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에 위치한 광주극장. 광주극장의 얼굴인 영화 <어머니>의 손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소중한
영화 한 편 보려고 집을 나섰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냐." "영화 보러 가.""무슨 영화?" "어머니.""새로 나온 거야? 어디로?" "광주극장.""거긴 어디야. 새로 생긴 극장인가?"
1934년에 생긴 극장에서 개봉한 지 20여 일이 지난 영화를 봤다. 이 말은 '광주극장에 <어머니>를 보러 갔다'는 말과 같다.
영화 <어머니>를 알게 된 건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 노조에서 개봉 전에 미리 상영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알았다. 광주에 있어서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개봉하면 꼭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광주극장을 알게 된 건 2010년 4월. 송두율 교수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 2>를 보러 갔을 때다. 이전에도 광주극장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영화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광주극장에 <어머니>를 보러 간 이유는 딱 하나다. 내가 사는 광주에서 <어머니>를 볼 수 있는 곳은 광주극장뿐이었으니까. 지난 5일 <어머니>가 개봉했다. 사는 데 치여 관심을 못 두다가 마음을 먹고 지난주 포털사이트에 '어머니'를 검색했다. 일반 영화와 달리 '상영관 정보'가 단출하다. 요새 많이 본다는 <건축학개론>을 검색해 보니, 상영관 정보에는 날짜와 지역까지 범주를 설정해도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했다. 반해 <어머니>는 날짜 범주만 설정해도 한눈에 전국 상영관 정보가 들어온다. 직관적으로 "광주서 볼 순 있는 걸까"는 생각이 드는 순간, 광주극장이 눈에 들어왔다.
"광주 '여행'하려면 광주극장으로..."광주극장. 2010년 1학기 수강했던 한 수업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 극장을 소개했던 말이 생각났다.
"관광이 말 그대로 지역문화의 빛만을 보는 것이라면, 여행은 그곳 문화의 빛과 어둠을 체험하는 것이다. 나는 광주를 '여행'하고 싶은 손님에게 5·18 국립묘지와 광주극장을 소개한다."광주극장은 단관극장이다. 우리가 흔히 가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표를 사면 가장 먼저 '○관 ○관 ○층 ○열 ○번'을 봐야 하지만 광주극장은 그런 구조주의적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1관이 전부고, 2층에 걸친 862석의 규모지만 관객이 거의 없다. 필자가 <어머니>를 본 날도 관객은 두 명. 물론 필자를 포함해서다. 표를 끊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됐다.
앞서 말했듯 1934년 개관한 광주극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예술영화전용관이다. 개관 당시 광주에는 일본인이 설립한 극장뿐이었고, 일본 영화와 연극만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광주극장은 창극을 주로 상영했다. 창극은 창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극을 말한다. 해방 이후에는 전남지역 조선건국준비위원회 결성식, 김구 선생의 강연회, 집회, 음악회 등이 열렸으며 야학도 운영됐다.
광주극장이 오래됐다는 것은 아직 남아 있는 '임검석(臨檢席)'을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임검석은 일제강점기인 1922년 일본의 영화 검열이 시작된 이래 극장 내에 생긴 특별 좌석이다. 조선총독부에서 파견된 경찰관은 이곳에 앉아 당시 상영된 영화뿐 아니라 연극, 악극, 창극 공연을 수시로 현장에서 검열했다. '비위에 거슬리는 내용'이 나오면 경찰관은 주의와 함께 곧바로 호루라기를 불었으며, 공연 중 세 번 호루라기가 울면 공연을 중단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