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첫 시각장애인 판사... 신임 법관 86명 임관식

대법원장 "법관은 법률지식 적용해 법리적 결론 내리는 직장인 아니다"

등록 2012.02.27 14:18수정 2012.02.27 14:18
0
원고료로 응원
대법원은 2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신임 법관 86명(사법연수원 41기)에 대한 임명식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 신임 검사에 이어 신임 판사도 여성이 55명으로, 남성 31명보다 2배가량 많이 임용돼 법조계 여풍(女風)현상이 두드러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신임 법관 대표에게 직접 법복을 입혀주는 의식을 진행했다. 법복을 입는다는 행위가 갖는 경건함을 일깨우고, 자긍심과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이 바라는 훌륭한 법관이 되라고 격려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이번에 임명장을 받은 신임 법관 중에는 시각장애인 최영(32)씨가 포함돼, 사법사상 최초로 시각장애인 법관이 탄생하게 됐다. 최영 신임 판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으로, 법률 서적을 음성 파일로 변환시켜 들으면서 공부하는 방법으로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에서도 모든 교재를 컴퓨터 파일로 전환해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귀로 듣는 방법으로 학업을 수행했고, 지난 1월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또 신임 법관으로 임명된 판사 중에는 특이경력자도 눈에 띈다. 추진석 신임 판사는 한의사 경력자 중 최초로 임관해 앞으로 광주지법에서 재판하게 된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성욱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성균관대 유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정유미 대전지법 판사도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대형 회계법인 면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법원은 이들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은 재판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창원지법의 강성진 판사와 김민정 판사는 사법연수원 41기 동기로서 부부가 동시에 법관에 임용되는 경사를 맞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재판은 법관이 휘두르는 권력의 칼 아냐"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임명식사에서 "법관은 단순히 법적 전문지식을 특정 사건에 적용해 법리적 결론을 내리는 직장인이 아니다"며 "법관에게는 재판권능이라는 막중한 권한을 주어지만, 그 권한의 이면에는 한없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으로서 결코 법관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의 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으로 첫발을 내딛는 지금, 여러분은 무엇보다 먼저 법관이라는 직분이 갖는 의미와 그 사명에 관해 진지하게 돌아보며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법관은 법원의 핵심 기능인 재판권능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법관이 내리는 재판은 그 법적 강제력에 의해 재판받는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고 사회와 국가의 장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관은 단순히 법적 전문지식을 특정 사건에 적용해 법리적 결론을 내리는 직장인이 아니다"며 "법관은 재판받는 사람의 눈에는 마치 신적(神的)인 존재로까지 비칠 정도의 특별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법관에게는 재판권능이라는 막중한 권한이 주어지지만, 그 권한의 이면에는 한없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으로서 결코 법관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의 칼이 아니다"며 "법관에게 칼이 있다면 가느다란 한 가닥 말총에 매달려 천장에서 그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 가닥에 조그만 상처라도 생긴다면 언제라도 그 칼이 법관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며 "그러면서 법관은 성직자와도 같이 그 직분에 걸맞은 고도의 소명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완벽하게 무장해야 하고, 여러분은 이토록 어려운 직분에 이제 막 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양 대법원장은 또 "법관의 재판권능은 국가의 다른 권력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국민은 영리한 법률전문가이기만 하면 누구라도 법관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우리 사회의 사표가 될 어른이 법관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제 여러분은 국민 앞에 자신을 드러내어 법관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충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믿음을 얻어야 하고, 그러한 믿음을 얻지 못할 때에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재판은 냉소의 대상이 될 뿐인 만큼, 여러분은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신뢰받을 법관의 자격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재판 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며 "재판의 독립 없이는 법원이 헌법적 사명을 다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존속할 수 없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재판도 성역은 아니어서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분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재판에 대한 비판이 그 도를 넘어 표현과 양상이 저급하거나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으로까지 이어지는 유감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이러한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맡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재판의 독립을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어떠한 외풍도 막아 내는 버팀목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여러분 또한 불굴의 용기와 의연한 기개로써 재판 독립을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져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의 독립 역시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때에만 완벽하게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재판의 독립은 법관의 염결성과 성실성, 책임감, 자기희생 등에 의해 쌓이는 믿음에 대한 보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제 여러분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항상 고뇌하고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외롭고 힘든 길이지만, 법관직은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할 영예롭고 고귀한 직분"이라고 법관의 자긍심을 일깨웠다.

그는 끝으로 "유능하고 전도양양한 여러분이 보석같이 빛나는 존재로서 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나간다면 우리는 앞에 놓인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며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진정 존경받고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진정 신뢰받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도록 다 함께 손잡고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신임법관 #양승태 #대법원장 #최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