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옥산(59)씨가 막내 태걸이를 등에 업고 셋째 태호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정혁
호기심 많은 첫째 태영이와 듬직한 둘째 태웅이는 엄마가, 귀염둥이 막내 호걸이는 할머니, 순둥이 셋째 태호는 베이비시터가 육아를 맡고 있다. 아이들 이름이 없을 때 병원에서는 차례대로 1~4번으로 불렀다. 지금은 이름이 있지만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번호를 부른단다.
네쌍둥이는 첫 생일을 앞두고 있다. 오는 5월 11일에는 태영이와 태웅이가, 6월 7일에는 태호와 태걸이가 첫 돌잔치 상을 받는다. 주변 지인과 처가에서 준비했다.
이름을 지을 때도 처가에서 도움을 줬다. 아빠 윤수일씨는 '신화창조'를 제안했고, 외할아버지는 '대한민국', '열혈남아', '춘하추동' 등을 골랐지만 모두가 외할머니 반대했다. 결국 지인의 도움을 받아 '영웅호걸'이 낙점됐다.
엄마 문씨는 인터뷰 시간 동안 "싼 거" "최저"라는 말을 자주 썼다. 경제적인 부분을 말할 때는 얼굴에 그늘이 생겼지만, 아이가 기어와 안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으며 눈을 맞췄다.
'영웅호걸'은 하루에 800g 분유 한 통씩을 해치운다. 소비되는 기저귀 양도 만만치 않다. 한 달 생활비 50% 이상이 아이들에게 쓰인다. 가장 저렴한 걸로 쓴다지만 한 달 평균 분유 값만 60만 원이고, 기저귀는 젖지 않은 부분을 잘라 테이프로 붙여 사용해도 45만 원가량 든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 탓에 한 달 도시가스비도 30만 원이 넘기 일쑤다. 지난해 산 옷들은 벌써 입지 못할 정도로 훌쩍 커버렸고, 하루에 2~3번 세탁기를 돌릴 정도로 빨래도 많다.
"나라에서 키워준다고? 한 번 낳아 보세요"문씨와 할머니 손씨는 "경제적인 문제 생각하면 일을 해야 하는데, 앞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문씨는 아이들 임신한 뒤 생긴 허리 디스크로 힘들어 하고 있다.
손씨는 "아기가 아프더라도 말을 할 때 아팠으면 좋겠다"며 "울면서 보채는 아이를 보면 대신 아프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아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모두가 앓기 때문에 칭얼거리는 아이 보느라 밤잠 설치는 일이 다반사다. 식사도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먹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한 지가 언제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