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파랑새가 그린 벽화... 진짜일까

영암 월출산과 강진 무위사... 볼수록 장관이네

등록 2012.03.07 10:59수정 2012.03.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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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 입구에서 바라본 월출산. 정상만 눈이 덮여 신령스럽게 보인다. ⓒ 전용호


달이 뜨는 산, 월출산으로

영암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가수 하춘하가 "달이 뜬다"고 노래한 월출산이 있다. 영암이라는 말은 신령스러운 바위가 있어서 생긴 지명이다. 그 바위가 월출산이 아니겠는가? 월출산은 남도를 가로지르는 국도 2호선에서도 보이고, 땅끝으로 향하는 국도 13호선이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넓은 들에 우뚝 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월출산으로 향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천황사 입구, 경포대, 그리고 도갑사다. 월출산의 웅장한 맛을 느끼려면 천황사 입구로 들어서야 한다. 월출산은 이름 그대로 '달이 뜨는 산'. 아침 일찍 산에 올라 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달을 보러 산에 오르는 것은 뭔가 어색하기만 하다. 근데 산에서 달을 보는 기분이 궁금하기도 하다. 언제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으로 오른다. 산으로 오르는 발걸음이 가볍다. 월출산은 주 등산로는 정상인 천황봉을 오르고 구정봉을 지나 도갑사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천황봉과 구정봉 암릉을 즐기고, 억새가 나풀거리는 능선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산길이다. 애들과 함께 즐기려면 바람폭포 쪽에서 철계단을 올라 구름다리를 돌아 내려오는 길도 있다.

구름다리, 이름 참 잘 지었네

월출산을 찾은 지난 2월 26일. 천황사 쪽에서 구름다리를 건너고, 사자봉 언저리를 돌아 천황봉으로 오를 생각이다. 내려가는 길은 바람폭포 쪽으로 잡으면 4시간 정도 여유 있게 산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산길은 원점회귀로 월출산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천황사는 얼마 전에 불타버렸는데 대적광전과 요사를 새로 지었다. 높은 기단 위에 선 대적광전이 썰렁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구름다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경사길이다. 오르고 또 오르는 길. 길 중간에는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힘들게 왜 올라가?" 그냥 웃음으로 답한다. 물어 본 사람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한 말이다.


가파른 돌계단 길을 바짝 올라가면 팔각정과 구름다리가 여행객을 반긴다. 힘든 산길에서 만난 주황색 구름다리는 계곡 사이로 멋지게 걸렸다.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는 바람을 맞으며 구름다리를 건넌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이 시원하다. 구름다리란 이름이 너무나 아름답다. 구름이 지나가는 곳에 놓인 다리라 구름다리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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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구름다리. 지상 120m, 길이 54m로 발 아래로 풍경이 장관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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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암릉을 자랑하는 월출산. 커다란 바위산이다. ⓒ 전용호



구름다리 아래로 넓은 들판이 바다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남도의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서도 감동을 즐기려고 오랫동안 서성인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온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흔쾌히 카메라를 받아준다.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워하는 기분을 같이 느낀다.

아찔한 기분이 느껴지는 천황봉

다시 또 오르는 길. 바위 사이로, 철계단을 탕탕거리며 오른다. 산길은 한번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더니 산 둘레를 돌아간다. 부드러운 산길을 걷다가 나무 사이로 아름다운 봉우리를 만난다. 천황봉이다. 뾰족하게 선 봉우리는 바위 사이로 소나무들이 삐죽삐죽 나온 게 한 폭의 동양화다.

천황봉 오르는 길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길은 눈꽃이 피었다. 새하얀 눈꽃은 더욱 하얗게 느껴진다. 바람결을 그대로 보여주는 눈꽃은 발걸음을 자구 붙잡는다. 눈꽃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것 같다. 하늘로 통하는 문, 통천문을 지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석문이다. 사람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 배낭을 메고 있어서 이리저리 비틀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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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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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정상 천황봉. 해발 809m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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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정상. 바로 아래로 영암 들판이 내려다보인다. ⓒ 전용호


통천문을 지나고 철계단을 올라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에는 고구마 같은 커다란 표지석이 서있다. 정상은 은 말 그대로 거칠 것 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발 아래로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뒤로는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펼쳐진다. 벼랑에 선 것 같은 아찔한 기분을 느낀다. 809m 높이지만 넓은 평야에 우뚝 선 산정은 아득하기만 하다. 정상 넓은 바위에 앉아서 달뜨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면…. 그냥 상상만 한다.

무위사의 아름다움은 꾸미지 않는 것인데...

월출산을 내려서서 무위사로 향한다. 무위사는 몇 번 찾은 적이 있다. 절집 분위기가 너무 좋아 가끔 왔었다. 입구에 하얀 진돗개가 배를 깔고 누워서 지키고 있는 풍경이 기억난다. 절집 주변에는 봄이면 배추꽃이 노랗게 하늘거리는 풍경도 기억이 난다.

절 이름에서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무위(無爲)라는 뜻은 인위적 조작이 닿지 않은 맨 처음의 진리를 깨달으라는 의미란다. 무위사는 신라시대에 설립돼 도선국사가 중창했고, 가지산문의 선각국사가 머물렀다고 한다. 절 마당에는 선각국사 탑비가 옛 모습 그대로 있다.

무위사를 찾아가는 길은 경포대에서 차밭이 펼쳐지는 풍경을 즐기며 간다. 반듯한 차밭은 보성차밭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잘 지은 차 농사의 깔끔함을 느낀다. 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간 길 끝에 무위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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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에 들렀을 때 무위사 입구의 정겨운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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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단장 중인 무위사 풍경 ⓒ 전용호



어! 언제 일주문이 섰지? 오면서 기대했던 풍경과는 달리 잘생긴 일주문이 자리를 차지하고 섰다. 무위사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커다란 일주문이 들어서고, 진돗개가 지키던 기념품 가게는 일주문 옆에 크고 웅장한 찻집으로 변했다. 새로 정비된 무위사 입구는 삭망하기 그지없다. 이런 풍경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절집으로 들어선다. 마당으로 올라서면 무위사 극락보전이 반긴다. 언제 보아도 단아하고 간결한 느낌의 절집이다.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한껏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선 초기 건축물이다. 조선 세종 때(1430년) 지은 건물로 국보 제13호로 지정돼 있다. 극락보전을 한 바퀴 돈다. 맏배지붕을 받치고 있는 반듯한 서까래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전설의 파랑새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극락보전 안에는 유명한 벽화들이 있다. 현재는 후불벽화와 측면에만 있지만 예전에는 온 벽을 비천상 등으로 가득 채웠다고 한다. 그때 모습을 보지는 못하지만, 지금 있는 후불벽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다. 색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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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 극락보전 뒤편. 간략한 구조가 아름답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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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 극락보전 후불벽화 ⓒ 전용호



이 아름다운 벽화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극락보전을 짓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노인이 찾아와서는 법당의 벽화를 그릴 것이니 49일 동안 절대로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주지 스님은 노인이 벽화를 잘 그리는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마지막 49일이 되는 날 문에 작은 구멍을 뚫어 법당 안을 몰래 들여다보고 말았다.

그런데 법당 안에는 파랑새 한 마리가 붓을 입에 물고 날아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주지 스님이 놀라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지막으로 관음보살의 눈동자를 그리고 있던 파랑새는 입에 붓을 문 채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극락보전의 벽화 속 관음보살에는 눈동자가 없다고 한다.

전설의 파랑새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관음보살을 찾아 부처님 뒤로 돌아들어 간다. 벽 사이 어두운 곳에는 관음보살 눈동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들어선다. 관음보살 눈동자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절집을 나온다.
#월출산 #무위사 #극락보전 #구름다리 #천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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