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전 판사 "판사들, 법원장 부하 직원처럼..."

"대법원장, 법원장을 정점으로 판사들 종속돼 있는 수직적 관료시스템"

등록 2012.02.20 14:53수정 2012.02.20 14:53
0
원고료로 응원
연임(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지난 17일 법복을 벗고 퇴임하면서 사법개혁에 일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20일 "우리 법원은 대법원장, 법원장을 정점으로 판사들이 종속돼 있는 수직적 관료시스템으로, 한마디로 판사들이 부하 직원처럼 돼 있다"고 주장했다.

서기호 전 판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현재 우리나라의 법원 구조는 1인 헌법 독립기관인 재판장 개개인의 독립된 재판이 보장된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수직적 관료시스템"이라며 "대법원장, 법원장을 정점으로 해서 일반 판사들이 거기에 많이 종속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자기가 소신 있게 재판을 하거나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게 좀 차단돼 있고, 어렵게 돼 있다"며 "한마디로 말해 (법원장과의 관계에서 일반 판사들은) 부하 직원처럼 돼 있다"고 비판했다.

판사생활 10년 만에 법복을 벗고 월요일 아침을 맞은 심경에 대해 서 전 판사는 "일단 출근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아주 홀가분하다"고 웃으며 "(법원을 나와) 무소속이 되기는 했지만, 굉장히 많은 분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고, 또 그분들 사이에 소속이 됐기 때문에 더 큰 모임에 소속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전 판사는 지난 17일 서울북부지법 법원장이 마련해 주는 정식 퇴임식이 아닌,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주축이 된 법원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국민과 소통한 우리 법원의 양심 서기호 판사 퇴임식>에 참석해 국민들이 선사하는 '국민판사' 임명장과 '국민법관 서기호'라고 적힌 국민법복을 받았다.

또 19일에는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CVC)에서 '서기호 형제와 사법정의를 위한 미사/문화제'가 열렸고, 오는 27일에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서기호 판사 토크 콘서트'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서 전 판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이와 함께 부친이 "아들아, 사법족쇄 풀렸으니, 이제 넌 자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서 전 판사는 "아버님은 평소에도 저를 많이 지지 격려해 주고, 믿어주시는 편이어서 코드가 맞는다"며 "사법족쇄라는 표현이 굉장히 와 닿았다, 지금 족쇄가 풀린 기분이다"라고 부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판사라는 지위에서 있다 보면 여러 가지 할 말도 못하고 제약이 굉장히 많다. 언론 인터뷰 같은 것도 쉽게 못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답답함을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아버님께서 그런 것을 생각하고 계시다가 저를 격려해 주는 차원에서 말씀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법복을 벗던 날 서울중앙지법, 서울남부지법, 서울서부지법에서 판사회의가 열려 '법관 연임심사의 기준이 불투명하다. 개선해야 된다'는 의견을 모았으나, 자신에 대한 구명 논의까지는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서 전 판사는 "그 부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그는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기 때문에 저의 재임용 탈락 결정이 부당하냐 하지 않느냐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개입하는 형태가 되고, 또 개인적인 문제가 부각되면 필연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책임 문제까지도 논의가 될 수 있어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주제"라고 이해했다.

판사회의 결론과 관련해 "(판사회의에서) 저의 재임용 탈락 결정의 배경이 된 연임심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저의 재임용 탈락 결정이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한 것으로 내용상으로는 당연히 연결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현정 진행자가 '법원장들이 이번 판사회의 건의문을 수용할 거라고 보느냐'고 질문하자, 서 전 판사는 "대법원에서도 판사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을 잘 검토해서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그 문제를 전혀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개선책이 나오는 모양새는 좀 갖추지 않겠냐는 생각은 든다"고 내나봤다.

또 '만약 이번에 제대로 개선이 안 된다면, 들불처럼 전국의 판사들이 일어날 분위기도 감지가 되느냐'라는 질문에 서 전 판사는 "중요한 것은 현재 양승태 대법원장님의 의지"라며 "과거 이용훈 대법원장님 같은 경우에는 그런 부분을 수용해서 많이 개선하려고 했던 분인데,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러한 의지가 있는지..."라고 의문을 달았다.

나아가 '사법파동까지 가겠느냐'라는 질문에 서 전 판사는 "사법파동까지 가려면 (판사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과거 연판장 같은 게 나와야 되는데, 사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그리고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 들어서서는 판사들 사이에서 참 조심스럽다"고 사법부 내의 경직된 분위기를 전했다.

서기호 전 판사는 재임용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이달 말까지 할 예정이다. 법원으로 다시 돌아가 법복을 입고 재판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그는 "지금 법적대응을 통해서 과연 (복직) 가능할지 사실 많은 분들도 좀 의문도 갖고 있는데, 아무튼 일단 노력은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법원으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사법부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돼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있는 만큼, 제 사건을 계기로 그러한 사법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서기호 #연임심사 #사법개혁 #법관평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