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시장 입구에는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김경훈
게다가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은 홈플러스의 본사인 테스코가 한국의 규제정책으로 인해 투자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내용을 전한다. 대기업의 과도한 시장 독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은 두렵지 않고 테스코는 두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난 수년간 써먹은 '투자 위축'의 협박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있다.
여전히 그 카드가 유효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대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지 않아야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해야 고용이 활성화된다는 일명 '트리클 다운 이펙트', 낙수효과에 대해서는 보수 언론들조차 부정적이다. 고용없는 성장, 자신들만의 배당잔치로 끝나버리는 성장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고 끊임없이 위를 확장시켜 사회 제도적 모든 양보를 통해 얻게 된 성장의 열매를 포식해왔다.
대형마트만 해도 지역 내 자영업을 퇴출시켰으나 마트 내 일자리들은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파견 근무로 채워져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잠식해버린 상태다. 점차 재벌 2세, 3세들이 나서 새로운 사업 창출과 진출이 아닌 자영업 일거리 빼앗기로 독점을 강화하는 대기업의 영업 행태에 비판여론이 만만치 않다. 더 이상 투자 위축의 협박 카드로 '비즈니스 프렌들리' 하라는 압력은 통하지 않아야 한다.
대형마트의 마케팅, 뇌를 충동질한다대형마트 사장님은 또 이러한 점도 강조한다. 자신들은 질 좋은 상품을 값싸게 파는 데 반해 중소 상인들은 질이 나쁠 수도 있는 것을 비싸게 판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제품이 싸다는 것에도 여러 반박이 가능하다. 묶음 판매에 할인을 적용하지만 알고 보니 전체적으로 중량을 속이기도 하고 특별 판매대에 대박할인 문구를 써놓고서 계산에서는 슬그머니 제값을 받기도 했다. 대량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제품 하나하나 일일이 영수증 가격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저급한 상술이다.
반값 제품, 통큰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마케팅을 하지만 수천 가지 제품에서 필수 소비재가 아닌 몇 가지에만 국한된 할인으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에 기대기도 했다. 과연 대형마트를 통해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는 절약 소비가 가능한지에 대해 이미 회의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히려 저렴한 판매라는 구호는 소비자들의 뇌만 자극하는 마케팅 기재에 지나지 않는다.
할인 판매 전략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뇌를 충동질하는지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학자 브라이언 넛슨의 뇌스캔 장치를 이용한 실험에서 알수 있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고가의 제품을 보면 뇌섬엽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뇌섬엽은 동정, 죄책감, 굴욕, 자부심 같은 사회적 감정을 관장하는 뇌 영역으로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구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저가의 제품 앞에서는 충동을 자극하는 측좌핵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보스턴 대학의 과학저널리즘학 교수인 엘렌 러펠 셸은 <완벽한 가격>이란 저서를 통해 "우리의 측좌핵은 할인제품에 직면하면 아마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환하게 켜질 것이다"라고 재치있게 서술한다. 뇌스캔 장치를 통해 우리가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실은 할인된 제품 혹은 저가의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충동구매욕에 자극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장치 앞에 실시간 노출되어 있다. 당장 지갑 속만 해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기대심'을 창출하는 신용카드가 실시간 우리의 측좌핵을 자극하고 있다. 넛슨의 또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의 뇌를 흥분상태로 만드는 것은 특정한 일이 일어났을 때보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때가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우리의 지갑 안에 있는 신용카드는 '할인을 받을 가능성'으로 우리의 뇌를 격정적인 상태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