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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새 봄, 새 옷 갈아입은 전통뮤지컬 '미소MISO-춘향연가'

등록 2012.04.24 17:30수정 2012.04.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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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소(MISO)-춘향연가'의 마지막 장면. 이몽룡(최석열 분)과 성춘향(김지영 분)이 극적으로 재회하고 있다.

'미소(MISO)-춘향연가'의 마지막 장면. 이몽룡(최석열 분)과 성춘향(김지영 분)이 극적으로 재회하고 있다. ⓒ 박순영


햇살이 가득한 봄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우리 문화를 체험해 보면 어떨까?

그간 우리 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던 전통뮤지컬 '미소(MISO)-춘향연가'가 지난 18일 세 번째 버전으로 오픈했다. 정동극장 '미소(MISO)-춘향연가'는 1995년 정동극장 개관 이후 1997년 재단법인 정동극장 출범과 동시에 '전통예술무대' 공연을 시작으로 2000년 상설공연을 하였다. 2008년부터 공연명을 '미소'로 변경하여, 고전 소설인 '춘향전'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국의 춤, 기악, 풍물, 소리 등 한국 전통 예술의 총 집적체로 2009년부터 공연되었다. 이 공연은 매년 작품을 수정 보완하여, 더욱 완성도 높은 우리 문화 알림이 역할을 해왔다.


'미소(MISO)'의 첫 번째 버전은 관객에게 우리의 풍습과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춘향, 몽룡의 초야 장면과 결혼 풍속의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보여줬다. 두 번째 버전은 변학도를 폭군이기보다 사랑에 올인하는 감정적 인물로 부각시키고, 작품의 주제가를 제작하여 '미소 크로스오버 K-POP'이란 공연으로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 결과 '미소(MISO)'는 한류의 중심에 선 공연으로 <KBS>에 소개되고, 280석 공연장에 16000명의 관객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동안 '미소(MISO)'를 관람한 관객은 85%가 외국인이다. 매년 600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남기며, 전통 공연 최초로 지난 15년간 총 4200회 공연, 72만 명 이상의 관람객에게 한국전통 예술의 찬란한 '미'와 구성진 '멋', '흥' 등을 선사하며, 65개국 110여개 도시에서 해외공연을 진행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세계유네스코 세계 대회 초청 공연, 상해엑스포 폐막 초청 공연, 한·일축제한마당 특별초청 공연,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특별 공연, 세계은행·기획재정부 공동주최 개발경제 컨퍼런스 공연 등 각종 국제행사 및 해외 공연에 초청되어, 세계적인 공연으로 호평을 받으며 명품 전통 공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a  2012 '미소(MISO)-춘향연가'는 외국인 관객이 좋아하는 사물과 체험이 오프닝 무대로 마련된다.

2012 '미소(MISO)-춘향연가'는 외국인 관객이 좋아하는 사물과 체험이 오프닝 무대로 마련된다. ⓒ 박순영


또한, 정동극장 경주관에서 작년 7월부터 공연 중인 '미소MISO2-신국의 땅 신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한 관광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경주 지역 공연관광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해 내었다. 공연 첫 해 5만 관객을 유치, 관객만족도 91%에 이르는 고품격 브랜드로서 경주의 야간 볼거리, 숙박으로 머무는 관광 콘텐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세 번째로 옷을 갈아입은 2012 '미소-춘향연가'는 춘향을 향한 두 남자-몽룡과 학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도도하고 저돌적인 춘향은 양반 집안의 전형적인 도령 몽룡과 사랑에 빠지고, 소유욕이 강한 학도로부터 일방적인 사랑의 괴롭힘을 당한다. 사랑을 지키려는 당찬 춘향과 이지적인 양반 도련님 몽룡, 섬세한 성격으로 사랑을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학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18일 열린 시연회에서 본 '미소-춘향연가'는 한 마디의 대사 없이 간혹 "몽룡" 등의 짧은 단어만으로도 의미 전달이 충분하다. 흡사 마임과도 같은 모습으로 한국 전통 춤과 사물놀이, 전통 연희 형식 안에서 아주 자유롭고도 깔끔한 정제미를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외국인 관광객이 대사 없이 이야기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처음의 궁금증은 공연을 보는 동안 곧 사라졌다.

춘향과 몽룡, 학도의 사랑이야기로 들어서기에 앞서서 전통춤, 사물놀이, 풍물, 상모돌리기, 윷놀이 등 흥겹고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연희가 단오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춘향전의 이야기 구조와 무대 구석구석에서 알차게 펼쳐지는 놀이마당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시종일관 우리의 정서까지도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a  '미소(MISO)-춘향연가'중 몽룡(최석열 분)과 춘향(김지영 분)의 아름다운 춤사위 - 각 몸짓마다 각 장면마다 아름다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미소(MISO)-춘향연가'중 몽룡(최석열 분)과 춘향(김지영 분)의 아름다운 춤사위 - 각 몸짓마다 각 장면마다 아름다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 박순영


각 장마다 주제가와 함께 춘향과 몽룡의 만남과 한 쌍의 학과도 같은 아름다운 춤사위, 익살스런 첫날 밤, 학도와 기녀들의 맛깔스런 춤으로 각 캐릭터와 스토리를 한데 보여준다.

그 사이 사물팀은 관객을 무대로 이끌어내어 직접 원반을 돌리는 등 전통문화체험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준다.

특히 '미소-춘향연가'의 세 번째 버전에서는 학도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아, 춘향이 학도에게 형장에서 매질을 당하는 '십장가' 대목이 포함되어 음악과 함께 춘향의 절개가 화면상에 한글과 한자, 영어로 표현되어 이해도와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푸른색 조명 아래서 형틀에 묶인 춘향의 처절한 몸짓과 학도의 날카로운 복수의 몸짓, 선명한 하얀색 글씨와 화면에 뿌려지는 핏자국 등이 대사 없이 진행되지만 상황을 즉각적이고,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암행어사가 되어 커다란 마패와 함께 등장하는 이몽룡과 춘향의 재회는 애절하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 서방을 알아보고는 기절하고 마는 춘향의 모습에 외국인도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랑에 도달한 두 남녀를 둘러싸고, 고풍스런 부채춤으로 잔치 마당이 벌어진다. 전통 옷을 입은 출연진의 커튼콜도 한 폭의 그림 같다. 관객은 한폭 한폭 그림같이 연출된 무대를 보고,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이미지와 전통 소리를 가슴에 가득 안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a   '미소(MISO)-춘향연가'중 학도(이규운 분)의 카리스마 있는 춤사위 - 학도의 애정욕구와 성격을 멋진 춤사위로 표현한다.

'미소(MISO)-춘향연가'중 학도(이규운 분)의 카리스마 있는 춤사위 - 학도의 애정욕구와 성격을 멋진 춤사위로 표현한다. ⓒ 박순영

태국이나 하와이의 전통쇼, 라스베이거스의 밤무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등 관광 수입으로 먹고 사는 지역의 공연 코스는 상품 하나로 수 십년간 수 많은 관광객의 필수 관광패키지 코스로 가이드가 된다. 그 명맥을 지켜오는 것에 반해, 우리의 전통문화는 상품화가 되지 않았던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제 벌써 알게 모르게 15년 째 정동극장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미소-춘향연가'와 같은 공연을 구체적으로 상품화, 브랜드화하고 우리의 문화와 전통, 정서를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으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이 고급스러워지는 것에 대하여 기쁨을 느낀다. 

한편, 지난 18일 시연회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재)명동·정동극장 박용만 이사장(두산그룹 회장) 취임 이래 첫 공식 행사로서 정동극장 최정임 극장장과  '미소-춘향연가'의 김충한 예술감독, 기악팀, 사물팀, 배우들이 참석하였다. 다음에 기자간담회의 내용을 압축하였다.


최정임(극장장):
전통 예술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에 앞장서는 작품으로 '미소MISO'브랜드를 한류 3.0의 대표적인 모델로 꾸준히 성장시켜 나갈 것이며, "미소" 춘향연가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경주, 제주, 춘천,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상설공연장에서 공연될 그날을 꿈꿔 본다.

김충한(예술감독): 개인적으로 이번 미소는 "더 아름답게, 더 재미있게, 더 강력하게" 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정동극장 미소도 세계 속에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김성우(기악팀): 연주는 100% 라이브로 전공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재즈 등이 접목된 음악이라 처음듣기에는 이것이 우리 전통음악인가 놀라겠지만, 분명 우리의 장단과 선율이 녹아있다.

문순조(사물팀): 올해 미소에서는 다양한 장면 속에서 더 많이 신나는 부분을 맡았다. 특히 관객과의 호흡할 수 있도록 많이 신경을 썼으며, 이방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더 많이 관객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 잘 부탁드린다.

최석열(이몽룡 역): 올해로 정동극장에서 몽룡역을 3년 째 하고 있다. 이번 버전에서는 학도가 이전 버전보다 더 악하게 등장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몽룡은 춘향과의 애정 담긴 섬세한 표현이 많아졌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쁘고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김지영(성춘향 역): 이전 버전에서는 학도에게 흔들리는 춘향이었다면 이번에는 권력의 학도에게 맞서는 춘향역이다. 십장가가 그 부분이다. 재미있으실 것이다.

이규운(변학도 역): '미소' 2012년 열심히 준비하였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오픈 런으로 진행되는 한국 전통 대표 브랜드 상설 공연이라고 하니, 꼭 한번쯤은 이 공연을 보고 추천해 주길 바란다. 정동극장이 주최하는 정동극장 상설공연 '미소(美笑) - Original Korean Musical  MISO - 춘향연가'는 4월 18일부터  오픈 런으로 오후 4시와 저녁 8시 공연된다.(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시간 80분, 티켓가격은 R석 5만 원, S석 4만 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미소(MISO)-춘향연가 #정동극장 #최정임 #김충한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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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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