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곳곳에 붙어 있던 대자보.
안형우
이 안건들은 지난 3월 11일자 전학대회에서 폐기되면서부터(찬성 31명, 반대 23명, 기권 3명)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등록금 투쟁을 도와준 교내구성원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식으로 여러 언론을 통해 다루어져 왔다.
교내에서도 전학대회의 결정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많은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거나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강력히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안건이 재상정되어 두 번째 회의가 열리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사안인 <미화노조투쟁연대교육투쟁안건>은 출석 대의원 49명 중 찬성 45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통과되었다(둘째 안건 표결 시에는 출석 대의원이 53명으로 늘었다). 이는 ▲ 해당 안건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 찬반이 극명히 나뉘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하지만 시간강사 문제는 ▲ 상대적으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고 ▲ 11일 전학대회에서도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였기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첫 안건(미화노조 건) 통과 후 총학생회장의 <시간강사노조투쟁연대교육투쟁안건> 발제에 이어 김영곤 강사노조 위원장(고려대 분회장)이 연단에 올라 시간강사의 투쟁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대의원 및 참관인(표결 권한이 없는 일반 학생들)과 김 위원장 간의 질의응답 이 끝나고 대의원들끼리의 찬반토론이 시작되었으나 발언자는 찬성쪽 2명뿐이었다. 2시 반의 점심시간 후 추가 발언 기회가 주어졌으나 이때도 반대 대의원 및 참관인은 없었다. 그리고 곧 이어 진행된 거수 표결 결과 찬성 36명, 기권 17명으로 통과되었다.
고려대학생, 토론과 대화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 보여줘 이 전학대회에는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첫째는 3월 11일 전학대회와의 차이다. 당시에는 반대가 23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되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반대가 0명, 기권이 17명으로 가결된 것이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사회적 압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를 지켜 본 연은정(23) 씨는 "강사노조의 안건 폐기에 대한 학내·학외 여론의 압박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의 반대측 대의원들이 비판적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