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천재가 아마조네스에서 살아남는 법

[리뷰] <모차르트 오페라 락>

등록 2012.04.09 16:01수정 2012.04.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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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모차르트 오페라 락 스틸컷

모차르트 오페라 락 스틸컷 ⓒ TBC대구방송


하나의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는 없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그 사건은 A가 되기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B라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모차르트의 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피터 쉐퍼의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의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대립구도를 치열하게 그린다. 비엔나 뮤지컬 <모차르트!>는 아버지 레오폴드에 대한 양가감정과 어린 시절 자아와의 대립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는 위의 두 작품이 다루지 않은 이들인 여성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모차르트를 묘사한다.


<아마데우스> 또는 <모차르트!>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혹은 모차르트와 아버지 레오폴드와의 갈등 구조가 핵심이다. 하지만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다르다. 이전 작품들에서 약화되거나 생략됐던 부수적인 여성 캐릭터들, 이를테면 모차르트의 어머니, 혹은 첫사랑의 여인 및 장모 등이 중점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모차르트!> 속 모차르트는 '파파보이'다. 아버지 레오폴드의 말 한마디면 꼼짝 못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파파보이'에서 한 술 더 뜬다. '파파보이'에 '마마보이'가 추가된다. 아버지 레오폴드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어머니 안나마리아의 말 한마디에도 사족을 못 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씀이라면 모차르트에게는 그 말씀이 곧 '신의 말'이나 다름없다.

어머니라는 한 여성만이라면 좋겠지만 모차르트 주위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자아가 강하다. 여자 성악가 알로이지아의 어머니 세실리아는 모차르트를 발판 삼아 딸 알로이지아가 유명해지길 바란다. 알로이지아 역시 모차르트를 진심으로 사랑하기보다는 그를 이용하여 '출세의 동아줄'을 붙잡길 바란다. 알로이지아가 모차르트를 진심으로 사랑했더라면 파리의 여정에서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맥이 빠져 돌아온 모차르트를 냉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는 알로이지아가 모차르트를 출세의 발판으로 이용했을 뿐임을 시사하는 연출이다.

알로이지아의 어머니 세실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큰 딸 알로이지아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파리로 훌쩍 떠나버린 모차르트가 못내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래서 세실리아는 이번엔 작은 딸 콘스탄체와 결혼할 것을 종용한다. 만일 혼약을 어길 시에는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혼인서약서를 무기로 내세우고 예비 사위를 다짜고짜 윽박지른다. 알로이지아나 예비 장모 세실리아에게 진정한 사랑 따위는 없다.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문의 영광을 위한 동아줄'로 이용하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주위에서 모차르트에게 호의적이자 순종적인 여성은 아내 콘스탄체 밖에 없어보인다. 어머니와 장모, 그리고 첫사랑에게 있어 모차르트는 그저 휘둘리고 이용당하는 약한 남자다. 안나마리아와 알로이지아, 그리고 세실리아라는 '아마조네스' 가운데서 용케 살아남는 남자 아마데우스의 모습은 비단 옛 오스트리아에서만 관찰되는 광경은 아닐 듯하다.

덧붙이는 글 |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4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상연됩니다. 이 글은 NSP통신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덧붙이는 글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4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상연됩니다. 이 글은 NSP통신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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