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투표율은 54.3%였습니다. 11일 오후 9시 현재 새누리 126-민주 107-통합진보 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5% 내외의 피말리는 접전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치러면서 야당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은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했습니다. 특히 이름있는 이들은 투표율 70%를 넘기면 이벤트를 벌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긴머리'가 상징인 소설가 이외수씨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노총각 김제동씨는 장가가고, 명진스님은 빨간 가발에 눈썹은 밀고 승복이 아닌 힙합바지를 입고 개다리춤을 추겠다고 했습니다.
70% 투표율 달성 못해 유명인 '망가진'(?) 모습 못 봐 아쉬워
정치인들도 동참했습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표율 70% 넘으면 광화문 광화문 광장에서 티아라의 롤리폴리 춤 출 것",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각설이",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보라색 염색",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살사춤"을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당선자는 "봉산탈춤"을 추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9일 유투브에 "투표율 70% 넘으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투표율이 54.8%에 거쳐 이들의 '망가진'(?)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간절함 바람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엄지뉴스'가 3만 원 상금을 내걸고 '투표 인증샷 공모'를 실시한 것처럼 하루 종일 유권자들은 투표 인증사진을 올렸습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역대 투표율을 보면 계속 떨어지는 추세로, 어떻게 하면 투표율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절박한 심정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투표율 보니
지난 2002년 이후 재보궐선거를 제외한 역대 투표율을 보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2년 12월 제16대 대선(70.8%), 2007년 12월 제17대 대선 (62.9%)로 5년 만에 7.9%가 떨어졌습니다. 또 2004년 4월 제17대 총선 (60.6%), 2008년 4월 제18대 총선 (46.1%)로 무려 14.5%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006년 5월 제4회 지방선거 (51.6%), 2010년 6월 제5회 지방선거 (54.5%)로 2.9%가 올랐습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반등이 이루어졌지만 전체 추이는 떨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투표는 민주시민의 기본권 중 기본권인데도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특히 투표율이 50%에 머물고, 1위 득표율이 50%라면 25%의 유권자 지지만 받았다는 방증입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위기입니다.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투표율 하락 추세를 '정치혐오증', '정치무관심' 따위에 둡니다. 전혀 틀린 분석은 아닙니다. 하지만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유권자들이 많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시간제 노동자는 경영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동네는 투표일에 수학여행을 떠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공직선거법은 노동자의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투표율 올리는 방법, 투표 시간 연장
그럼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먼저 투표시간 연장이 필요합니다. 현재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재보궐선거는 오후 8시까지입니다. 원래 재보선 투표시간은 6시까지였다가 지난 2004년 재보선부터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했습니다. 그러므로 총선과 대선 역시 투표시간 연장을 논의하고 확정해야 합니다. 트위터 공간에서도 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휴일임에도 쉬지 못하게 하는 회사도 많고, 일용직이나 시간제 알바생들은 설령 쉴 수 있다고 해도 생계 때문에 일을 쉬지 못하는 입장이지요. 출근강제 단속 및 투표시간 연장이 필요합니다.(@thundel)
투표율이, 투표율이ㅠ 무튼 어느 한쪽의 유불리를떠나 투표시간 연장은 논의해야 할 듯, 공휴일 주면 멀해 일하는 사람들 넘 많다.(@verite***)
왜 투표는 6시까지 하는 거야. 퇴근하고도 투표할 수 있게 시간 연장 안 해주나? 그리고 왜 투표장은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곳에 있는 거야. 백화점에도 영화관에도 투표장 만들어 주면 안 되나? 안 되겠지. 그래 그럴거야.(@pool***)
자영업자들이나 생산직 노동자들은 출근을 많이 하니까 구조적으로 투표율이 70~80되기 어려운 분위기인데, 이것 참 투표시간을 연장하든지, 방법이 없나.(@hkim***)
법 개정해서라도 투표시간 연장합시다! 휴무 아닌 데가 너무 많아요!(@superluck****)
민주시민으로서 가장 기본권인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투표할 수 없는 환경 역시 큽니다. 이는 제도를 통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투표시간 연장은 투표율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미국식 조기투표도 한 방안
물론 투표시간 연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대비해 부재자 투표가 있지만 역시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미국 일부 주가 시행하고 있는'조기투표제'(早期投票, early Vote/early ballot). 조기투표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선거 당일의 혼잡을 막기 위해 선거일 이전에 투표소 일부를 조기 가동하는 제도로 미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주정부가 카운티(주 아래 행정단위)별로 투표소 일부를 미리 가동해 투표를 하게 하는데, 유권자들은 누구나 자신이 편리한 날을 택해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네이버 백과사전 '조기투표')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가 행정체제가 달라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사전에 투표함으로써 투표율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은 분명합니다.
투표의무제 도입도 검토해야
그리고 '투표의무제' 도입도 검토해야 합니다. 기권도 또 다른 권리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투표하지 않음으로써 입는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안다면 투표를 강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 중에서 호주, 벨기에, 스위스가 투표에 불참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들 선진국이 투표 강제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주의에서 투표가 기본권 중의 기본권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투표율 더 이상 독려만으로는 높일 수 없음을 19대 총선은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법과 제도를 통해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간구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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