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민생이나 챙겨라" 후진타오는 말한 적 없다?

이규형 주중 대사 발언 파문... 청와대 왜곡전달 의혹

등록 2012.03.30 12:08수정 2012.03.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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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청와대를 예방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말한 것으로 전해진 '북한은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주중 대사가 부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3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규형 주중 대사는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후 주석이 북한에 민생이나 챙기라는 식의 발언을 했나'라는 질문에 "북중 관계에 비춰 주석이 비난조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며 "(광명성 3호 발사 선언이) 뜻밖의 일이라곤 했으나 비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이어 "그때 내가 딴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도 이 대사가 "그 전언을 듣고 중국을 아는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외라고 생각했다"며 "후 주석의 민생 발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작년 4월 부임한 이 대사는 베이징 대사관에서 정무공사(1999∼2002년)를 지내 중국어가 가능하며, 당시 회담장에서는 양국 정상외에 10여 명이 배석해 정상들의 발언이 상대국 언어로 통역되고 있었다.

만약 이 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정상회담에서 나온 상대국 정상의 발언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왜곡 발표한 것이 된다. 외교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핵안보정상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정상들의 우려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중국의 대표께서도 '북한은 주민들의 민생을 오히려 챙겨야지 수억 달러의 돈을 그렇게 쓰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을 해줬다"고 재차 확인하기까지 했다.


이 대사는 이후 "기록을 확인해보니 후 주석이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더라"며 발언을 정정했으나, 국내 언론이 이 부분을 대서특필 했음에도 해당국 주재 대사가 며칠이 지난 뒤까지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국내 언론 대서특필... 해당국 대사가 몰랐다?

지난 26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후 주석이) 북한은 위성 발사를 포기하고 북한의 민생발전에 집중할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후 주석이 로켓 발사에 대해 원칙적 수준에서 언급하고 말 것으로 예상했던 언론은 이 발언을 "북한 정권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북한 주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대다수의 언론은 그간 국제 무대에서 북한을 옹호만 해왔던 중국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며, 중국이 북한 로켓발사 중단에 적극 나서는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후 주석의 '민생' 발언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후 주석이 "우리는 쉽지 않게 온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가 역전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중국은 각 나라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데 끊임없이 노력하길 원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말만 전했다.
#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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