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야기>
나한기획
한 오솔길이 있었다. 예쁜 풀꽃들이 바람에 한들거리고 아기 뱀이 하품을 하며 지나가기도 하고, 못난 돌멩이가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작은 길이었다. 또한 해맑은 아이들이 재잘재잘 신나게 달려가고, 띠링 띠링 띠리링 자전거 소리가 노래처럼 들려오는 그런 길이었다.
어느 봄날, 오솔길은 비가 오는 날이면 질퍽하게 젖어 진흙탕이 되고 마는 자신이 못 견디게 싫어졌다. 오솔길의 이런 마음을 알아챘는지 사람들도 자전거를 끌고 가며 불평을 늘어 놓는 일이 많아졌다.
게다가 도시에서 얼마 전에 이사 온 아저씨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어느 날 밤에는 이장님이 풀을 밟아 넘어지는 등, 사람들이 오솔길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잦아진다. 사람들은 '돌멩이 뿐인 길'이라는 등, 없애버리고 다시 만들어야 겠다'는 등 오솔길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가 하면 툭툭 차기도 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나.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오솔길 여기저기를 파헤치고 길가의 나무들을 잘라내더니 넓고 반듯하고 아주 큰 길로 만들어 준 것이다. 오솔길은 이제 더이상 작고 못생긴 예전의 시골길이 아니었다. 오솔길은 말끔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좋아 자기도 모르게 싱글싱글,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오솔길은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었다. 멋진 모습이 되면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자신이 바뀐 지 한참이 지났건만 아무도 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수많은 차들이 쉴 새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통에 오솔길은 매연에 눈이 핑핑 돌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런데 오솔길을 더욱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멋진 모습 때문에 꽃님이 할머니나 학교에서 돌아오던 아이 등,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끊임없이 죽어가는 것이었다.
"다 나 때문이야.""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너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