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을 투표함 훼손, 정권의 부정선거로 몰긴 무리

진중권 "강남을 투표함 부정선거 제기, 다음 승리 놓쳐"

등록 2012.04.14 09:08수정 2012.04.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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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정사에 1960년 3월 15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날입니다.  그 날은 4대 대통령 선거와 5대 부통령 선거를 치르는 날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독재자 이승만 자유당은 선거 앞날(14일)부터 온갖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자유당은 모든 투표함에 이승만과 이기붕 이름이 찍혀 있는 위조 투표용지를 무더기로 집어넣었고, 한 사람이 투표용지를 20장까지 가져가는 선거조작을 태연하게 자행했습니다. 특히 자유당은 야당인 민주당 선거 관리인들을 투표소에서 내쫓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이기붕이 100%에 가까운 몰표가 나오자 독재자 이승만 국무위원들은 놀란 나머지 이승만은 80%, 이기붕은 70~75%로 조정하라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1960년 3.15부정선거 악몽과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는 부정선거

민주국가에서 정부통령이 100%에 가까운 득표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은 완벽한 부정선거를 통해 이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북한 김일성 왕조가 선거만 하면 투표율 100%, 찬성 100%를 자랑하는데 대한민국도 50년 전에는 이것이 현실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3·15선거는 선거가 아니라 선거의 이름 하에 이루어진 국민주권에 대한 포악한 강도 행위"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승만 독재정권은 붕괴했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박정희도 부정선거를 저질렀습니다. 1971년 4월 27일에 치러진  7대 대통령 선거입니다. 박정희는 6,342,828표, 경쟁자인 김대중은 5,395,900표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고, 투개표에서 졌다고 할 정도로 당시 선거는 부정선거였습니다.  

"대구 공무원들은 자유 투표를 하지 못하고, 사전에 박 대통령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 사전 투표용지를 넣고, 자기 투표용지는 여당 선거대책본부에 제출했다. 야당 지지자들에게는 이장과 반장이 아예 투표용지를 주지 않아 기권시켜 버렸다. 그 기권표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나는 선거에서 이기고 투개표에서 졌다. 전문가들은 공정하게 선거를 치렀으면 내가 약 100만표 정도는 앞섰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중앙정보부의 선거 부정 공작과 지역감정 조장에 졌다.(<김대중자서전> 1권,250쪽)


그런데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투표함 일부가 훼손되거나 봉인이 되지 않아 누리꾼들 사이에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습니다. 문제가 된 투표함은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한미FTA로 정면 대결한 강남을 지역구의 투표함입니다. 강남을 투표함은 총 55개인데 20개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2012년 4월 강남을 미봉인 투표함 발견, 선관위는 부정선거 일축


 봉인 안된 것으로 드러난 서울 강남을 개포1동 제5투표소 투표함. 사진은 정동영 후보 참관인 황유정 비서가 찍었다.
봉인 안된 것으로 드러난 서울 강남을 개포1동 제5투표소 투표함. 사진은 정동영 후보 참관인 황유정 비서가 찍었다.황유정

<한겨레> 인터넷판 <하니>에 따르면 민주당 쪽 투표참관인 ㄱ씨는 개포1동 제5투표소(구룡마을) 투표장에서 목격했던 투표함 봉인 상태와 다른 투표함이 개표장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조국래 강남을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은 13일 "투입구는 테이프로 붙이고 날인해야 하는데, 봉인·봉쇄를 못한 채 뚜껑을 덮고 겉에만 봉인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지만 투표부정이 개입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투표함이 한 두개는 몰라도 20개나 훼손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독재자들이 부정선거를 자행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뼈아픈 역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투표함 관리가 이렇게 부실하면 8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는 더 불신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선관위는 지난 해 10월 26일 재보궐 선거때 디도스 공격으로 신뢰에 이미 금이 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한복판 그것도 한미FTA를 두고 첨예한 경쟁을 했던 지역에서 투표함 훼손과 미봉인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선관위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강남을 투표함 훼손, 과연 부정선거인가?

 다음<뷰>에는 강남을 투표함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뷰>에는 강남을 투표함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뷰

그런데 여기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누리꾼들 주장 역시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투표함이 훼손되고, 봉인이 되지 않았다고해서 강남을 선관위가 조직적으로 투표함 바꿔치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한 투표용지를 넣었다는 증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승만-박정희 두 독재정권때처럼 이명박 정권과 강남을 선관위가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정선거 논란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때는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수구세력 "노무현는 전자개표조작한 가짜 대통령"

지난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수구세력은 '전자개표기'를 조작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끊임없이 제기했었습니다. 특히 지난 2005년 10월에는 '전자개표기로 무너진 민주헌정 회복을 위한 모임'은 "중앙선관위가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려 전자개표기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국민을 속여 부정선거를 저질렀기 때문에 이 선거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라는 내용을 5개 주요 일간지에 광고까지 냈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은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지난 2009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조원철 부장판사)는 "전자개표기의 도입 과정과 개표 과정, 광고 내용과 표현 방법에 비춰볼 때 16대 대선이 법적 근거도 없이 전자개표기를 이용해 개표 조작을 한 부정선거라고 한 광고 내용은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1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허위라고 판결을 내렸는데도 아직도 수구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이 전자개표 조작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자신과 다른 세력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진중권 "강남을 투표함 부정선거 제기, 다음 승리 놓쳐" 

이런 점에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 합니다. 진 교수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부정선거 의혹은 선거 때마다 제기되다"면서 "물론 모두 헛발질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패배의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 패배를 부정선거 탓으로 돌리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현실인식을 그르쳐 다음 승리까지 놓치게 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앞서는데 뭐하러 부정선거를 하나요? 부정선거란 건 패배가 예상될 때 무리하게 하는 거"라면서 "게다가 출구조사 결과도 큰 차이로 나왔던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선에서 끝내야지, 문제를 부풀릴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선관위가 투표함을 잘 관리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이를 이명박 정권 차원의 부정선거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하세요. 김종훈이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모두에서 큰 차이로 앞섰다"며 "부정선거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그건 그냥 실수로 봐야 합니다. 아울러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건 중도층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지 않겠죠"라고 했습니다.

상황 자체가 부정선거를 저지를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정선거로 몰아가면 갈수록 오히려 중도세력 지지만 잃는다는 충고입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때도 이명박 정권 차원이나 선관위 내부세력의 소행 의혹을 제기했지만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지금 특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도스 논란이 이번 선거 결과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음이 드러났습니다.

강남을 투표함 훼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백한 물증과 자료 그리고 증거, 증언없이 제기되는 의혹은 불신만 낳을 뿐입니다. 정권 차원의 부정선거 의혹만 제기하다가 미래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과거를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를 묻는 선거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2007년 17대 대선이 증명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남을 #투표함 훼손 #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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