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
최경준
북한 연구에 대한 그의 첫 성과는 박사논문으로 쓴 저서 <북한의 혁명>(2003년)을 통해 빛을 발했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50년까지 북한 정권의 탄생과정을 그린 그의 책은 기존의 냉전적 시각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 명서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미 국무부 고문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 컬럼비아대학 한국학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 및 여러 국제적인 유력 언론에서 남북한과 동아시아 문제에 대해 자문역을 해주고 있는 그는 미국 내에서 북한 연구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암스트롱 교수가 내년 발간을 목표로 집필 중인 신간은 북한체제의 기원부터 90년대 기근 문제까지 총 3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2부는 한국전쟁의 발발과 냉전종결 시기(1950~1988년) 북한의 대외관계사를 다뤘는데, 제목이 다소 흥미롭다. '약자의 폭정'(the Tyranny of the Weak)이 그것이다.
"북한은 작은 나라이지만, 이 기간 동안 소련과 중국 사이를 교묘하게 다루면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등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어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성공적이었다. 나올 책에서 내가 주장한 것은 북한이 강대국을 가장 잘 이용한 소국이라는 것이다. 남한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러했다. 특히 이승만이 그랬다. 대부분의 미국 관료들은 이승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자신을 지원하지 않으면, 남한이 북한에 의해 적화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김일성이 이런 일에는 더욱 능숙했는데, 그에게는 두 개의 강대국, 소련과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대립하게 하여 이익을 취했다."신간은 이 외에도 이전에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1960~1970년대 북한이 서유럽과 국교관계를 설립하려고 시도했던 것, 아프리카에서 북한의 활동 등이 담겨있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주의 붕괴 후 공개된 소련과 동유럽의 자료에 근거한 것들이다.
"2부에서 다루고 있는 40여 년 동안의 북한의 외교관계는 여태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고 이를 조망하려는 게 내 목적이다. 이 기간의 역사는 오늘날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일관된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대국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 과거에 소련과 중국을 대하듯 미국도 현재 그런 식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대북정책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선결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달리 미국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통한 온건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가 특별한 계기 없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진보적 관점을 갖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우리 어머니가 대구출신이기 때문에 외가는 보수적이다.(웃음) 보수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북도 아니다. 나는 북한체제에 비판적이다. 나의 목표는 어떻게 북한은 이렇게 되었고, 남한은 이런 식인가를 규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단일 국가였던 남북한이 1945년 이래 어떻게 달리 발전하는 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을 핵무기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진보 진영조차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인권, 식량부족, 보건피폐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갖고 있고, 이 문제는 실질적인 것이다. 북한을 핵무기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는 북한 주민을 돕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북한의 인도주의적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진보 진영이 이러한 문제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익이나 제기하는 문제로 치부하곤 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북한 주민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 행태는 사실적인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보다는 터무니없이 왜곡되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반주민의 삶은 감춰진 채, 강제수용소나 기아 같은 극단적 이슈에만 한정되어 있고, 군인들의 행진이나 훈련 따위의 "무서운 장면"만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한쪽에는 강제수용소, 다른 한쪽에는 군사훈련만 있는 나라가 아니"라며 "북한은 많은 점에서 비판받아야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연민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로켓 발사를 공언하자 오바마 정부가 식량지원을 취소한 것은 매우 잘못됐다"며 "영양실조를 방지하기 위한 식량원조는 절대 정치이슈와 연결돼서는 안 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한 대선이 미국 대선보다 중요한 이유는?