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카운터권혁만 사장이 한사코 촬영은 싫다고 해서 목욕탕 카운터를 찍었다. 지금은 권사장의 누님이 카운터를 보고 있다. 42년 가업이 면면이 이어져 오는 곳이다.
송상호
여성과 남성의 목욕탕 이용비율은 7대3. 농촌 인구비율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할머니가 많은 셈이다. 이렇게 단골들 위주로 하다 보니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단다. 목욕탕 오겠다고 전화로 위치 물어보는 사람은 월 2건 정도라니. 이 목욕탕을 없애지 못하는 것도 아버지 권오찬(84세)씨께서 "단골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만두지 못 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연중 3~4명, 목욕탕에 왔다가 사망 처음 권 사장은 정말 놀랐다. 목욕탕에서서 나왔다가 갑자기 쓰러진 어르신 때문이다. 갑작스런 온도차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해서 돌아가신다. 알고 보니 그런 일이 연중 3~4회는 있어왔던 것. 자신이 사장이 되고서야 그 실정을 알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유족들은 고맙다고 하셔요. 목욕 싹 하시고 돌아가셨다는 것과 쓰러지신 고인의 뒷일을 잘해줘서 감사하다고요. 우리가 조의금도 보내요. 오랜 단골이시니까. 장례 끝나고 나면 유족들이 목욕탕으로 찾아와 감사인사를 하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90대 노부부가 목욕하러 오셨다. 아래층에 할머니(95세), 위층에 할아버지(94세)가 목욕하셨다. 위층 할아버지께서 혈압으로 돌아가셨다. 응급차가 와서 실어갔다. 이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말했다.
"아, 그려. 그럼 나는 마자 씻고 갈텡게 기둘려." 그러고는 40분 더 씻고 자택으로 가셨단다. 역시 며칠 뒤 유족들이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왔단다.
어떤 때는 쓰러지신 어르신을 인공호흡 등 응급처치를 잘해서 살리기도 한다고. 119가 출동해 응급차에 실려 갔던 어르신이 살아서 다음에 목욕탕에 오신 일도 있었다. 한 번은 타이밍을 놓쳐 탕에서 돌아가신 어르신도 있다고. 대부분 탕 밖에서 돌아가시지만,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역시 유족들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인사했단다.
이런 이유로 권 사장은 늘 어르신들에게 권유한다. 절대로 급하게 탕에 들어가지 마시라고, 서서히 들어가시라고 신신당부한다. 때밀이 직원에겐 연세 지긋한 어르신은 유심히 지켜보라고 교육하기도 한단다.
남녀 목욕탕 풍경, 달라도 이렇게 달라남자 목욕탕에선 간혹 발가벗고 싸우시는 어르신도 있다고. 원수를 외나무다리, 아니 목욕탕서 만난 경우다. 말다툼 끝에 치고받고 싸우시면 주인 입장에서 참 난감하다고. 여성분들은 말다툼이 고작이란다.
여탕 손님들은 종종 수건을 집에 가져간다고. 남탕 손님은 제한이 없지만, 여탕 손님은 2장만 수건을 지급해도 그렇다. 여탕은 1년 1000장 정도 수건을 갖춰도 항상 모자란다. 남탕은 300장의 수건을 갖추면 간혹 넘친단다. 수건, 칫솔, 면도기 등을 두고 가는 남성이 많아서다. 여성이 가져간 수건으로 집에 가서 세차수건으로 사용하는 걸 직접 목격하기도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