을 얹은 전통 초가집과는 뭔가 다르다. 안내판을 보니 귀틀 초가집이라고 한다. 2008년 10월에 복원한 것으로 전통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현재 이 초가집은 주막의 기능은 하지 않는다. 단지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초가집 안을 들여다보니 농촌과 산촌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왕골로 만든 돗자리, 볏짚으로 만든 맷돌 방석, 나무로 만든 됫박과 함지박,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 다듬이돌, 풀솔 등이 보인다. 그리고 장기도 보이고 눈 신발인 설피도 보인다. 이들 모두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다. 초가집 바깥 벽에는 또한 쟁기와 써레 같은 농기구가 걸려 있다.
초가집 옆에는 물레방아가 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물도 없고 돌아가질 않는다. 물레방아 위에는 개구리를 만들어 앉혔는데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나는 농담 삼아 개구리 왕눈이라고 이름을 붙여 준다. 우리는 이곳 초가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따뜻한 공기와 햇살이 툇마루에 가득 밀려온다. 그 햇살이 봄을 재촉하는 듯하다. 갑자기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이장희의 시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