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못지 않은 미모의상과 스타일, 국악에 대한 편견을 깰 만하다. 이 사진을 찍을 때쯤 삼총사는 대중 가수의 공개 방송에 온 아이들처럼 환호하고 있었다.
안도영
지난 겨울 방학이 거의 끝나갈 즈음, 아이의 친구 둘과 함께 서울 남산 국악당을 찾았다. 이름하야,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을 위한 공연 관람. 방학이면 한 번씩 하게 되는 공연 나들이지만, 이번엔 조금은 특별한 경험이었음 싶었다. 나름 고민의 시간을 가지며 선택한 것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가야금 공연.
오늘의 등장 인물은 막 3학년에 올라가는 사내 녀석 셋. 선생님까지 이름을 헛갈려 하는 김재민과 김민재. 그리고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인 김세현. 제 또래 아이들처럼 축구라면 사족을 못 쓰고, 두 걸음이 넘으면 바로 뛰어야 하는 망아지 같은 녀석들이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바람처럼 달려나가는 이 아이들과 국악이라?
"그동안 국악 공연은 한 번도 안 봤는데, 잘 견딜까?"아닌게 아니라 세현 엄마는 걱정 아닌 걱정을 풀어놓는다. 은근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믿는 구석도 없이 이 녀석들을 공연장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다. 이번 공연은 '천주미 가야금병창 창작시리즈 II SHOW!' 가야금 연주자 천주미는 드물게 연주와 노래, 거기에 퍼포먼스가 가능한 인물이다. 공연의 제목을 'SHOW'라고 붙인 것만으로도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었는데. 독특한 시각적인 자극이 있다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객석에 앉은 삼총사는 '어디 한 번 봐 줄까?'하는 표정이었다. 한 곡 한 곡 연주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삼총사의 반응을 살펴봤다. 앞 순서의 가야금 병창 곡은 녀석들 눈높이에 맞지 않은지,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어진 곡은 안도영 작곡의 초연곡 '째깍째깍'. 무대에 선 연주자들은 마치 나무 인형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시계의 초침처럼 연주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 움직이는 그 모습이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경쾌한 리듬에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 흥이 많은 재민이는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켰다. 그 뒤의 공연은 지루할 짬이 없었다.
심지어 공연 직전까지 '시크릿'이었다는 보너스 트랙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였다. 25현 가야금 곡으로 편곡된 곡이 연주되자마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스팽글을 달았다는 천주미의 의상이 '번쩍' 하고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