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이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남소연
2012년은 한국 사회시스템을 전환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 정권교체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상당수준의 복지확충과 분배구조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 의료는 ▲무상의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비 통제기전 마련 등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주장과 의료상업화를 더욱 추진하려는 세력 간의 충돌로 점철되어 왔다.
힘의 균형추는 시장에 있었다. 현재 의료 상업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전국민건강보험으로 간신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의료민영화를 통한 경제성장에만 몰두해 왔다. 여기에 한미FTA 체결로 의료 공공성은 심각하게 침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상의료가 복지정책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으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하자는 운동은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을 넘어 전국민 의료보장의 획기적 강화를 주장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료시스템 개혁논의로 이어져 ▲공공의료 확충 ▲민간 대형병원에 대한 합리적 규제 ▲건강보험 지불제도 등의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무상의료의 실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에서부터 민영화 폐지, 미국을 비롯한 제약·의료·보험자본에 대한 대응, 이익단체들의 반대 극복 등이 그것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보건의료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진정한 무상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짚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어디까지 해야 하나일단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보자. 민주통합당의 경우 단계적 무상의료정책을 내놓았다. 입원비에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본인부담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연간 100~200만 원 이하로 정했다. 또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7년까지 단계적(입원 90%, 외래 60~70%)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환자 간병은 단계적 보험적용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은 2016년까지 치료 목적의 모든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보장률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또 본인이 부담해야 할 연간 병원비 상한선을 100만 원 이하로 잡았다. 아울러 상대 빈곤선 이하 보험료 면제와 간병서비스 보험 적용을 약속하고 있으며 실손민간보험 판매금지도 포함되어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의료에 대한 전문적인 공약은 거의 없다. 의료안전망 기금 조성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정도이며 기금의 구체적 조성방안이나 의료비지원 방안 등은 부재하다.
재원조달방안으로 민주통합당은 ▲정부지원금 30% 확대 ▲사후정산제와 부과대상 확대를, 통합진보당은 ▲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건강보험경감 및 면제 ▲국고 40% 확대 및 대기업 건강보험기금(매출0.1%~1%) 조성 ▲보험료 상한선 폐지(현재 건강보험료는 최대 440만 원을 넘지 않도록 돼 있다. 따라서 고액연봉자라도 440만 원 이상을 내지 않고 있으므로 이 상한선을 폐지해 재원을 조달하자는 것) ▲건강보험 누진률 적용(고소득 체납자들에게 벌칙성 누진률을 적용해 건강보험료를 징수해야 한다는 것) 등을 내놓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부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급여 전면급여화와 비급여 통제, 지불제도 개혁(현재는 같은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검사를 몇 번 받았는지, 의사가 주사를 몇 번 놨는지에 따라 병원비가 달라진다. 이를 바꾸자는 주장)여부 등이다.
재원조달 영역에서는 보편적 보험료 인상 vs. 부유층·대기업 및 국고지원 확대, 간병 및 상병수당(질병 발생 시 임금근로자의 소득상실을 보전해주는 것) 등이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보장률 부분은 상당히 높게 잡고 있으나 상병수당은 제외되어 있고 비급여 통제와 그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지불제도 개혁 등은 빠져있다.
특히 재원조달영역에서 부유층 및 대기업 기여 확대 내용이 제외되어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가장 안정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고 약제비 총액제(건강보험 예산 중 일부를 약제비 총액으로 산정해놓는 것)를 포함한 총액계약제(현재 의료보험공단에선 진료 건수 별로 병원에 돈을 지불하는데, 총액계약제는 예산의 총액을 미리 정해 지급하는 방식) 등 지불제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나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는 것과 상병수당은 빠져있다.
의료공공성 확보 없이는 무상의료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