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바른의 강훈 대표변호사(58)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을 만나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법정에서 밝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초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15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법인 바른에 두 번 정도 가서 자문도 받고 같이 모여서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은 "그 변호사가 저한테 '예를 들자면 길거리에서 분명히 다툼, 싸움을 했는데 이 두 사람 뒤에 각자 조직이 있다면 이것은 더 큰 사건이 된다, 죄가 엄중하다, 그냥 길가다가 다툼이 붙어서 시비가 붙은 건 가벼운 죄일 수 있으나 뒤에 큰 조직의 대표로 나와서 싸운 거라면 엄중한 죄가 되지 않느냐, 그렇기 때문에 너도 너의 뒤에 있는 그런 조직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그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인 걸로 알고 있다"며 "그 분이 사건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시릐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지난 2010년 9월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 과장과 전 공직윤리지원실팀원 권모씨 등과 함께 기소됐다.
당시 1심 재판에서 법무법인 바른은 진 과장을 변호했으며, 이 때 변호를 맡은 사람이 바른의 대표인 강훈 변호사다. 진 과장의 변호에는 또 법무법인 영포가 나섰으며, 장 전 주무관은 다른 법무법인을 변호인으로 내세웠다.
법무법인 바른은 어떤 곳?
지난 1998년 5명의 변호사로 시작한 법무법인 바른은 현재 120명의 변호사, 변리사를 보유한 대형 로펌이다.
바른에는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씨를 꾸짖어 주목받았던 윤경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이곳 대표로 있는 강훈 변호사는 BBK 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다.
바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인사 검증 과정에서였다. 불명예 낙마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지난 2007년 대검 차장으로 퇴직한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가기 전까지 7개월 동안 7억 원의 고액 급여를 받았던 곳이 '바른'이었기 때문. 당시 바른은'한 달에 1억 원'의 급여를 준 것이어서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사실 '바른'은 이 전부터 법조계에서 유명세를 탄 로펌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각종 정부 관련 소송을 싹쓸이해왔기 때문이다.
바른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도곡동 땅 및 다스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소송에서 이 대통령의 처남 故 김재정씨를 변호했고, KBS 정연주 전 사장이 낸 '해임무효 청구 소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변호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미디어법부작위소송'에서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을 변호한 곳도 바른이었다. 이렇게 바른이 '실세 로펌'으로 청와대 관련 사건을 도맡으면서 2010년 상반기에는 대법원 사건을 가장 많이 맡기도 했다.
이외에도 바른은 최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대한통운, 현대그룹 등과도 관계를 맺어 변호활동을 해왔고 2008년 신정아 사건에 연루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변호해 뇌물수수·알선 수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바른은 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변호사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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