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경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텍스트와 이미지 사이’를 다룬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는 장르를 가로막는 경계를 풀어헤치며 지평을 드넓힌 새로운 예술을 품는다
그린비
"광고포스터 속에서 텍스트와 이미지가 함께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있는 그대로를 읽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읽을 수 없었던 것을 '읽을 수 있게',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동일한 목표 아래에서 텍스트는 순차적인 이미지가, 이미지는 공간화 된 텍스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88쪽 몇 토막 조윤경이 지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를 다룬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는 장르를 가로막는 경계를 풀어헤치며 지평을 드넓힌 새로운 예술을 품는다. 그림 안에 단어나 문장을 넣었던 르네 마그리트, 시어들을 그림 형태로 놓은 기욤 아폴리네르, 글씨를 쓴다는 것, 그 뜻을 파헤친 피터 그리너웨이 등 여러 예술가들 작품을 선보인다.
1장 '시인의 그림과 화가의 시', 2장 '시와 삽화, 그 겹의 언어', 3장 '광고포스터와 이미지-텍스트' 4장 '영화 속 매체화된 몸과 에로스의 글쓰기', 5장 '캘리그램과 문자·시각언어 구사력', 6장 '통합적 예술 매체로서의 책' 등 25꼭지가 그것. 글쓴이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때로는 시로, 때로는 삽화로, 때로는 포스트 이미지로 드러낸다.
조윤경은 머리글에서 "하늘과 땅 사이, 바다와 육지 사이, 나와 타자 사이, 나와 또다른 나 사이에 있는 접경지대는 이질적인 것을 연결하고 인간과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항의 장소"라며 "관념과 구체, 이성과 광기,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접경지대에 샘이 고인다"고 적었다.
그는 "그 샘물이 모든 생명을 적시고 키운다"라며 "그 샘물을 길어올려 사람들은 물을 마시고 밥을 짓고 빵을 만든다"고 썼다. "중간, 사이, 틈새의 장소에 서 봐야 비로소 일상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성과 속을 아우르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와 그림도 그 샘물로 짓고, 그 샘물로 그리는 것 아니겠는가.
"'필로우북'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글쓰기, 즉 종이 위의 글쓰기, 필름 위의 글쓰기, 몸 위의 글쓰기 방식은 서로 겹쳐지고 침투하면서 에로스의 글쓰기를 창출해냈다. 이 영화에서 강조되는 '침해의 기쁨'은 에로티시즘의 핵심을 이룬다. 성스러움과 속됨, 관능과 폭력,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병치, 나열, 결합되는 것은 남녀의 완벽한 융합을 이루는 사랑의 행위로 상징화되었다"-115쪽 몇 토막 이 책은 빛나는 상상력과 기발한 실험을 통해 장르 사이에 놓인 경계를 풀어헤치고, 이를 통해 예술이라는 지평을 드넓힌 '새로운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글쓴이는 '글자는 읽는 것이고 그림은 보는 것'이라는 당연한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그것을 뒤집었던, 나아가 이 둘을 하나로 만들었던 이들이 지닌 작품세계를 꼼꼼하게 엿본다.
조윤경(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은 이화여자대학교 불문과 및 대학원을 마쳤으며, 프랑스 파리3대학교에서 초현실주의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펴낸 책으로는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상상력>, <초현실주의와 몸의 상상력>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MADE IN USA : 미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 <스물한 편의 연애편지>가 있다.
사람이 매체를 만들고 매체가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